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쥐] “그 모든 것은 원래 내 것이었어!” (김홍선 감독, Netflix Mousetrap,2026)

  넷플릭스 오리지널 <들쥐>는 루드비코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의 카카오웹툰을 극화한 작품이다. 

  서울 도심의 한 고층 오피스텔에 ‘제문재’ 작가는 은둔하고 있다. 그는 데뷔소설 <인터뷰>로 혜성같이 문단에 등단했고, 신작은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될 것이라는 기사가 나올 만큼 성공한 작가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그는 결코 집밖으로 나가는 법이 없다. 모든 법적인 문제, 대외적인 업무는 고등학교 동창인 회계사 수현이 대신 처리해준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집에서 모바일로 음식을 주문하고, 은행업무를 처리하는데 접속이 안 된다. 계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업자가 새로운 세입자가 올 것이라며 퇴거를 요구한다. “뭐라고, 내가 이 집 주인인데...” 이후 제문재는 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로, 경찰서로 뛰어가며 ‘자신이 제문재’임을 증명하려고 하나 모든 것이 막혀있다. 게다가 어디선가 ‘제문재’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런데 자신과 똑같이 생겼다. 그놈이 나의 주민등록을, 나의 지문을, 나의 은행계정을, 나의 집을, 나의 얼굴을, 나의 소설작품을 몽땅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제 ‘제문재’는 자신이 진짜 ‘제문재’라는 것을 증명해야하고, 왜 그가 ‘제문재’행세를 하려는지 밝혀내야한다. 그런데,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내가 ‘진짜’ 제문재인지, 내가 그 소설을 쓴 작가인지, 내가 선한 사람인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작품은 우리나라 전래동화 ‘손톱 먹은 들쥐’이야기를 차용한 것이라고 하는데 훨씬 깊고, 풍성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동화는 단순하다. 절에서 공부하던 도령이 손톱을 깎아 마당에 그냥 버리자 스님이 그러면 큰일 난다고 타이른다. 아니나 다를까 집으로 돌아오니, 자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자기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도, 이웃도 모두 ‘가짜’를 ‘진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알고 보니 들쥐가 버려진 손톱을 먹고는 그 사람으로 변신해서 벌인 악몽같은 우화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를 들으며 손톱소제의 청결성을 주지할 것이고, 덤으로 성실해야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는 것이다. 물론 넷플릭스 작품에서도 류준열이 손톱을 깎는 장면이 있지만 이 영화가 생체정보를 이용한 인간복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어딘가에 흘리고 다니는 온갖 디지털정보의 DNA복제를 경고하는 듯하다. 실제 영화는 노숙자들의 신분을 노린 범죄를 이야기한다. 서울 한강에 수시로 무연고시체가 발견되고, 신원을 확인할 수가 없는 것이란다. 그런 살벌한 범죄는 노자(설경구), 승규(김성오), 명수(현봉식), 사냥꾼(박종환) 등에 의해 저질러진다. 

그런데, 왜 은둔의 인기작가 제문재가 타깃이 되었을까. 넷플릭스 <들쥐>는 이 부분에서 웹툰의 설정을 뛰어넘는다. 제문재의 어릴 적 이야기부터 서사가 차곡차곡 쌓인다. 물론 10부작 이야기에서 단편적으로 펼쳐지면서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사건의 핵심으로 이끈다. ‘제문재’의 대학시절 문학동아리 이야기는 ‘들쥐’의 문학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문재와 제문재이고 싶어 하는 인물인 서유민(박윤호), 그리고 그들 사이의 여자 소민영(송수이)의 서사다. 수시로 공황장애 약을 먹어야하는 제문재는 사건의 충격에 기절하고, 다시 깨어나고, 혼란을 거듭하면서 점차 과거의 충격적 사건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올드보이>(일본원작만화와 박찬욱 감독영화)의 이야기의 핵심과 유사하다. 물론, 그런 문학적 서사에 ‘알프라졸람’의 부작용이 시청자의 진실접근을 방해한다. 진짜와 가짜, 혹은 진짜인줄 알았던 제문재와 가짜인줄 알았던 서유민의 반전, 그리고 또 반전이 ‘들쥐’의 모호성을 키우는 것이다. 

 물론, 제문재, 서유민, 소민영의 관계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제문재만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게 <들쥐>의 매력인 듯하다.

 류준열은 진짜 제문재와 제문재가 되고자 하는 가짜 제문재, 1인2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 고등학교 때 부모의 자살, 그리고 그보다 훨씬 예전의 어린이대공원 사고의 트라우마를 안고 공황장애에 평생 시달리다 세상 밖으로 내던져져 생고생하는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한다. 수시로 기절하는 류준열을 데리고 가짜 제문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자 역의 설경구도 오랜만에 강철중의 타격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동부경찰서의 형사 박순용을 연기한 이규형도 빛난다. 진짜와 가짜를 쫓다가 자신의 상처까지 부둥켜 안아야하는 캐릭터이다. 더불어 김성오의 악역은 워낙 명불허전이고, 대사 몇 마디 없이 킬러본색을 보여준 박종환도 잊지 못할 연기를 선보인다.

<올드보이>나, <맨끝줄 소년>처럼 “군자의 복수는 십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는 무협지 스타일의 문학복수극이다. 아참, 또 한 편 추천하자면 장 자크 피슈테르의 소설 <편집된 죽음>도 결을 같이 한다. (박재환.2026)

▶들쥐 (Mousetrap) ▶감독:김홍선 ▶극본:이재곤 ▶원작: 루드비코 카카오웹툰 [들쥐] ▶출연:류준열,설경구,이규형,김성호,현봉식,정희태,무진성,박윤호,송수이,이엘 ▶공개:2026년8월28일/청소년관람불가 ▶전체 10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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