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거울 두 개로 떠나는 시간여행? (야마구치 준타 감독,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2020)

몇 년 전 극장 개봉을 노리다 곧장 OTT로 직행한 일본영화가 있다. <2분마다 타임루프>(원제:リバー、流れないでよ)라는 시간역행(逆行) 코미디이다. 일본의 극단 ‘유럽기획’이 만든 저예산 영화이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인 교토의 한 오래된 여관을 배경으로 시간의 흐름이 꼬여버린 상황에서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분명 미코토는 손님을 맞이했고, 시중을 들었고, 서비스를 마쳤는데 금세 2분 전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 황당한 시추에이션은 미코토에서 요리사, 숙박객, 지나가는 사냥꾼으로 점차 확대된다. 2분이 지나면 시간은 어김없이 되감기고, 전원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 버리지만 각자의 기억은 이어지는 것이다. 이 기막힌 이야기는 극단 ‘유럽기획’의 두 번째 이야기이다. 그 오리지널 1탄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원제:ドロステのはてで僕ら)이 19일 개봉한다. 이 이야기도 ‘시간의 농단’을 다룬다. 

 어느 조용한 동네에 자리 잡은 2층 건물. 카페 주인 카토는 영업을 끝내고 2층 자기 숙소로 올라간다. 기타를 들고 공연 준비를 하려는데 모니터에 자신의 모습이 등장한다. 화면 속 카토는 “나는 2분 후의 나”라고 말한다. 놀라서 1층으로 내려가니 1층의 TV화면에 방금 ‘2층에서 본 모습’이 나타난다. 몇 번의 오르락내리락 끝에 1층 카페와 2층 방의 TV화면이 2분의 시차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어 카페를 찾아온 친구동료들이 이 이상한 현상, 신비한 기계를 보며 분석하기 시작한다. “미래를 알 수 있다고?” 그렇게 점점 더 앞선 미래를 보게 된다. 과연 미래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카토와 친구들은 시간여행과 함께 시간의 패러독스에 갇히게 된다.


 영화제목의 ‘드로스트’(Droste)는 뜻밖에도 네덜란드의 초콜릿 브랜드이다. 1863년 창업해 훗날 초콜릿으로 유명해진 이 업체가 유명한 것은 1904년 처음 발매한 드로스테 상자 디자인 때문이다. 코코아 컵과 드로스테 상자를 들고 있는 간호사 그림이 있는데, 그가 들고 있는 상자 속에도 똑같은 그림이 작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 작은 그림 안에 또 똑같은 그림이 있고. 이런 식으로 무한 반복되는 것이다. 마치 양 면에 거울을 두고 선 이미지처럼. 이런 재귀적 시각현상을 ‘드로스트 효과’(Droste Effect)라고 한다. 영화를 보면 제목으로 쓰인 ‘드로스트’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단순한 2분의 미래가 간단한 무대장치로 물리적 확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소규모독립영화, 극단 아이템답게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급 SF는 아니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등 미타니 코키의 소동극에 가깝다. 과연 2분의 미래를 먼저 안다고 무슨 도움이 될까. 2분이 저런 식으로 무한 확장된다면 어디까지 이어질까.

작은 카페 건물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진 제한된 공간에서 아이폰으로 원샷, 원테이크로 촬영했단다. 2분 타임루프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빈틈없는 호흡과 정교한 동선이 필요했을 것이다. 극단대표인 우에다 마토코가 원안과 각본을 맡았고, 영상디렉터 야마구치 준타가 감독한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에는 카토 역의 토사 카즈나리를 비롯한 극단 멤버들과 함께  아사쿠라 아키, 후지타니 리코 등이 출연한다. 

참, 영화를 보고 나면 하나의 의문이 남는다. 1층과 2층을 이어줄 만큼 모니터 연결선이 원래 저렇게 길까. (박재환.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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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2020) (ドロステのはてで僕ら /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감독/촬영/편집: 야마구치 준타(山口淳太) ▶원안/각본:우에다 마코토(上田誠) ▶출연: 토사 카즈나리, 아사쿠라 아키 ▶수입/배급:㈜팝엔터테인먼트 ▶개봉:2026년 8월19일/ 70분/ 12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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