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울예술단 ‘바람의 나라 : 무휼’

2014. 5. 19. 18:27공연&전시★리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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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예술단 ‘바람의 나라 : 무휼’

 

1992년 순정만화잡지 <<댕기>>를 통해 처음 선보인 만화가 김진의 로맨스 멜로 ‘바람의 나라’는 단행본으로 26권까지 나온 인기 만화이다. 1996년에 지금은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성장한 ‘넥슨’에 의해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으로 만들어서 많은 게이머들을 잠 못 이루게 했었다. 2009년에는 KBS에서 송일국 주연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졌고. ‘바람의 나라’는 일찍이 2001년에 한차례 뮤지컬로 제작되었다. 이 작품이 서울예술단에 의해 연작시리즈로 기획되면서 2006년, 2007년, 2009년에 잇달아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줄곧 ‘무휼’ 역을 맡은 고영빈이 다시 무휼로, 엠블랙의 지오가 그의 아들 호동 역으로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랐다. 지난 11일부터 내일(20일)까지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서울예술단의 ’바람의 나라 무휼‘이다.

 

대무신왕 무휼과 호동왕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바람의 나라 무휼’은 ‘이미지 가무극’, ‘이미지 뮤지컬’로 불린다. 드라마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무척 힘들만큼 환상적 이미지와 주제를 강조하는 직접적 대사로 2시간여를 이끈다. 작품은 주로 김진의 원작만화 1~6권에 걸쳐 묘사된 대무신왕 무휼과 호동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에서 대무신왕은 강력한 군권을 지향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의 아버지(유리왕)는 아들 해명태자를 역모로 몰아 자결케 했었다. 그 때문에 임금이 될 수 있었던 무휼. 왕이 되었지만 왕권을 좌지우지할 음모를 꾸미는 구신들의 존재. 무휼은 구세력을 척결하고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다. 사실 갓 왕조를 세운 약한 고구려의 왕으로 부여와 중국 한(漢)나라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휼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군사력이었다. 반면 아들 호동은 평화를 갈망하는 유약한 존재로 그려진다. 무휼은 자신의 아버지가 아들(태명)을 죽였듯이 자신도 활을 들어 아들(호동)을 죽인다. 그렇게 완성되는 것이 강한 나라, 고구려의 꿈이다. 사람들은 그를 대무신왕이라고 부르게 된다.

 

하늘의 길과 땅의 길

 

“태정태세문단세...” 하며 우리는 조선왕조에 대해서는 많이 안다. 역사기록물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삼국시대만 해도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고구려왕조 초기 인물들은 그 인명마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이들 왕조의 가계는 주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그래서 이들을 다룬 드라마는 대체적으로 ‘판타지’의 성격을 띤다. 김진의 만화는 1990년대에 인기를 끌기 시작한 말랑말랑한 로맨스 풍의 드라마이다. 중원 땅에 기개를 날리던 고구려를 다루면서도 말이다.

 

이미지 뮤지컬 ‘바람의 나라 무휼’은 두 인물의 대비를 통해 ‘전쟁과 평화’, ‘신과 사람’, ‘숙명과 갈등’ 등의 문학적인 감동을 전해 주려한다. 그런데 다른 뮤지컬과는 달리 ‘바람의 나라’는 굉장히 불친절한 작품이다.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는 것은 포기할 정도가 된다. 대신 중간휴식시간에 프로그램 가이드를 통해 “방금 저런 내용이었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20분의 인터미션이 끝나면 곧바로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이야기되는 ‘무휼의 전쟁’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예술단 단원들의 각고의 무대연습이 느껴질 만큼 10여 분간 지속되는 전투장면은 관객의 혼을 뽑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힘겹게 진행되던 왕과 아들의 대결구도가 허망하게 끝이 난다. 관객들의 뇌리에 남은 것은 고뇌하는 전쟁광 왕과 숲의 정령 봉황과 노니는 철없는 왕자 호동에 대한 상반된 이미지이다. 그게 ‘하늘의 길’과 ‘땅의 길’이란다.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아,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미지 가무극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물론, 이 작품이 네 번째 무대에 오른 것은 그만큼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스토리전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와 무대장치와 대사가 어우러져 빚는 이미지의 총화란 것이다.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해석하자면 이렇단다. “대무신왕 '무휼'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대제국 고구려를 꿈꾸었고, 아들 호동은 상생과 평화라는 하늘의 길, 부도(符都)를 최고의 이상향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 충돌의 결과는 아버지에 의한 아들의 살(殺/煞)이다.

 

‘무휼’은 ‘無恤’, 즉 ‘동정함이 없다’는 말이다. 2천 년 전 고구려사람 이름을 다시 보니 너무 성의 없이 이름을 붙이는 것 같다. (박재환, 201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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