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을 둘러싼 추악한 전쟁

2010. 11. 9. 11:41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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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인맥쌓기' 하라~ 돈은 내가 벌 테니...

합창단, 전투기 타보기 등의 아이템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남자의 자격>에서 최근 아저씨 연예인들에게 ‘디지털장비 익히기’ 미션을 주었다. 스마트폰으로 어플 받아보기, 이메일 계정만들기, MP3다운 받아보기, 디카 조작하기 등이다. 어찌 보면 젊은 유저들에겐 일상적인 테크닉이지만 또 다른 사람에겐 마치 ‘스페이스 셔틀’이라도 다루어야할 만큼 어려운 미션이었다. 그런데 ‘국민 할머니’ 김태원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한다. “지구를 지키려면 이런 것 보단 분리수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뜬금없는 말이지만 디지털시대의 심각한 화두를 던진 것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신작 <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는 꽤 흥미로운 영화이다. 니콘 DSLR을 들고 다니고, 갤럭시S로 웹 브라우징을 하고, G메일로 문서를 보내고, 트위터로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 상황까지 실시간 중계하는 사람에게는 ‘페이스북’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많이 떠도는 통계 중에 이런 게 있다. ‘5천 만의 고객을 모으는데 걸린 시간: 라디오 38년, TV 13년, 인터넷 4년, 아이팟 3년, 페이스북 2년’이라고. 지금 페이스북 이용자는 무려 5억 명이란다. 5억 명이 아침마다 스타벅스에 앉아서 아이패드로 뉴욕타임스 보고 ‘페북’하고,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풍경 중계방송하고, 밤에는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보면서 문근영 귀엽다고 글 올리는 것이다. 꼭 그런 이야기만 올리는 게 아니라고? 10년 전에 헤어진 친구를 페이스북에서 만났고, G20을 맞아 국제 환율전쟁이 우려스럽다고 글 쓴다고? 그래 장하다!

지난 달 미국에선 한 대학기숙사에서 트위터로 룸메이트 동성애 소식이 전해지고 그 일 때문에 그 학생 페이스북에 유서 써놓고 자살한 일이 있었다. 페이스북, 나아가 소셜네트워크의 폐해를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할 사고사례일 것이다. 도대체 페이스북이 어떤 것이기에 이렇게 화제가 될까. 데이빗 핀처 감독은 페이스북의 탄생과 그 아버지에 대해 드라마틱한 작품을 만들었다. 모르긴 해도 거의, 전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한 페이스북 탄생 스토리일 것이다.

왕따 찌질이 대학생, 페이스북을 만들다

하버드 대학생 마크 주커버그는 막 보스턴 데이트에서 퇴짜 맞는다. 마크는 누가 봐도 왕재수 스타일이다. 끝없는 자기 자랑에 상대에 대한 완전무시, 막가파 유머이니. 이 남자 술 한 잔 걸치고는  기숙사 돌아와서는 천재성을 발휘하여 후다닥 프로그램 하나 만든다. 이른바 ‘기숙사 킹카 뽑기 프로그램’(facemash)이다. 2003년의 일이다. 당시 하버드에는 전교생의 이름과 사진 등을 일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DB가 부재했다. 마크는 기숙사(우리 식으로 따지자면 A동부터 Z동까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숙사 서버에 접근하여 기숙사생의 증명사진과 이름을 뽑아낸다. (각종 수단/방법을 써서. 법률로 따지자면.. 불법해킹으로 개인정보를 추출해내는 것이다) 마크는 그렇게 기숙사 여학생 사진을 올리고, 토너멘트식으로 여자의 호불호를 가리는 프로그램을 뚝딱 만들어 교내 망에 올린다. 하룻밤 사이에 450명이 몰려 2만 2천회의 투표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요즘 이런 중복투표는 아마추어나 하는 짓인데...) 여하튼 한밤에 접속한 남학생들이 엘리스, 베티, 캐시, 달링, 이브 등등 여학생의 ‘외모’ 품평을 시작한다. 다음날 그는 남학생의 스타가 됨과 동시에 여학생의 공공의 적이 된다. 퇴학의 위기를 가까스론 넘긴 ‘찌질이’ 마크는 그렇게 주목받기 시작한다. 그의 놀라운 수완에 눈독을 들인 선배가 있다. 소셜 네트워크 개념의 프로그램 ‘하버드 커넥션’ 사이트를 구상하고 마크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마크는 그 개념에 눈이 번쩍 띈다. 하버드대학교 이메일계정을 가진 사람만이 접속할 수 있고, 누군가가 친구맺기에 ‘승인’해줘야만 교류가 가능하다는 개념! 그는 선배들에게는 이 핑계 저 까닭을 대며 기숙사에 처박혀 자신의 사이트를 만든다. 바로 ‘더페이스북닷컴’이다. 하버드의 공부벌레들이 공부는 안하고 기숙사에 처박혀 아이디어 하나로 만들어낸 ‘사이버 사교클럽’이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전파력을 보여준다. 처음엔 수백 명 단위의 하버드대 기숙사 학생들의 인명록이었지만 갈수록 에어리어를 넓혀간다. 하버드대학생 -> 졸업생/동문 -> 아이비리그 대학생 -> 고등학생까지 문호개방 -> 전 세계 네티즌 개방.. 식으로 폭발적으로 불어나서 지금은 5억 명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잠재력과 성공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달라붙었고 결국 찌질이 마크는 울트라 억만장자가 된 것이다. 그의 재산이 8조원이란다. 8000000000000원!!!!!!!!!!!  그리고 예상가능한 일이지만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낸 선배,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동료들에게 소송을 제기당한다. 엄청난 돈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돈으로 입막음을 했을 것이고, 어쨌든 마크는 열심히 페이스북을 전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5억 1명, 5억 2명, 5억 3명씩으로.

영화의 진실성

워낙 큰 규모의 법률소송이고, 이용자가 엄청나기에 ‘마크 주커버그’와 ‘페이스북 공방전’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졌다. 그가 하버드에서 벌인 ‘킹카 뽑기’를 기억할 인재들이 많기에 말이다. 이 영화는 벤 메즈리치가 쓴 <벼락부자들>을 바탕으로 영화화 되었다. 그 책의 전체제목은 < The Accidental Billionaires: The Founding of Facebook: A Tale of Sex, Money, Genius and Betrayal>이다. 제목부터 ‘막장드라마’ 냄새가 난다.  미국에서 영화개봉되기 전에 마크 주커버그의 반응이 궁금했다. 이미 그/페이스북에게 불리한 내용이라는 것이 알려졌고 개봉에 맞춰 마크 주크버그는 <오프라윈프리 쇼>에 출연해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의 공립학교에 1억 달러 기부계획을 전격 발표한다. 이른바 여론무마용 기부라는 기사가 당연히 날 수 밖에. 주커버그는  TV인터뷰에서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영화를 안 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얼핏 보아도 ‘실명이 거론되고, 명예훼손’의 꼬투리가 넘쳐나는 영화인데 주커버그가 아무 소리 안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대인배’ 아니면 ‘긁어부스럼’인 것이다.

물론 <페이스북>은 탄생과 성장과정에서의 돈전쟁 말고도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자살’ 건은 돌발사태라고 할 수 있지만 페이스북은 끊임없이 개인사생활침해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5억 명이 재미있다고 달라붙어있는데 말이다.

워낙 휘발성 강한 원작을 재능 있는 시나리오 작가(아론 소킨, <어퓨 굿맨>)가 옮겼기에 흥미로운 논픽션 스토리가 되었다. 물론 감독 데이빗 핀처의 다이내믹한 연출과 진짜 기숙사와 실리콘 벨리에서 튀어나온 듯한 배우들의 연기가 별 다섯 개도 부족한 지경이다.

당신이 지금  페이스북을 하고 있든 말든,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분리수거를 하든 말든 이 영화의 미국내 광고카피가 인상적이다. “적을 만들지 않고는 친구를 5억명 만들 수 없다”. 5억 명이나 되다니. 그런데 실제 몇 명이나 열심히 할까. 원래 이 쪽 동네는 거품이 많은 법. 하지만 실리콘벨리와 투자가들은 그런 거품을 철저히 활용한다. 물론, 헐리우드에서도 말이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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