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라진 밤 “살아나는 시체들의 밤” (이창희 감독 The Vanished, 2018)

2018. 7. 11. 10:13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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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 외국영화 리메이크 열풍이 거세다. <골든 슬럼버>, <리틀 포레스트>,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같은 일본영화 뿐만 아니라 유럽영화들도 가세했다. 프랑스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다시 만든 <표적>이 흥행에 성공을 거둔 뒤, 잘 안 알려졌지만 괜찮은 이야기구조를 가진 작품들이 제작자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여기 <사라진 밤>도 추가된다. 2014년 개봉된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더 바디>가 원작이다. 호세 코로나도, 휴고 실바, 벨렌 루에다라는 낯선 배우가 등장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스페인 영화가 어떻게 충무로에서 다시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영화는 굉장히 ‘경제적인 작품’이다. 제한된 공간과 단출한 출연진, 그리고 ‘리메이크를 결심하게될만큼’ 굉장한 반전의 스토리가 타이트하게 펼쳐지는 소극이다. 충무로에서, 신인감독에게 맡겨도 크게 손해 볼 작품은 아니란 말일 것이다. 이창희 감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훌륭하게 영화를 완성했다. 원작과 같은 듯 다르게, 다른 듯 같게 만들었다. ‘반전’도 남겨두고, ‘차별’도 이루었다.

 

영화 <사라진 밤>은 어느 비 내리던 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발생한 시신‘실종’사건을 다룬다. 사라진 시신은 전날 죽은 신약개발업체 오너 김희애이다. 사인은 아직 밝히지 못한 상태. 평소 우쭐한 아내(김희애)에게 무시를 당해온 소심한 남편 김강우는 실험실의 독극물로 아내를 살해한다. 물론 증거가 남지 않는 약물이다! 경찰 김상경은 남편이 의심스럽다. 국과수에서 두 사람은 마주앉는다. 시체가 사라진 공간에서, 증거를 내놓으라는 남편과 심증을 굳힌 경찰의 대치는 밤새도록 이어진다. 그리고, 시체가 사라진 그날 밤 이야기는 10년 전, 또 다른 사건의 공백을 채워 넣는다.

 

<사라진 밤>은 경찰 김상경과 피의자 김강우의 불꽃 튀는 대치가 영화의 긴장감을 높인다. 김상경은 처음 등장할 때 오래 전 TV드라마 ‘수사반장’의 최불암처럼, ‘형사 콜롬보’처럼 허술한 경찰의 모습을 보여준다. 알코올에 의존하는 듯한 김상경의 개인사가 적당히 끼어든다. 영화는 김강우가 아내를 죽였는지, 김희애가 과연 죽었는지, 김상경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하는지가 지켜보는 것이 미스터리를 따라가는 재미이다.

 

김상경과 함께 사라진 시체를 뒤쫓는 형사 이지훈, 서현우, 이민지와 특별출연한 권해효의 연기는 100% 스테레오 경찰타입이다. 딱 그 점이 이 영화의 ‘경제적 탁월함’을 증명한다.

 

‘사라진 밤’을 재미있게 보았다면 스페인 원작영화 <더 바디>가 궁금해질지 모르겠다. 넷플릭스와 왓차플레이에 올라와 있다. 김상경은 일부러 원작영화를 안 봤단다. 영화 <소굴>로 제10회 미쟝센단편영화에서 액션스릴러 작품에 수여하는 ‘4만 번의 구타’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신예 이창희 감독의 자신만만한 장편 데뷔작이다. 2018년 3월 7일 개봉 (박재환 20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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