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의 사과] 미얀마 출신 대만영화감독의 ‘도시탈출 힐링공양’ (미디 지 = 조덕윤 감독 14顆蘋果, 2018)

2020. 5. 12. 17:13다큐멘터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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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영화계를 한국과 비교하면 거의 영세 소상공인 수준이다. 후효현(허우샤오시엔) 같은 명감독이 있지만 ‘스크린쿼터제’ 같은 안전판도, 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그다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해마다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대만영화인은 빠지지 않고 그들의 신작을 들고 참석한다. 해마다 찾는 영화인들은 한국영화계의 풍성함, 한국영화팬들의 열정을 직접 보고 느끼며 그 에너지를 받아간다. 그렇게 한국을 찾은 대만 영화인 중에 미디지(Midi Z)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감독이 있다. 중국 이름은 조덕윤(趙德胤,짜오더인)이다. 미얀마 출신으로 16살에 단돈 200달러를 들고 대만으로 넘어와서 대만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오고, 대만에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대만몽’의 주인공이다. 그의 2018년 작품 <14개의 사과>(十四顆蘋果/14 Apples)가 왓챠플레이에 올라와 있다. 재작년 EIDF(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소개된 작품이다.

 

 

 영화는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만달레이의 사업가 왕싱훙은 점쟁이로부터 시골의 한 수도원에 가서 14일을 지내보라는 말을 듣는다. 하루에 사과 한 개씩만을 먹고 말이다. 왕은 그 길로 과일가게에서 사과 14개를 사고, 비포장도로를 어렵게 달려 한적한 시골마을의 절에 들어간다. 머리를 깎고(삭발), 붉은 도포(승복)를 입고, 이제 고행의 14일을 보내게 된다. 그가 시골 수도원에서 만나는 사람, 보게 되는 풍광은 어떨까. 불면증을 이겨 내고, 영혼의 안식을 얻을까.

미디 지 감독은 데뷔 이후 줄곧 자신의 모국이 등장하는 영화를 찍었다. 이번 다큐 작품에서도 그의 모국, 미얀마의 중부도시 만달레이에서 찍었다. 미얀마는 우리나라나 대만보다 훨씬 개발이 덜 된 나라이다. 그들의 사는 집, 환경이 모두 도회적 관점에서 보자면 열악하다. ‘수도원’이란 것도 ‘앙코르와트 사찰’ 같은 ‘근사한 건축물’이 아니다. 도시의 비즈니스맨이 머리 깎고 템플스테이 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미디 지 감독은 무슨 생각인지, 단 하나 뿐인 카메라로 피사물을 줄기차게 따라간다. 처음 과일가게에서 사과 흥정을 할 때부터, 모래밭에 빠진 차량을 보여줄 때에도, 머리를 깎는 장면에서도, 그리고 이후 모든 순간을 꼼꼼하게 담는다. 

작품 주인공 왕싱훙은 미디 지 감독 작품에 몇 차례 출연한 동료이자 친구이다. 어느 해 미얀마에 갔을 때 그곳에 정착한 왕싱훙의 이야기를 듣고 이 영화를 찍기 시작한 것이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에게 점쟁이가 14일간 절에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미디 지 감독에 따르면 미얀마에서는 보름 정도 승려 생활을 하는 ‘단기 출가’가 흔한 일이라고 한다. 마치 성인식을 치르듯 ‘승려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미얀마가 불교국가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시골의 모든 사람들이 승려에게 기꺼이 공양을 드리고, 승려의 말씀을 지고지순한 진리로 받아들이는 장면이 인상적일 것이다. 그들은 갓 머리를 깎은 ‘왕’을 찾아와 삶의 고뇌를 털어 놓는다. 

이곳 젊은 사람들의 목표는 어떻게든 중국으로 건너가는 것이다. 집안의 돈을 긁어모아 중개인을 거쳐 국경을 몰래 넘어 중국에서 힘든 노동에 종사하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미디 지 감독은 한 마을 소녀의 이야기를 열심히 채록한다. “중국 사람들은 무언가를 가리킬 때 말을 하지 않아요. 손가락도 안 써요. 발로 이거 저거 가리켜요. 기분 나빠요.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죠. 돈을 벌어야하니까.” 순박한 미얀마 시골마을의 어린 소녀는 어떻게든 ‘부자나라’로 떠날 궁리를 한다. 

그리고, 이어 연결되는 이야기는 그 ‘수도원’에 있는 승려들의 이야기이다. “글쎄, 지난번에 독송을 해줬는데 얼마 밖에 안 주는 거야. 도시에 나가면 두 배는 더 받을 수 있는데...”. 선문답은 없다. 결코 없다!

만달레이의 비즈니스맨 ‘왕’은 오늘도 사과 하나를 우걱우걱 씹어 먹으며 삶의 무게를 생각한다. 그가 불면증을 치유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미얀마 출신의 영화감독 미디 지는 ‘극영화’를 찍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먼지 날리는 미얀마 시골마을에서 가장 심각한 삶의 문제에 맞닥뜨린 것이다. 참, 미디 지는 미얀마에서 태어난 ‘화교’인 셈이고 오래 전에 대만국적(永久居留證)을 취득했단다. 

혹시 불면증에 시달리면 양들이 우리를 뛰어넘는 화면을 볼 것이 아니라 미디 지 감독의 사과를 세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박재환 20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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