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극장가를 맹폭하는 이 때에 용감하게 총을 뽑아든 한국영화가 있다. 여배우 둘을 내세운 버디무비 <걸캅스>(감독:정다원)이다. 라미란-이성경이 주인공이다. 애매하다. 왕년에 날리던 기동대 형사 출신 주무관 라미란과 꼴통형사 이성경이 손을 잡고 ‘디지털 성범죄’ 나쁜놈들을 일망타진하는 것이란다. 이들은 경찰서 주력(!) 부서에서 밀려난 ‘잉여’ 인력이다. 뻔해 보인다. 당연히 현장의 지원 없이, 여성의 힘만으로,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고 비열한 범죄자들을 통쾌하게 물리칠 것이다. 암. 그래야지.
영화 보기도 전에 다 알 것 같은 스토리이다. 그런데, 영화는 뜻밖의 재미를 안겨준다. 그것은 윤상현의 등장순간부터이다. 관객들은 예상 못한 인물설정에 당황하며 곧바로 걸쭉한 캐릭터의 욕설과 함께 정신없이 재밌는 107분의 ‘정석’ 킬링타임용 팝콘 무비에 빠져들게 된다.
영화는 뻔한 스토리를 극복하는 자잘한 장치로 오락영화 본연의 재미를 추구한다. ‘라미란-이성경-윤상현’이라는 패밀리 구성과, 라미란-이성경-수영, 그리고 염혜란이라는 폴리스 구성이 영화를 한층 재밌게 만든다. 충분히 예상되는 라미란의 듬직한 연기와 기대 이상의 케미를 선보이는 이성경, 그리고 조역들과 단역, 특별출연진까지 순간순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임팩트 있는 연기들이 짧은 영화를 더 짧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제작진이 무슨 미래를 보는 눈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유명 클럽에서 벌어지는 신종마약과 디지털 성범죄 (찍고, 올리고, 유통하는!) 과정을 ‘그것이 알고 싶다’ 이상으로 심각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인식시켜준다.
‘걸캅스’는 버디 형사물의 기본을 지키고, 부서이기주의나 성차별적 요소 등 한국적 경찰서 풍경도 빠뜨리지 않고 담는다. 당사자들에게는 피눈물 맺히는 사연이고, 이야기들이지만 감독은 영리하게 그런 분노에만 빠져있게 만들지 않는다.
관객들은 정신없이 웃다보면 어느새 종착역에 이른 두 사람을 만나게 된다. 악당들이 얼마나 악랄한지, 여자 ‘경찰’들이 얼마나 힘든지, 편견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공감가게, 무엇보다 재밌게 만든다.
영화는 충분히 재밌다. <투캅스>보다 끈끈하고 <청년경찰>만큼 열정적이다. 아니, 충무로 형편에서는 훨씬 더 용감하고, 훨씬 더 의미 있는 이단옆차기인 듯하다.
<걸캅스>는 워낙 출중한 캐릭터를 구축했기에 속편이나 TV드라마로도 뻗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웃다가 놓쳤다거나, 분노하다가 빠뜨린 것이 있다면 천천히 생각해 보시길. (박재환)
감독: 정다원 출연: 라미란, 이성경,윤상현,수영,염혜란,위하준,주우재,강홍석 개봉:20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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