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과학 시간입니다!“ 45억 년 전, 태양계 성운에서 먼지와 가스가 뭉쳐 지구가 태어났고,바다에서 단세포생물이 발생하고, 영겁의 시간을 거쳐 진화를 거듭한 다양한 생물들이 지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공룡은 2억 3천만 년 전에 나타나서 약 6,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로 멸종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공룡이 멸종하고 또 6000만 년이 더 지난 후에 인류의 조상이 마침내 등장한다. 그러니까. 공룡과 인류가 함께 기념사진 찍을 일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놀랍게도 이들 두 종(種)이 폴라로이드 한 컷으로 박제된다.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이다.
미국 미시간 주 플라워베일 오크 스트리트는 평화로웠다. 비록 작은 문제가 있지만 플랫가족은 행복하다. 해고된 사실을 가족에게 숨기고 피자배달을 하는 그렉(이완 맥그리거)과 작가를 꿈꾸는 드니스(앤 해서웨이) 부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책을 끼고 살며 코널 대학에 가는 것이 꿈인 딸 오드리, 동네에 새로 이사온 사립학교 여학생, 재닛에게 관심을 가진 아들 브라이언, 그리고 천방지축 강아지 스타벅까지. 강풍과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치던 어느 날 밤 이 동네에 미스터리한 일이 발생한다. 바람이 잦아진 뒤 현관문을 여니 동네 전체가 하룻밤 사이에 중생대 지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멸종한 플레우로메이아가 쑥쑥 자라있고, 커다란 수목이 벽을 이루었으며, 작은 공룡, 큰 공룡, 하늘을 나는 익룡, 무시무시한 길이의 티타노보아, 짝짓기하는 브라키오사우루스까지 수많은 괴수들이 오크 스트리트를 활보하며 현생 인류를 잡아먹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제 플린스톤 고인돌 가족이 되어버린 플랫 가족은 공룡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뛰어야한다. 인터넷에 접속하여 최신 서바이벌 가이드를 다운받을 수가 없다. 지금은 1982년이니까.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황금시대를 보는 듯하다. 동네 10대들이 ‘E.T.’ 속 한 장면처럼 자전거를 타고, 천둥번개가 칠 때는 [폴터가이스터]가 떠오른다. 물론, 그 모든 것을 덮는 것은 ‘죠스’처럼 정체를 드러내는 [쥐라기 공원]의 메인 캐릭터들이다. 그 위기일발의 순간, 내부적으로 무너지는 듯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단단히 뭉치고, 서로를 이해하고, 때로는 큰 희생을 하며, ‘다시’ 살아남는 것이다.
그럼, 다시 ‘지구과학’ 시간. 지구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감독은 (시나리오는) 손쉽게 “NASA가 태양의 이상 폭발현상을 관측했습니다..”라며 미끼로 던진다. (J.J. 에이브럼스가 제작자이다!) 천문학도를 꿈꾸는 오드리는 전날 밤 번쩍이는 빛이 오크 스트리트를 통째로 수백만 년 전 과거로 이동시킨 ‘웜홀’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마을 건너 편 힐사이드에 있는 저 2층집에서 번쩍이는 섬광을 통해 미래(현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노스탤지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쌍제이의 ‘클로버필드 시네마틱 유니버스’(Cloververse)의 DNA도 남아있다. <클로버필드>에서는 괴물의 습격을 받았고, <클로버필드 10번지>에서는 지구멸망 후 벙커 속 세상을 본다. 그리고 넷플릭스로 직행한 <클로버필드 패러독스>에서는 우주정거장 입자가속기의 작동으로 평행우주, 다중우주가 펼쳐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혹시나 그 입자가속기가 태양 플로어 폭발과 함께 오크 스트리트를 직사(直射)한 것이 아닐까. 쌍제이의 시공간 왜곡현상은 일관성이 느껴진다.
이 영화의 묘미는 ‘타임머신 패러독스’이다. 공룡에게 희생당한 아버지와 피자 배달하는 아버지의 존재는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두 명의 재닛이라니. 칼 세이건과 스티븐 호킹, 그리고 아이슈타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 <클로버필드 10번지>의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는 이완 맥그리거의 아내이다. 별 것 아니지만 재밌는 유니버스이다. (박재환.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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