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포 콜럼바인] 미국인은 겁쟁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 Bowling For Columbine)


(박재환 2003.4.17.) 1999년 4월 20일. 그 날 뭘 하고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날 미국에선 난리가 났었다. 아침에 클린턴 대통령은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그 동안 지지부진하던 코소보 사태(신유고 연방의 코소보 독립을 둘러싼 민족간, 인종간 대학살 사건)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군사적 개입을 감행할 것이라고 밝혔단다. 그런데 그 몇 시간 뒤, 콜로라도 덴버시 리틀턴이라는 동네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믿기 어려운 교내‘폭력’사건이 발생했다. 

  두 명의 고등학생 에릭 해리스와 딜란 클래볼드이 이날 아침 학교에서 트렌치코트 자락을 멋지게 휘날리며 닥치는 대로 총을 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매트릭스>에서의 키아누 리브스처럼. 그들은 교실이고, 도서관, 식당이고 돌아다니며 마구총을 쏘아댄 것이다. 911에는 비상사태를 알리는 전화가 쏟아졌고, 각 방송국에서는 긴급연결 생방송을 해대기 시작했다. 15명을 죽이고 수십 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두 소년은 자살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1999년 4월 20일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이다.

 만약, 이 정도 일이 벌어지면 소박한 한국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트렌치코트’ 입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는 수입이 금지될 것이고, 학교도서관은 폐쇄될 것이다(안전요원을 다 둘 수 없기에 차라리 문을 닫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총기 밀거래는 당연히 금지된다. (아마, 군에서의 사격연습도 당분간 중단될 것이다! 왜냐? 전국적인 예방운동에 대해 국방부도 뭔가 시늉을 내야하니깐…)


 그런데, 미국은 역시 미국이다. 총기 규제에 대한 풍성한 논의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미국에는 인구수보다 많은 3억 정에 가까운 총기가 풀린 상태라고 한다. 게다가 고등학생이고, 그 밑에 애들이고 간에 총기를 손에 쥐는 것은 마약 입수하는 것만큼이나 쉽다고 한다.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 1주일하면 권총을 살 수 있어요!”라고. 이 거짓말 같은, 전쟁 직후의 이라크 바그라드 같은 아비귀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미국의 소문난 이야기꾼 마이클 무어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선다. 그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시니컬하게 자문한다. 

우선, 은행을 가 본다. 얼마 이상 예금하면 사은품으로 총을 지급하고 있다. 마이클 무어는 서류에 신상기록을 하며 물어본다. “여기, 서류에 정신 병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있는데 정신병력이 구체적으로 뭐죠?” 은행 직원이 대답한다. “정신과 의사가 판정한 정신적 질환 말입니다.” ..”아., 그럼 내가 똘아이더라도 의사 판정을 안 받았으면 이 총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죠?” “예, 그렇죠.” 어쨌든 미국에서는 누구나 쉽게 총을 손에 쥘 수 있다. 

미국에는 사설 군사교육기관이 아주 많다. 뭔가 스트레스를 풀려고 몸이 근질거리는 사람은 사설교육기관에서 초단기로 군사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 군대에서 행해지는 그런 교육을 말이다. 그런 교육을 받은 놈들이 오클라호마 주 관청을 날려버렸다. 물론, 이 두 놈도 여기서 군사교육을 받았었고 말이다. 그럼, 총이 있고, 군사교육(사격연습)을 받았다고 누구나 살인마가 되는가? 


 물론, 아닐 것이다. 마이클 무어는 흥미로운 발견을 했다. 강 하나 건너 캐나다 땅에 가 보았다. 그 곳에도 미국인처럼 사냥을 좋아하기에 총이 700만 정이 풀려 있다고 한다. (인구는 2천만 밖에 안 된다!) 그런데, 마이클 무어가 찾아간 도시에서는 최근 몇 년간 총기 사고가 딱 한 건 있었단다. 그것도 미국에서 건너온 인간이 저지른 사건이란다. 미국인들이 캐나다인들보다 더 폭력적일까? 마이클 무어는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왜? 어째서? 

<사우스파크> 스타일로 초특급 ‘미국사 강의’가 이어진다. 영국에서 학대를 피해 아메리카 땅에 도달한 정착인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토착 인디언들이 자기를 죽이지 않을까 염려한다. 그리고 이들 ‘공포에 사로잡힌’ 미국인들은 자신의 면화 농장을 위해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흑인들이 자신들을 죽이려 할지 몰라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겁 많은 백인’들은 똘똘 뭉쳐 ‘K.K.K.’란 걸 만든다. KKK와 비슷한 시기에 또 하나의 ‘역사적’인 단체가 설립된다. 

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 미국총기협회)라는 총잡이 권익옹호단체이다. 역사가 오래되고 관련된 사람이 많다보니 이 단체는 미국에서 가장 힘 있는 이익단체의 하나가 되었다. 

어쨌든 미국인은 태생적으로 겁이 많고, 외부의 위협에 본능적으로 방어태세를 갖춘다는 것이다. 그리고 헌법에 그러한 권리를 당연히 부여했다. 총을 갖고 자위할 수 있다는 권리 말이다. 그러면, 총도 있겠다, 사격연습도 했겠다. 법률적으로 총을 갖고 있어도 된단다. 그럼 누굴 쏘냐? 왜 쏠까? 마이클 무어는 그동안 총기사고가 나면 진단을 내놓는 ‘전문가’들의 ‘TV진단’을 모아보았다. 마약 매트릭스 마릴린 맨슨 폭력적인 영화 등등등   


그런데 가장 신뢰가 가는 진단은 ‘미국 TV뉴스의 선정성’같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위협 받아왔고, 지금도 위협 받고, 앞으로도 위협 받는 위험에 처한 족속’이라는 것이다. 증명이라도 하듯이 ‘TV뉴스’를 보여준다. 미국의 뉴스는 하나같이 똑같다. 온통 ‘공포 마케팅’이다. 이런 뉴스는 MTV스타일로 박진감 넘치게 편집되어 시청자들을 ‘쫄리게’ 만든다. 그래서 돈 있는 사람은 ‘패닉 룸’을 만들 것이고,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NRA에 가입하고 총기를 구매하고, 틈 나는 대로 사격훈련을 하는 거란다. 미국의 근원적 공포심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미국을 미국인의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흑인도 몰아내고, 콧수염 기른 중동인도 쫓아내고, 황색인종도 박살내야한다는 것이다.물론, 이런 결론은 없다. 두 명의 고등학생 건맨이 도서관에서 백인여자애 머리에 총을 들이다 댄다. 그 여자, “제발 살려주세요…” 애원한다. 그러자, 이놈은 씨익~ 웃으며 옆의 흑인여자애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물론, 마이클 무어가 무슨 소릴 하든지 미국에서는 여전히 총이 팔리고, 총기사고가 나고, TV방송국은 열심히 생방송 실황중계를 할 것이다. 왜냐? 미국은 태생적으로 소심하고, 겁 많고, 그 누구도 자신을 보호해주리라 믿지 않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 영화에서 정말 비참하게 -인간적으로 측은한 느낌이 든다- 나오는 ‘찰톤 헤스톤’은 당시 미국 NRA의 의장이었다. 그는 수백만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미국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영화에서 보면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사고로 온 도시가 초상집 분위기일 때에도 NRA전국대회를 그 동네에서 치르면서 “우리는 총이 필요하다!”고 연설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인 셈이다. (작년 여름, 찰톤 헤스톤은 자신은 알츠하이머 증세에 시달린다면 사퇴를 선언했다.  이건 총기사고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최근 NRA공식사이트에 가보니, 찰톤 헤스톤이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에게 격려문을 보낸 것이 있다.그런데 생각해 보니, 미국인들이 태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나는 내가 지킨다! 우리 가족은 우리가 지킨다! 우리 마을은 우리가 수호한다!….), 그렇게 보아왔고, 그렇게 자랐으니, 그런 ‘(총기)사고’가 생겼다고 이제까지의 역사를 부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역시 이익단체인 영화제작자단체에서는 반대 캠페인을 펼쳤다. 그 중 미국의 영원한 총잡이 존 웨인이 나온 TV광고가 유명하다. 존 웨인 아저씨는 이렇게 말한다. “발이 아프다고 다리를 자르지 마세요!”라고. 미국에선 현실적으로 총기를 거둬들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 어쩔 것인가....(박재환. 2003.4.17.) 

Michael Moore's 2002 documentary *Bowling for Columbine* examines the 1999 Columbine High School massacre, where two students, Eric Harris and Dylan Klebold, killed 13 people and injured many before committing suicide. Moore investigates America's gun violence epidemic, highlighting easy access to firearms—like banks offering guns as promotions—and contrasts it with Canada, where millions of guns exist but gun crimes are rare. He delves into historical roots of fear, the powerful NRA (interviewing then-president Charlton Heston), sensational media fueling paranoia, and cultural factors beyond just gun availability. The film won the Academy Award for Best Documentary Feature and remains a provocative exploration of why the U.S. has far higher gun-related deaths than other nations. A sharp, satirical critique that reveals Americans' deep-seated fearfulness as a core driver of violence.★Reviewer: Park Jae-h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