[그린 마일] Of Mouse and Men

2008. 2. 26. 10:19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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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0/3/?]    원작자 스티븐 킹과 프랭크 다란본트 감독이 만나 만들었던 작품 <쇼생크 탈출>은 imdb에서 한동안 네티즌이 뽑은 영화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켰었다. 그리고 그 영화에서 팀 로빈스가 쏟아지는 빗속에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으며 '자유'를 만끽하는 영화포스터는 아직도 인기 있는 그림이다. 그런 두 사람이 또다시 만나서, 또다시 감옥이야기를 내놓았으니 관심이 갈 만하다. 스티븐 킹이야 베스트셀러 작가일 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가장 입김이 센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수많은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이 극장용이든 TV용이든 영화화되었다. 아니, 스티븐 킹은 자기 소설을 집필할 때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쓰고 있을 정도이며 신작 집필 이전에 이미 출판사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선금을 받고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이 처음 페이퍼 북으로 나왔을 때 출판계는 상당한 관심을 보였었다. 이전까지 스티븐 킹이 단행본을 내놓았던 것에 비해 <그린 마일>은 짧은 호흡의 문고판 여섯 권을 96년 4월부터 9월까지 차례로 내놓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스릴러물이나 판타스틱 소설을 이렇게 찔끔찔끔 감질 맛나게 내놓는 것이 독자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여섯 권의 연작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어 역시 스티븐 킹의 이름 값을 했고, 곧장 스크린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프랭크 다란본트의 데뷔작은 1983년에 만든 30분 짜리 단편독립영화 <The Woman in the Room>이었다. 원작은 바로 스티븐 킹이었고, 프랭크 다란본트가 스티븐 킹의 <쇼생크탈출>로 대성공을 거둔 후 차기 작을 준비할 때 스티븐 킹의 차기작품 <그린 마일>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때 스티븐 킹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의 TV판을 준비하고 있었고, 프랭크 다란본트는 그 길로 촬영장의 스티븐 킹을 만나보기 위해 마치 <샤이닝> 속의 잭 트랜스처럼 차를 몰고 콜로라로로 달려갔다. 그리고 채 완성되지도 않은 <그린 마일>의 판권을 양도받았다. 영화화권에 대한 옵션은 단지 1달러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것에 대해 프랭크 다란본트는 "킹은 젊은 필름 메이커에 대해 매우 관대한 정책을 가지고 있어, 학생이 허가를 요청할 경우, 그 자신이 영화화권을 가지고 있으면 1 달러의 옵션으로 양도한다. 나의 경우는, <The Woman in the Room>이 그랬으므로, 그 친분으로 <쇼생크탈출>과 <그린 마일>이 모두 1달러 옵션이었다. 제작에 들어가면 그 액수의 미미함에 미안할 뿐이다. 아무튼, 그런 사람이 바로 스티븐 킹이다."라고 했다.

그럼, 이 영화는 프랭크 다란본트의 영화인가 스티븐 킹의 영화인가. 아니면 톰 행크스의 영화인가. 놀랍게도 이 영화는 이 세 사람의 개성과 특성을 전부 담고 있다.

감독 프랭크 다란본트는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쇼생크탈출>의 스타일을 여전히 따르고 있다. 감옥 속의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일차적으로 그린다. 그것은 사형제도의 합리성이나 공정성과 연결된다. 인간이 인간을 합법적으로 처단하는 가장 잔인한 사형제도에 대해선 많은 영화들이 그 불행한 비극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사형제도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대신 교정제도의 희비극을 다룬다. <쇼생크 탈출>에서는 교도소 소장의 비리와 부패를 통해 주인공의 '자유'를 가능하게 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극적인 교행 제도의 불합리를 다루지는 않는다. 이미 사법적 판결이 끝나서 사형을 눈앞에 둔 사형수를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에 이르기까지 관리하는 간수들의 자세를 통해 인간의 잔인함과 인간의 선함을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프랭크 다란본트 감독은 스티븐 킹의 유장한 스토리를 아카데미에 맞게(!) 모범적으로 손질하였다. 그것은 1935년 영화 <TOP HAT>에서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의 춤 장면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세 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야기를 최대한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그만큼 관객들은 감옥소 내의 지루함과 폐쇄성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스티븐 킹의 느낌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어딘가에 분명 있을 듯한 신비로움을 다루었다는 것이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전염성'의 특징이다. 좀비영화나 흡혈귀 영화의 최대 특성은 바로 끝없는 확장성, 동질화에 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깨물면 그 사람도 같은 흡혈귀가 되는 방식 말이다. 스티븐 킹의 <스탠 바이 미>에서 파이 던지기, 토하기의 전염이 바로 그러한 전염의 한 방식일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전염성을 제어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거대한 흑인 존 커피(마이클 클락 덩컨)에게는 '식스 센스'가 있다. 그는 그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고, 그 사람의 과거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의 병균과 누군가의 마음에 내재하는 사악한 기운을 끄집어낼 수가 있다. 전염은 동질화의 순간이지만 존 커피는 그것을 택하거나 버릴 수 있는 기적의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대상을 옮길 수 있는 '전이'의 능력을 갖고 있고 말이다. 그래서 거대한 흑인 존 커피가 무죄이든 유죄이든 그것은 인간사회의 사법제도에 있어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1930년대, 물론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는 흑인에 대한 편견이나 단상에서 연유하는 것이지만, 하느님은 가장 단순한 존재를 자신의 기적의 증거로 인간 세상에 내려보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잔다르크를 16세기에 프랑스에 내보낸 것과 같은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린 마일>에서는 절대적인 사악함과 절대적인 선의 인간들을 보여주지만 그렇게 사악하지도 그렇게 동감이 가는 캐럭터는 아니다. 원작에서 독자를 빨아들이던 그러한 신비주의와 몰입의 느낌이 많이 탈색되어 버린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어쨌든 영화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가 어떠한 난관에서도 그 순수함과 선함을 잃지 않고 극복해 나갈 뿐 아니라 타인을 감화, 전이시키는 기적을 보여준다. 그것이 종교적이든 아니면 통속적이든 말이다.  (박재환 2000/3/?)

 Green Mile (1999)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
주연: 톰 행크스, 마이클 클라크 던컨, 제임스 크롬웰, 게리시니즈, 데이빗 모스, 베리 페퍼
한국개봉: 20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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