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왕정 감독을 두고 '쓰레기 양산자'라는 악담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장 홍콩적인 영화를 만들어내는 영화인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왕정영화 자체가 홍콩문화라는 사회학적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왕정은 누가 뭐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고, 자기가 찍고 싶은 영화를 다 찍어낸다. 왕정에게는 패기와 호기와 인기와 재기가 있는 셈이다.
왕정 감독이 [지존무상], [도신], [도협], [녹정기] 등 도박영화, 코미디 영화 , 사극 등 가리지 않고 물오른 흥행 파워를 보여주던 1993년에 만든 [추남자]라는 영화는 이런 왕정 감독의 실력과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양가휘, 임청하, 장학우, 장만옥, 구숙정 등 톱스타들이 즐비하게 출연한 [추남자]는 왁자지껄 시끌벅적 우당탕탕 하는 전형적인 왕정영화이다. 남녀 커플이 온갖 소동을 벌이더니 마지막엔 '워 아이 니' 하고 해피해지는 그런 영화이다.
오요한은 아내와 사별하고 세 딸(임청하-구숙정-장만옥)과 한 아들(임지령)을 곱게 곱게 키운다. 하지만 과년한 세 딸이 결혼할 생각을 않는다. 그래서 자신이 암에 걸려서 보름밖에 못 산다고 거짓말하면서 세 딸이 빨리 자기 짝을 찾아오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세 딸은 ‘단기 애인’을 벼락치기로 마련한다. 와일드한 임청하가 구한 남자는 카바레 제비족 양가휘였고, 의사 구숙정은 말쑥한 샐러리맨 정이건을, 옥상에서 비둘기 키우는 재미로 살아가는 착한 장만옥은 조폭 무대포 똘마니 장학우를 애인이라고 소개한다. 이 어울리지 않은 세 쌍의 커플이 사상최대의 폭소극을 이끈다.
이 영화에서 톱스타들의 코믹연기는 주성치급이다. 특히 양가휘의 제비족 연기는 이 영화를 거의 컬트 급으로 만든다. 넉살맞은 제비족에서 후반 이소룡으로 변한 양가휘의 연기를 보노라면 주성치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런 양가휘가 볼링장에서 임청하와 슬로우 비디오로 포옹하는 장면에서는 거의 뒤집어질 정도이다. 장학우의 오버하는 코믹연기에서도 장학우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 쌍의 커플이 제짝 찾기 플레이를 한다면 이 영화는 단순한 코믹 멜로물일 것이다. 그런데 왕정 감독은 이런 담백한 영화에 홍콩영화의 한 축이 되는 조폭 소재를 믹싱한다. 떼거지 칼잡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고 싸움질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런 폭력적 혼돈과 무아지경의 코미디 사이에서 진정한 사랑과 진정한 짝을 만나게 되니 어찌 왕정 스타일이라 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홀애비 오요한의 재산을 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여우 오군여의 정신없는 연기도 재밌다. 이 영화는 정이건과 임지령의 데뷔 초기 출연작품이기도 하다. 풋풋한 그들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박재환 2004-4-10)
▶追男仔 (1993) Boys Are Easy감독: 왕정(王晶)출연: 임청하,장만옥,구숙정,양가휘,정이건,임지령,오요한,성규안,오군여 홍콩개봉: 1993/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