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서 컨피덴셜] 탐정 스펜서를 기억하시나요? (피터 버그 감독 Spenser Confidential,2020)

 

넷플릭스가 지난 주말 공개한 마크 월버그 주연의 ‘넷플릭스오리지널’ <탐정 스펜서>(Spenser Confidential)는 족보가 있는 작품이다. 미국 소설가 로버트 B. 파커는 1973년부터 ‘탐정 스펜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을 40여 권 내놓았다. 전직 경찰 스펜서는 부정과 비리, 부패가 판을 치는 보스턴에서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못된 무리들을 재주껏 처단하는 통쾌함을 안겨준다. 그의 곁에는 해결사인 호크와 몇몇 도우미가 있다. 이 정의의 스펜서 이야기는 미국 ABC에서 로버트 유리히, 에버리 브룩스, 바바라 스톡 주연의 드라마 ‘Spenser: For Hire’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KBS에서 <탐정 스펜서>라는 제목으로 방송되었다. 이 추억의 드라마를 넷플릭스가 오리지널로 내놓았다. 지난 6일, 공개된 <탐정 스펜서>(Spenser Confidential)이다.

 

보스턴 커넥션

 

보스턴 경찰 스펜서는 강력사건을 덮으려는 상관에게 분노의 주먹을 날리다가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간다. 5년 후 출옥한 스펜서는 옛 복싱코치 헨리의 집에서 복서를 꿈꾸는 호크와 지내게 된다. 대형 트레일러 기사가 되어 하루 빨리 보스턴을 떠나고 싶지만, 스펜서가 목격하게 되는 것은 여전히 ‘부정과 비리’가 판을 치는 보스턴의 모습이다. 게다가 경찰까지 연계된 검은 커넥션에 다시 한 번 두 주먹 불끈 쥐게 된다.

 

액션, 드라마, SF,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서 강인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마크 월버그가 주인공 스펜서를 맡아 하드보일드 액션을 선보인다. 그와 얼떨결에 버디 플레이를 펼치게 되는 룸메이트 호크는 <블랙팬서>에서 음바쿠를 연기한 윈스턴 듀크이다.

 

마크 월버그와 피터 버그 감독은 <론 서버이버>(2013) 이후, <딥워터 호라이즌>, <패트리어트 데이>, <마일22>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 공동작업이다. 이제는 손발이 딱딱 맞을 때가 된 것 같다.

 

개성 강한 캐릭터가 존재하는 원작(소설이든 드라마든)이 다시 리메이크 되는 이유는 있을 것이다. 확실한 캐릭터가 대활약을 펼치는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시대변화에 따라 뭔가 더 보여줄 것이 있다는 확신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넷플릭스의 <스펜서 컨피덴셜>에서 그런 기대는 무너진다.

 

누명 쓴 강력계 형사의 고군분투부터 시작하여, 갑자기 의기투합하게 되는 버디, 개연성 없이 자꾸 등장하는 캐릭터가 짜증난다. 그리고 이야기 진행상 필요는 한 것 같은데 그다지 소용없는 캐릭터에 의해 재미가 반감된다.

 

보스턴이란 동네가 얼마나 부패하고 엉망진창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여주는 부정과 비리의 정도는 조금 한심하거나 유치하다. 언론의 역할이나 FBI의 작전이란 것도 딱 그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탐정 스펜서가 더 얻어터지거나 악당의 나이프에 한 번 더 찔러야 그나마 드라마가 완성된 것 같다. 원톱 캐릭터도 좋고, 버디 무비도 괜찮고, 소소한 주변 등장인물로 무수한 스토리를 엮어낼 ‘시즌제 탐정액션물’을 원한 넷플릭스로는 실망스러울 것 같다.

 

‘스펜서 탐정’은 좀 특이한 족보가 있다. 작가 로버트 B.파커가 2010년 죽은 뒤, 유족들은 ‘스펜서’ 캐릭터에 대한 창작 권리를 에이스 앳킨스에게 넘겼고, 그는 스펜서 탐정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매년 한 권씩 내놓고 있다. 이번 넷플릭스 작품은 엣킨스가 2010년 발표한 ‘Robert B. Parker's Wonderland’가 원작이다. (앳킨스는 매 작품마다 ‘로버트 B파커’를 제목에 붙이고 있다)

 

제일 실망스러운 점은 <LA컨피덴셜>과 <컨스피러시>의 각본을 담당했던 브라이언 헬겔랜드가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맡았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비디오로 직행할 킬링타임용 팝콘무비’라는 평가에 적합할 작품이다. 넷플릭스의 바다엔 정말 다양한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작품이다. (박재환 20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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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nser Confidential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