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1959년생 실버 인턴, 최민식 (김도영 감독,The Intern, 2026)

 <82년생 김지영>과 <만약에 우리>의 김도영 감독은 단편영화 <자유연기>(2018)로 주목받았다. <자유연기>에서 강말금은 경력단절 연극배우를 연기한다. 집안일에 무성의한 남편을 두고 육아를 도맡아하는 그가 다시 연기의 꿈을 안고 오디션에 응한다. 마치 생의 마지막 기회라도 되는 듯 강말금은 무대에서 연기인지 푸념인지 모를 절망적 연기를 펼친다. 김도영 감독은 이때부터 한국사회에서의 여성의 서사, 여성의 운명, 여성의 선택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신작 <인턴>은 어떨까.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를 한국적 상황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시니어 인턴은  최민식이, 앤 해서웨이의 스타트업 대표는 한소희가 연기한다. 캐스팅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하는 리메이크 작품이다. 

  37년간 직장생활을 한 김기호(최민식)는 몇 해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적적한 은퇴생활을 보내고 있다. 딸은 해외에서 자리를 잡아 잘 살고 있다. 그런 어느 날 ‘실버 인턴’ 구인광고를 보고 패션 스타트업 ‘우투투(woo22)’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한다. 짧은 시간에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업체이다. 대표 이선우(한소희)는 젊음과 패기, 특유의 열정으로 회사를 여기까지 이끌어왔다. 하지만 빠르게 질주하는 스타트업은 필연적으로 성장통을 겪는다. 부대표(김준한)는 회사의 안정과 다음 도약을 위해 전문경영인(CEO)을 영입하자며 선우를 설득한다. 그 어수선한 성장통의 한복판에 실버인턴 기호가 첫 출근을 한다.

 기호는 새로운 일터에서 젊은 사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까탈스러운 대표의 경영방침에도 잘 적응해 나간다. 37년 직장생활이 증명하는 연륜으로 시대변화에 발맞춰 회사의 발전과, 개인의 발전, 그리고 업계의 발전을 도모해가는 것이다. 

 할리우드판 <인턴>은 판타지 오피스 드라마이다. 갑과 을의 노동관계가 아니라 멘토와 멘티가 펼치는 따뜻한 인생드라마였다.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인턴>은 원작의 로그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장점은 경력이 많다는 것이고 단점은 나이가 많다’는 인턴의 인생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이다.

 그런데 전쟁터가 아닌 이상 베테랑의 경력이 고스란히 적용될 업계는 없다. 은퇴자와 명퇴자에게 들려주는 현실적 충고는 “왕년의 영광은 잊으시라!”이다. 출판업계 출신의 기호가 패션업계에서 업무적으로 경륜을 펼칠 여지는 거의 없다. 요즘은 전단지조차 웹과 앱으로 이뤄진다. 인생의 선배니 삶의 선각자니 하는 고풍스러운 자리도 요즘 사무실 분위기나 회식 풍조에서는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다. 부대표의 말처럼 ‘실버 인턴’ 제도는 노년 취업기회 제공이라는 명분과 세제혜택이라는 실리가 맞물린 경영상 계산일뿐이다.

 하지만 충실한 인생의 선배, 탄탄한 업계의 베테랑은 어느 곳에서든 지혜롭게 자신의 쓸모를 찾을 것이다. 기호는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해낸다. 줄임말이나 유행어, 신형 디지털 디바이스 익히는 것은 그냥 입문과정일 뿐이다. 결국 사람이 일을 하고, 회사도 사회일 뿐이니 그 길을 먼저 걸었고, 그 세계를 먼저 은퇴한 사람이 유리한 영역이다. 

 그래서 이 리메이크가 더 흥미로운 지점은 ‘여성서사의 대표감독’ 김도영 감독이 ‘인턴’을 어떻게 대우하느냐가 아니라, ‘여성’대표가 어떻게 난관을 돌파하나일 것이다. 

 한국영화에서 여성은 이중의 고통을 받는다. 회사(사회)에서는 유리천장과 싸우고, 집에선 이기적 남편(과 시댁)과 싸워야한다. 그 과정에서 고통 받고, 좌절하게 된다. 물론, 한국사회의 문제인지, 한국영화의 문제이지, <인턴>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익숙한 해결책을 만나게 된다. 결국 결정적 순간에 단비(及時雨)처럼 찾아오는 좋은 어른이 있다는 것이다. ‘82년생’ 지영이나  ‘경단녀’ 강말금과는 달리 회사대표 이선우는 회사와 가정이라는 두 개의 전투를 치르면서 따뜻한 인생 선배로부터 충분한 조언을 들으며 한 뼘 성장한다는 것이다. 

 최민식의 노련한 연기와 한소희의 도전하는 연기가 <인턴>의 드라마를 단단하게 받친다. 그리고 우투투 사무실의 모든 캐릭터들이 마치 출퇴근 도장을 찍듯 자신들의 롤을 정확하게 수행한다. 

 59년생 실버인턴의 3개월의 인턴과정은 37년의 직장생활만큼 보람찼을 것이다. 그리고 남은 삶도 그렇게 지나간 세월과 관계를 양분 삼아, 후(後)세대들과 함께 어울리며, 시대의 온기를 채워 나갈 것이다. 물론, 선우의 씩씩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 믿으며.  (박재환.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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