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상호 감독 “부산행, 헬 반도, 그리고 넷플릭스 지옥”

2020. 7. 23. 11:24인터뷰


2016년 여름에 개봉되어 1157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영화, 'K좀비‘라는 말을 만들어낼 만큼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그 후속작 '반도'로 돌아왔다. ‘코로나19’로 잔뜩 움츠린 극장가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한 몸에 모은 <반도>는 개봉 첫 주말에 18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오랜만에 충무로에 웃음을 안겨주었다. 개봉을 앞두고 연상호 감독을 만나 <반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연상호 감독은 아주 오래 전, 20세기 말부터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학폭의 끔찍한 트라우마를 그린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와 수몰지구를 배경으로 사이비종교의 폐해를 해부한 <사이비>(2013)로 주목받았다. 애니메이션 작업과 함께 2016년 실사영화 <부산행>으로 천만 흥행감독이 되었고, <염력>으로 주춤했지만 <사이비>를 드라마화 <구해줘2>와 드라마 <방법>의 각본을 맡으면서 다매체지향 감독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반도] 부산행 4년 뒤, 이 땅은 지옥이 되었다 (연상호 감독,2020)

 영화감독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그들이 상상하는 것을 구체화시키고 그 느낌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시켜준다. 그림을 그리던 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상상력을 화폭에, 모니터에,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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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전 예매율이 꽤 높다. 

“시사회 때 극장이 오랜만에 북적거리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많은 분들이 과할 정도로 관심 가져주시는 것 같다.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 하시는 것일 테니 즐겁게 오셨으면 한다. 극장에서 그런 분위기를 좀 보고 싶다.“

- <부산행> 때문에 많이 기대한다. 감독님은?

“손익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팬들의 관심 속에 개봉된다는 것이다. 관객이 많이 들어야 이후 개봉되는 영화들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쪽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예매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 "나는 소망한다. 영화를, 가족드라마를 "

- <부산행> 만들 때부터 속편을 염두에 두었었나?

 “속편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제가 연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이었다. <매드맥스2>처럼 해볼 만한 이야기가 나오면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했다. 어렸을 때 본 <워터월드>나 <아키라> 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이야기라면 극장에서 상영될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도>를 통해 시도해볼만하다고 판단했다.”

- 애니메이션, 실사영화, 히어로무비, TV드라마, 그것도 케이블TV용 장르물, 포스트아포칼립스 이야기도 만들었다. 소감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것들이다. 몇 년 전부터 극장에 간다는 게 뭘까 생각하게 되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TV의 드라마도 예전과 달리 영화적인 것이 되었고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비디오를 많이 봤는데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다. <터미네이터>나 <쥬라기공원> 같은 영화를 보러갈 때 두근거리면 기대감을 품었다. 여태 못 봤던 새로운 세계 속으로 들어가서 신나게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 말이다.“

“<부산행>을 만들고 나서 기대하는 영화에 대한 매력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부산행> 개봉때는 동네 꼬마 애들이 좀비처럼 ‘웩`’하며 손을 뻗고 돌아다닌 것을 보았다. 우리 어릴 때 강시 나오는 홍콩영화 보고 그랬던 것처럼. 대중예술을 보고 그런 현상이 있다는 것. 개인적으로 쾌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돼지의 왕] 우리들의 일그러진 ‘중딩’ 영웅 (연상호 감독 The King of Pigs 2011)

학교 내의 조직화된 폭력문화와 애써 눈 감거나 공범으로 빨려드는 무감각을 날카롭게 지적한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6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부정과 비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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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의 왕'과 '염력'과 '반도'

-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과 <사이비>는 굉장히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작품이었다.

“<돼지의 왕>과 <사이비>를 만들 때는 대중영화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이런 어마어마한 예매율을 보면서 놀랐다. 이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목표가 아니었다.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왔다. 할 수 있는 것은 다해보자는 생각이다.“

- <부산행>은 흥행적으로 성공하고, <염력>은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부산행>은 보편적 정서에 기반을 둔 작품인데 <염력>은 사회성이 짙은 편이었다. 대중들에게 쉽게 환영받지 못하는 이슈였다. 이데올로기 문제나 도시개발, 철거 같은 이야기는 호불호가 나뉘기 마련이다. 상업적 영화로 완성하기에 미스매칭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염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런 결과를 예측 못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뭔가 할 수 있을 때 해봤으면 싶었다. 도시개발의 문제를 상업적인 페이스로 결합한 작품이 있었다. 차승원이 나왔던 <귀신이 산다>나 윤제균 감독의 <1번가의 기적>처럼. 생각보다 힘들더라. 그런 문제를 부담 없이 보여주는 게 힘들었다.”

-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폐허가 된 한국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서울 도심이 많이 등장하는 장면을 구상했다. 63빌딩이 등장하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었따. 예산이 한정적이라 아이디어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또 그런 익숙한 장면을 넣고 싶지는 않았다. 홍콩장면도 실제 홍콩에서 찍은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세트에서 찍은 것이다. <부산행>의 미술스태프들이 이번에도 작업했다. <부산행>을 보면 여러 기차역들이 나오잖은가. 그런 역을 다 가서 찍은 것이 아니라 꾸민 것이다. 홍콩도 그런 식으로 작업했다. 세트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천항이나 엔딩에 나오는 장면도 모두 세트다. 배경이 다 CG이다. 풀CG로 해보자는 생각을 했었다. 거의 애니메이션처럼.”

- 애니메이션, TV드라마, 실사영화, 작은 영화, 큰 영화 다 해본 셈이다. <반도> 작업에 도움이 되었는지.

“애니메이션의 메커니즘과 실사영화와는 다른 점이 있다. 2D베이스가 다르다. 애니메이션 작업 때 3D애니메이션으로 작업했기에 이런 영화에 대한 메커니즘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겠다. CG가 많이 들어가는 작업에서 컨펌하는 걸 차근차근할 수 있다. 디테일하게.”

- 좀비영화인데 카 체이스 영화 같다. 4D버전의 경우 어지러울 정도이다. 

“카체이싱 장면의 규모도 그렇지만 어려운 작업이었다. 한국에서는 그런 장면 찍을 수가 없다. 그런 도로가 없으니. 있다고 하더라도 실사로 찍으려면 3~4개월은 찍어야할 것이다. 그래서 전체를 CG로 하고 싶었다. 무술(액션)감독, 촬영감독, CG감독과 회의를 이어가며 다듬어갔다. 배우들은 실제 도로 위를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짐볼 장치 위의 자동차 안에서 액션 연기를 펼친다.”

● 야만적이면서도, 너무 심하지 않게. 

- <부산행>의 속편으로서 <반도>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두었는지.

“좀비가 출연하는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부산행>에서는 좀비가 처음 발생했을 때라 텐션이란 게 있다. 그런데 의외로 좀비가 확산된 후, 후기를 다룬 작품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조지 로메오 작품이랑, 상업영화로는 <나는 전설이다>, <워킹데드> 후반 시즌 이야기 정도. 좀비물로 보자면 변종좀비가 나오고 그러는데 그런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황중사(김민재) 무리가 일종의 변종 좀비인 셈이다.

“자극만을 쫓는 인간이 되었다. 순간순간 쫓는 쾌락을 즐기는. 황 중사는 딱히 출동할 필요도 없는데 게임하듯 즐기는 것이다. 후반부에 보면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쫓아간다. 자극을 맹목적으로 쫓아가는 사냥개 같은 모습, 좀비를 닮았다.”

-  631부대가 변종좀비라면, 그 표현에서 주의를 기울인 것은?

“순간적인 쾌락을 좇는 야만적인 집단이기 하지만, 동시에 이 영화는 가족단위의 관객이 보는 작품이다. 야만적인 집단이라면 얼마든지 잔인하게 그릴 수 있다. 인육도 먹고.. 그럴 수 있지만. 대중영화라는 것을 생각하면 걸리는 지점이 있다. 야만적이면서도, 너무 심하지 않게. 그래서 생각한 게 인간을 가지고 놀이하는 그런 장면을 넣기로 했다. ‘숨바꼭질’라는 놀이.”

- 좀비영화를 찍으면서 가족단위 관람객을 신경 쓰는 것 같다.

“플랫폼의 성격에 대한 것이다. 상업콘텐츠는 플랫폼마다 향유하는 주 타깃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웹툰만 하더라도 카카오랑 다른 플랫폼이 다르다. 플랫폼마다 차이가 있다. 드라마의 경우도 OCN보는 사람과 지상파 일일드라마 보는 시청자 층이 다르다. 같은 그룹이라고 생각하면 창작하는 사람 입장에선 힘들어진다. 드라마와 영화가 다르고, 넷플릭스 같은 OTT는 극장과 또 다르다.”

“넷플릭스 드라마도 일반적 미니시리즈와 다른 것 같다. 몰아보기도 하고 말이다. 요즘 극장이란 것은 다양한 공간을 함께 한다.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그런다. 넷플릭스는 혼자 보는 사람이 많다. 19금 작품을 만들 여지도 많다.“

- 드라마도 하고, 영화도 만들고. 비교하자면.

“영화 쪽이 조금 더 힘들다는 느낌이 든다. 드라마는 기획하고 대상인 시청자를 만나는 텀이 비교적 짧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기획한 후 관객과 만나는 시점이 길다. 2년 뒤에 관객이 무엇을 원할까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지금 가장 핫하다는 이슈를 다룬다면, 2년 후 3년 후에도 그 이슈가 그대로 유지될까. 그래서 영화를 할 때는 좀 더 보편적인 생각을 하는 것 같다. 10년, 10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보편성을 추구한다. 물론 영화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 드라마 ‘방법’에 이어 넷플릭스 영화를 할 예정이다. 

“좀 더 명확하게 플랫폼의 특성에 맞춰 대중에게 다가갈 방안을 고민했다.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을 하면서 명확해진 것 같다. 그 중 넷플릭스는 좀 더 마이너 취향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글로벌하면서도 취향을 맞출 수 있다. 오히려 더 강력한 것을 원하지 않나? 그런 것을 밀어붙일 수 있다.”

- 연상호 감독은 어떤 게 취향에 맞나?

“고르라면, 사실 아무 일도 안하고 싶다. 놀고 싶다.”

- <반도>의 설정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것 중 하나가, 한국 땅에서 목숨 걸고 가져갈 것이 ‘2천만 달러’밖에 없나? 

“음. 영화에 잠깐 언급이 된다. 반도에 가면 금괴나 달러가 은행에 그대로 쌓여있다고. 좀비에겐 쓸모가 없는 것이니. 그런 것을 목표로 하는 도굴꾼이 생길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보통사람들이다. 시시한 욕망을 가진 보통사람들. 좀도둑 같은, 도굴꾼 같은 사람이다. 지금 쓰레기처럼 살고 있으니, 그곳으로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 <반도>에서 북한 땅은 어떻게 되나. 

“내가 휴전선 철책에서 군대 생활을 했다. 윤형 철조망은 쉽게 못 넘어간다. 좀비는 기어오르려 하겠지만 실패할 것이다. 그 덕분에 반도의 남쪽이 완전히 고립된 것이다. 휴전선은 자연적인 방벽이 되는 셈이다. ‘반도’는 아일랜드(섬)처럼 갇혀 있는 것도 아니고, 막혀있는 것도 아니지만, 벽 같은 것이 막고 있다. 애매모호한 느낌을 준다.”

● 연상호는 쉬지 않는다

- 만약 <반도>의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이야기인가. 휴전선을 넘나.

“다음 영화를 만든다면 <반도> 같지는 않고 다른 것을 그리고 싶다. <부산행>이 재난영화이고,  <반도>가 오락영화를 표방한다면 그 이후에는 아주 호러다운 작품을 만들고 싶다. <곤지암>같은 정통호러를 해도 될 것 같다. 좀비 아포칼립스 시리즈로서 각각의 영화가 개성 있는 페이스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날 연상호 감독은 취재진에게 직접 사인한 만화책을 한 권씩 선물했다.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를 쓰고 최규석 작가가 작화를 맡은 웹툰 <지옥> 단행본 1권이다. 이 작품은 연상호 감독이 2003년 만들었던 단편 애니메이션 <지옥>을 바탕으로 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기이한 사건이 이어지는데 누군가에게 “지옥으로 간다”라고 고지하는 저승사자와의 분투가 그려진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6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 연상호 감독/ NEW제공/ 2020년 7월 14일 슬로우파크 라운드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