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창녕군 ‘부곡’면에서 온천수가 개발되어 1980년대 경남권을 대표하는 가족휴양지, 요즘 말로는 워터파크-리조트인 ‘부곡하와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부곡하와이’의 추억을 살리는 영화가 개봉된다. 2007년 개봉되어 전국 관객 5만 명을 불러 모았던 일본영화 <훌라걸스>이다. <분노>와 <국보>로 일본 최정상 감독이 된 이상일 감독 작품이 4K버전으로 다시 극장에 걸린 것이다. 영화는 쇠락하는 일본의 한 탄광촌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극화한다. 탄광촌 소년의 꿈을 백조의 도약으로 풀어낸 <빌리엘리어트>나 제철소 폐업으로 해고자가 된 철강노동자들이 스트립쇼를 하게 되는 <풀 몬티>의 정서가 이상일 감독의 ‘탄광촌 하와이’에서 고스란히 재현된다.
한때는 일본의 근대화를 지탱하던 대표적 석탄기지로 막대한 부를 쌓던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조반탄광(常磐炭礦)지역은 1960년대가 되며 몰락의 길을 가게 된다. 이미 에너지원은 석유로 급격하게 전환했고, 순식간에 사양사업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정리해고와 마을이 분해되는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탄광회사는 무모한 도전에 나선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스파리조트’를 구상한다. 채탄과정에서 뿜어져 나와 처치 곤란한 온천수를 활용한 온천시설, ‘조반 하와이안 센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리조트를 전국에 홍보하기 위해 훌라춤을 추는 무용단을 만들기로 한다. 배꼽을 드러내고, 허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그 춤을 추겠다는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들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지만 어찌 그런! 도쿄에서 ‘훌라춤’을 가르칠 댄서가 내려오고, 각자 사연을 가진 조반탄광지역의 여인네들이 하나둘 합류하며 ‘내일을 위해, 희망을 위해, 리조트를 위한’ 탄광촌 춤바람이 1965년 시작된다.
기존산업의 몰락과 새로운 물결은 많은 사람에게 절망과 공포를 안긴다. 그에 용감하게 맞서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은 인간승리이며 인류의 진보인 셈이다. ‘빌리 엘리어트’처럼, ‘풀 몬티’처럼, 그리고 ‘킨키부츠’처럼 바닥에서 부활하는 것이다. 과정은 순탄치 않을지라도 오해와 충돌, 방관과 주저의 시간이 지나면서 모래 같은 사람들이 하나로 뭉치고, 마을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일 감독의 ‘훌라걸스’는 ‘탄광촌의 불쌍한 소녀들이 열심히 땀 흘려 공연을 성사시킨다’는 신파적 성공담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구시대의 종언과 신세대의 도래를 ‘막장’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앞선 도전이 그들에게 희망이요, 첫 번째 좌절이 연대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훗날 <분노>, <국보>에서 개인의 욕망과 공동체의 균열을 집요하게 파고들던 이상일 감독은 이미 <훌라걸스>에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들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다. ‘훌라걸스’가 전국을 돌며 겪는 좌절과 성장의 과정은 훗날 <국보>의 예인들에게서도 반복된다. 시대도, 무대도 다르지만 이상일 감독은 언제나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여왔다. 그런 점에서 <훌라걸스>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일 감독 세계의 출발점처럼 보인다.
2006년 일본 ‘키네마준보 베스트’ 1위 및 일본 아카데미를 휩쓴 영화 <훌라 걸스>는 그런 희망의 춤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신을 차리고 춤을 추면 되는 것이다. 아오이 유우는 그 어려운 타히티안 댄스, 독무를 멋있게 해내는 것이다. (박재환.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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