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혜선 “의욕적 작가, 정열의 배우”

2019. 7. 30. 22:18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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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은 쉬지 않는다. 우리 곁에 보이지 않아도 구혜선은 꾸준히 글을 쓰고,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열심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모색 중이다. 지난 달 그림 전시회를 열었던 구혜선은 이달 들어서는 소설을 하나 발표했다. <눈물은 하트 모양>이라는 소녀감성의 작품이다. 소설 발매에 맞춰 진행된 인터뷰이다. 

어떻게 지냈는지 묻는 질문에 “심심하게 지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큰일들을 마무리 짓고 연기자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시나리오도 보고 있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드라마로 인사드리고 싶다”

● 작가 구혜선

구혜선은 <눈물은 하트 모양>을 “좀처럼 예상하기 힘든 성격의 여자 소주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끌려들어 가버리는 남자 상식의 사랑이야기이다. 누구나 경험했을 첫사랑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구혜선은 원래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 7~8년전에 시나리오로 써두었던 작품이다. 남편(안재현)에게도 보여줬다. 독립영화를 한편 본 것 같은 느낌이라더라.” 

책, 아니 시나리오의 원래 제목은 <소주의 상식>이었다고 한다. “여자 주인공 ‘소주’는 상처가 많은 여자다. ‘상식’이라는 보통 남자를 만나게 된다. 소주는 아주 독특한 여자이다. 상식에게 만나자마자 결혼하자고 하고. 상식은 자기 주변을 맴도는 소주를 사랑하게 된다”며, “제목은 출판사 권유로 바꿨다. 20대를 겨냥한 제목이다. ‘소주의 상식’이라고 해 놓으니 술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조금 말랑말랑한 제목이 되었다.” 

구혜선은 악보집, 그림전시회, 소설 등 ‘연기자’를 뛰어넘는 ‘다방면에 의욕을 불태우는 연예인’이다. 소설을 쓴 이유도 밝힌다. “내 안의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 같다”면서 “사실은 할 게 없어서이다. 일이 없을 땐 뭔가를 쓴다. 밖에 나가는 것도 모르고 일찍 데뷔하여 친구도 없다. 씁쓸한 결과를 얻기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현실을 알아 간다.”며 글을 쓰는 마음의 자세를 이야기한다. 

구혜선은 자신의 전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처음 쓴 소설(‘탱고’)은 민망해서 못 읽겠더라. 두 번째 소설(‘복숭아 나무’)은 영화로 나온 걸 소설로 옮긴 것이다. 책으로 나온 것 중에서는 악보집을 좋아한다. 그게 잘 팔리진 않았지만 내겐 프라이드가 있다. 자존감을 높여준 것 같다. 그러니까 이번에 낸 책은 두 번째로 만족한다. 이 책은 솔직하게 쓴 글이다. 꾸밈보다는 간결하게, 담백하게 썼다.” 

모 배우를 남자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기도 했다지만 결국 영화화는 무산되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솔직하게 대답한다. “정말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어 여러 곳에 제안했지만 투자가 잘 안 되더라. 계속 묵혀두다가 꺼내보니 풋풋한 느낌이 있었다. 다시는 이런 글을 쓸 수 없을 거 같아서 소설로 다시 내놓게 되었다.” 

욕심 많은 구혜선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제일 재미있는 것은 (영화)연출이다. 리더가 되어 뭔가를 진행하고 만든다는 것이 재밌다. 어려운 것은 역시 연기 같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다. 그리고, 나이를 들어서도 계속 하고 싶은 건 그림이다.” 

구혜선이 그림을 선택한 이유는 있단다. “다른 것은 다 돈이 들어간다. 그림은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가 되면 농익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

구혜선은 나중에 자신의 작품을 한 곳에 모은 작은 전시장을 갖고 싶다고 한다.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을 모아 조그마한 전시장 만들고 싶다. 그림과 책, 영화. 망한 걸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고 싶다.“ 



● 영화감독 구혜선

구혜선은 작년 1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미스터리 핑크-MYSTERY PINK’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 한 쪽에선 그녀가 연출한 단편영화 ‘미스터리 핑크’를 상영했다. 그 영화에 대해 물어봤다. 

“그 작품은 사랑의 미스터리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사랑을 확인받으려고 한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지만 사실 그 젊음을 사랑한 것이다. 여자의 의심과 의문, 남자의 지배심리 등을 표현하고 싶었다. 둘은 같은 존재이다. 서로 바라보는 자화상이라는 의미로 만들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단편영화의 매력이 그런 것 같다. 보는 사람들은 다른 식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매니지먼트와 아이돌의 관계로 보기도 하더라.” 

구혜선은 여전히 연출 욕심을 갖고 있다. “영화를 또 하고 싶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분의 글을 영상으로 옮기고 싶다. 난 어릴 때 데뷔했기에 사회생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글을 연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많이 한다.” 

구혜선은 ‘망한 영화감독’의 속내를 밝힌다. “내가 만든 영화가 계속 손해를 보니 투자사들이 다시 투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배우로 시작했기에 연기자로 각인되어 있고.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투자 안 되어도 오래 버텨야겠다고 생각한다. 작은 영화라도 많이 만들고 싶다”며, “내가 그동안 단편을 4개 만들었다. 하나 더 만들어 묶어서 상영할 수 있겠더라.”고 덧붙인다. 

“난 일단 뭘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집중한다. 집중해서 글을 쓰고, 글을 쓰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집념으로 사람을 모은다. 머릿속에는 편집점이 정해져 있다. 그런 과정이 즐겁다. 뭔가를 할 때 추진력 있게 한다. ‘가자, 돌격 앞으로’ 그런 식이다. 영화를 찍을 때의 인간 구혜선에 만족한다.” 

궁금해서 물어봤다. 감독협회에 가입되어 있는지. “매달 돈이 빠져나갔었다. 그 계좌 없앴더니 연락이 오더라. 미술협회에도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더라. 하하하” 

구혜선은 아마도 지금도 워드창을 펼쳐 놓든지 붓을 들고 있을 것 같다. 인터뷰 당시 차기작품은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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