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캐처] 억만장자는 왜 레슬러를 죽였을까 (Foxcatcher, 2014)

내달 22일 열리는 87회 아카데미영화상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조연상, 각본상, 분장상 등 모두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폭스캐처’(Foxcatcher)가 곧 개봉한다. ‘폭스캐처’는 ‘카포티’, ‘머니볼’ 등 실존인물의 실제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장인의 솜씨를 보인 베넷 밀러 감독의 또 하나의 ‘트루 스토리’이다.

 ‘폭스캐처’에서 다루는 내용은 지난 1996년 1월 26일 미국에서 일어난 한 살인사건을 다룬다. 살인을 저지른 자는 세계적인 화학제품 듀폰의 상속남 존 E.듀폰이었고, 그의 총에 맞아 현장에서 즉사한 사람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데이브 슐츠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데이브 슐츠와 마크 슐츠 형제는 레슬링 종목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딴다. 하지만 동생 마크(채닝 테이텀)는 언제나 형 데이브(마크 러팔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청년이었다. 금메달을 땄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허름한 아파트에서 인스턴트 음식을 먹고 고물 차를 몰아 열악한 체육관에 가서는 훈련에 매진한 것이다. 다음 선수권대회를 준비하고 다음 올림픽(88 서울올림픽)을 노리는 것이다. 어느 날 놀라운 제안이 들어온다. 듀폰이라는 사람이 비행기 티켓을 보내오고, 헬기로 그의 장엄한 저택에 초청한 것이다. 가진 것은 돈 밖에 없어 보이는 듀폰은 자신이 레슬링 코치라면서 미국 대표팀 선수를 조련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한다. 그래서 마크는 듀폰의 대저택에 딸린 체육관에서 레슬링 훈련에만 매진하게 된다. 나중엔 형도 이곳에 초대된다. 그런데 마크는 이곳에서 듀폰의 기이한 행동에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영화 ‘폭스캐처’는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운동선수의 인간승리를 다룬 스포츠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심리드라마에 가깝다. 영화관객에게 혼란을 안겨주는 사람은 억만장자 듀폰과 어눌한 레슬러 마크이다.

 영화 ‘폭스캐처’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듀폰이 왜 마크를, 그리고 데이브를 자신의 대저택에 끌어들였는지, 그리고 왜 억만장자가 레슬링 코치라는 역할에 목을 매는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왜 그가 방아쇠를 당기는지도 미스터리를 안겨준다.

 ‘폭스 캐처’에서 가장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 사람은 ‘듀폰’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얼굴표정에서부터 고스란히 보여준 스티브 카렐이다. 그동안 ‘40살까지 못해본 남자’(05), ‘겟 스마트’(08) 등의 작품을 통해 가벼운 코미디에 최적화된 배우로 인식했는데 마치 ‘트루먼쇼’의 짐 캐리만큼이나 놀라운 연기변신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듀폰은 거대한 저택에 유폐된 마마보이같은 인상을 안겨준다. 아마도 여러 가지 이유로 대도시의 회장집무실에서의 경영에서 배제당한 채 모든 것을 결정하는 어머니가 퍼붓는 잔소리 “넌 아무 능력도 없는 형편없는 애야”만 듣고 산 인물같이 보인다.

 영화제목 ‘폭스캐처’는 펜실베니아에 있는 듀폰의 800에이커 넓이의 대저택을 말한다. 듀폰의 조상들은 이곳 푸른 초원에서 마치 영국귀족들처럼 여우사냥을 즐겼었다. 존 E.듀폰은 그의 조상들, 그의 어머니의 유산을 철저하게 증오한 것이다. 그리고 ‘레슬링’만큼은 내가 코치 짓을 멋있게 해낼 수 있으리라 철썩같이 믿었을 것이다. 마크의 형 데이브의 코칭기술, 혹은 리더십이 낫다는 것을 받아들이긴 정말 싫었는지 모른다. (박재환.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