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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 포 콜럼바인] 미국인은 겁쟁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 Bowling For Columbine)
(박재환 2003.4.17) 1999년 4월 20일 즈음하여 난 뭘 하고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날 미국에선 난리가 났었다. 아침에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그 동안 지지부진하던 코소보 사태(신유고 연방의 코소보 독립을 둘러싼 민족간, 인종간 대학살 사건)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군사적 개입을 감행할 것이라고 밝혔단다. 그런데 그 몇 시간 뒤, 콜로라도 주 덴버시 리틀턴이라는 동네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믿기 어려운, 하지만 이제는 이미 일상화 되어버린 교내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교내폭력? 일진회 패거리 몇 명이 교장실 찾아가서 ‘차’ 접대하라고 깽판이라도 쳤단 말인가? 아님 ‘범생이’를 화장실에 불러다가 용돈이라도 갈취했단 말인가? 아마, 우리 정도의 소박한 ..
2008.02.15 -
[본명선언] Roots
[리뷰 by 박재환 1998/10/30] 일요일 저녁 8시 KBS 1TV에는 이란 프로그램이 방영되는데 가끔가다가 놀랄만큼 괜찮은 다큐멘타리를 보여준다. 최근 보여준 것은 이라는 작품이었다. 얼마 전 (1998년) 3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일드 앵글부문에서 상영된 영화이다. (며칠 전 이 영화의 표절시비가 일면서 전혀 뜻밖의 이유로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 다큐멘타리의 내용은 일본에 사는 우리 교포-특히 조국의 혜택은 거의 받지 못한 채, 그것이 그들의 굴레가 된 3세, 4세-들의 한글이름 쓰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담담하게 다큐멘타리로 만들어 보여주니 조금 다른 맛이 난다. 실제로 일본에서 사는 우리 교포의 90%는 현재 일본이름을 사용한..
2008.02.15 -
[레슬러] 성스러운 키 (부다뎁 다스굽타 감독 Uttara 2000)
이 영화의 원제목 는 ‘레슬러’의 인도말이 아니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의 극중 이름이다. 올 상반기 극히 이례적으로 국내에 소개된 의 나라 인도에서 공수되어온 는 신비로운 느낌마저 준다. 그것은 알렉한드로 조로도프스키의 에 맞먹는 신비로움과 사회적 금기에 대한 도전으로 가득한 사회변혁적 드라마라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에 맞추어 한국을 찾은 부다뎁 다스굽타 감독은 이 영화가 사회의 폭력, 정치의 폭력, 개인의 폭력 등 모든 폭력에 대한 고발극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는 한 여인에 대한 다중의 폭력을 포함하여, 난쟁이로 대표되는 집단에 대한 멸시와 위협이 그려진다. 게다가 힌두사회 인도에 존재하는 이교도에 대한 극단적 폭력도 있으며, 남성중심사상에 의해 희생당하는 지참금 무게보다 가벼운 여성에 대한..
2008.02.15 -
[패왕별희] 力拔山氣蓋世라도 어찌하리오 ( 진개가 감독 霸王别姬/ Farewell My Concubine,1993
천카이거(진개가) 감독의 는 깐느영화제에서 제인 캠피온 감독의 와 함께 황금종려상을 공동수상했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외국어작품상 후보에 오른 홍콩영화이다. 물론, 장국영의 사후 장국영 팬들로부터 “장국영의 숨결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꼽은 영화이기도 하고 말이다. 는 홍콩의 베스트셀러작가 이벽화(李碧華)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벽화는 , , , 등과 같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운명과 사랑의 이야기를 주로 펼치는 작가이다. 또한 그러한 역사의 소용돌이라는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지 못하는 파트너와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다. 원래 ‘패왕별희’의 이야기는 진시황 기 죽은 뒤, 다시 사분오열될 중원을 두고 대격돌을 벌였던 한나라 유방과 초패왕 항우의 이야기에서 연유한다. 유방은 결국 항우를 무찌르..
2008.02.15 -
[천룡팔부] 김용 소설의 쇼 브라더스식 해석 (포학례 감독 天龍八部 Battle Wizard 1977)
(박재환 2005/3/2) 김용이 쓴 길고 긴, 많고 많은 무협소설들은 홍콩, 중국, 대만에서 경쟁적으로 TV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도 "누가 주인공으로 나온 게 더 재밌다"라고 말할 정도로 매니아가 많다. 지난달 임청하, 공리, 장민 등이 출연하는 영화 [천룡팔부](94년)의 리뷰를 올리면서 김용 이야기와 그의 대하소설이 어떻게 100분 짜리 영화에 구겨 넣어지는지를 소개한 적이 있다. 김용의 [천룡팔부]는 1977년도에 쇼 브라더스에서 한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물론 그 전에 다른 김용 작품도 잇달아 영화로 만들어졌었다. 그럼 김용 소설의 SB(쇼 브라더스) 버전은 어떨까. 소설을 읽은 사람은 다들 아시겠지만 [천룡팔부]는 출연진도 많고 각종 무예가 집대성한 굉장히 스케일이 ..
2008.02.15 -
[백발마녀전]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어버리면? (우인태 감독 白髮魔女傳 The Bride With White Hair,1993)
너무 오래전 쓴 리뷰. 우인태 감독은 최근 헐리우드에서 라는 호러무비를 내놓았다. 주연은 의 제니퍼 틸리. 홍콩출신 영화인이 헐리우드에 꽤 많이 진출했고, 참으로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은 우인태 감독의 1993년도 히트작품이다. 우인태-장국영 조합은 을 내놓아 한 차례 더 성공한다. 이 작품의 원작은 양우생의 무협소설 이다. 양우생도 인기 무협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영화는 무협소설의 양식을 그대로 따른다. 정통과 이단, 사교의 출몰, 적과의 사랑, 죽음으로 갈라서는 연인, 그리고 끝없는 기다림 등등. 영화가 시작되면, 다음과 같은 자막이 올라간다. 청(淸)나라 초기 순치제 시절(順治年間). 황제는 중병에 걸려 위독했다. 그러나 천설봉(千雪峰)에 20년마다 피는 꽃이 있으니, 이 꽃을 먹으면 ..
2008.02.15 -
[주성치의 홍콩 마스크] 주성치의 변신합체로보트 (엽위민 감독 百變星君, Sixty Million Dollar Man, 1995)
(박재환 1999.8.27.) 대한민국에서 나오는 영화잡지 중 가장 수준이 높은(?), 그래서 가장 덜 팔리는(!) 잡지로 알려진 가 판매확충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우리도 이런 거 다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99년 8월호에 을 마련하였다. 어찌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러한 기획특집을 보면서 피할 수 없는 주성치의 매력이나, 홍콩영화계에 있어서의 주성치의 위치를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주성치의 시대는 저물고 있음은 분명하다. 성룡이나 주윤발 같은 선배스타는 서구로 진출하고, 이제 남은 스타들이 홍콩에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상황. 이것은 동남아 경제불황에다가 홍콩영화계의 흥행부진이 겹쳐 일어난 사태이기도 하다. 외신을 보니 주성치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려고 백방으로..
2008.02.15 -
[철권] 신구의 조화
[Reviewed by 박재환 2002/9/15] 지난 연말 홍콩에서 개봉되어 개봉 첫주에 홍콩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던 SF영화 이 이라는 제목으로 얼마 전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홍콩개봉을 앞두고는 '정이건'이 출연한다하여 팬들의 기대를 잔뜩 모았었는데 알고보니 정이건은 '우정출연'으로 총 출연씬이 1분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홍콩영화의 한 경향을 알 수 있는 배우들과 내용으로 중무장한 작품이니 홍콩영화 매니아라면 챙겨볼 필요가 있는 영화. 유위강 감독의 작품이 왕정 감독과 차별성을 띠는 것이 바로 CG를 활용한 근사한 화면구성에 있다. 에서 맹숭맹숭한 자동차 체이스 장면을 박진감있는 볼거리로 만든 것은 홍콩영화의 저조기를 어떤 식으로 돌파해보려는 이들의 노력때문이었을 것이다. 은 영..
2008.02.15 -
[열혈남아] 형! 1분만이라도 유명해지고 싶어.. (왕가위 감독,旺角下門1988)
(박재환 1999.11.23. – 꽤 오래 전에 쓴 리뷰네. 언젠가 다시 보고 다시 쓸 예정) 왕가위 팬이라서 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의 작품은 볼수록 매력적이다. 이 영화는 그의 감독 데뷔작품이다. 아마, 유덕화 팬이라면 그가 (비디오 출시제목이 ‘천장지구’>에서처럼 조금 잔인하게 얻어터지는 장면 때문에라도 ‘멋진’ 영화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장면 때문에 이 영화는 오늘날, 좀 덜 떨어진 신창원 따라하기 추종자들이 볼 경우, 잘못된 감동을 충분히 받을 수도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장학우는 일생일대의 열연을 펼친다. 확실히 이 영화는 소외와 고독의 영화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홍콩의 어두운 밤풍경과 칙칙한 거리, 조명들로 가득한 도심을 스쳐 지나간다. 가라오케의 수많은 모니터에서는 알 수 없..
2008.02.15 -
[동사서독(오리지널)] 타임 쉐이크 (왕가위 감독 东邪西毒 Ashes of Time , 1994)
예전에 영화 잡지 가 부록으로 의 프랑스판 포스터를 부록으로 준 적이 있다. 왕가위 팬이라면 누구나 벽에 붙이고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박재환 2003.4.21) 왕가위 감독이 에서 놀라운 문학적 성취를 이룬 뒤 내놓은 새로운 스타일의 무협물 은 ‘시간의 관념’에 대한 영화이다. 그것은 왕 감독이 에서 읊조린 ‘1960년 4월 16일의 1분’에서 확장된 개념이기도하고. 남자 하나, 여자 하나의 열정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수많은 인간들이 패착을 둔 사랑의 궤적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A는 B를 사랑하고, B는 A를 사랑할 수 없다. B를 짝사랑하는 C는 D를 사랑하게 되고 그 때문에 E는 실연한다. F는 C의 사랑을 받을 수 없어 저홀로 저주하고 저홀로 자기연민에 빠진다. G는 A에서게 B의 그림자를 ..
2008.02.15 -
[친니친니] 내 마음의 안나 막달레나 (安娜瑪德蓮娜,1998)
이 영화의 홍콩 제목은 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바흐의 곡이 나온다. 피아노 연주곡으로부터 진혜림의 흥얼거림까지 다양하게. 그럼 음악영화? 출연진 면면으로 보자면 이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도 될만하다. 주인공 금성무, 곽부성, 진혜림은 모두 가수이다. 그리고 카미오로 나오는 장국영이나 장학우, 원영의까지. 프로페서널한 만능 홍콩 연예인들이 대거 등장한다. 처음엔 세 사람의 풋풋한 청춘이 정해지지 않은 사랑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 같다. 조용하고 순정파인 금성무, 플레이보이에 활달한 곽부성, 그리고 풋풋한 매력의 진혜림. 이들 셋이 어떻게 서로를 알게 되고, 어떻게 이어지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지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이와이 순지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
2008.02.15 -
[오디션] 끼리끼리끼릭.. 절단나는 소리 (미이케 다카시 감독 オーディション Audition 2000)
(박재환 2005/1/10)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2000년도 작품 [오디션]은 꽤 유명한 작품이다. 2000년 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면서 곧바로 우리나라 호러 매니아들에게 미이케 다카시의 존재를 알렸다. 이 다작주의자이며 확실히 작가주의 감독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오디션]은 확실히 볼만한 작품이다. 영화는 [아메리칸 뷰티]에 나오는 중반 아저씨의 회춘의 좌절을 그리고 있다. 아내를 병으로 잃은 뒤 7년. 이제 고등학생으로 자란 아들 하나만을 데리고 그럭저럭 살아온 일본 중년 아저씨(이시바시 료)는 재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된다. 영화사를 운영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오디션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재혼할 여자를 뽑을 계획도 세운다.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가기 전날, 외로움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2008.02.15 -
[애정만세] 이만큼 고독하기도 힘든… (채명량 감독,愛情萬歲 1994)
(박재환 1998/8/29) 이 영화에는 두 남자, 한 여자, 그리고, 침대 하나가 있는 한 아파트가 나온다. 대만? 우리나라사람이 인식하는 대만은 컴퓨터 부속품을 ‘잘’ 만드는, 그리고, 왠지 일벌레 같은 사람들만 사는 조그만 섬나라를 떠올린다. (인구 2,500만에 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친 크기이다!) 그리고, 공산대륙 중국의 위협 속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정(政!)체성을 지키고 있는 민주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내가 처음 대만에서 본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다. 하지만, 대만사람들 자신들도 이런 영화를 중요하게 인식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영화에 관심 있는 몇몇 사람들만이 가끔 입에 올리는 아주 지루하고, 끔찍한 영화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영화가 일부 사람에게 통하는 필견..
2008.02.15 -
[2046] 화양연화 속편, 아비정전 외전
[Reviewed by 박재환 2004-10-11] 왕가위 감독의 신작 [2046]을 보면 윤후명의 [약속 없는 세대]란 소설이 생각난다. 기라성 같은 중화권 톱 스타들을 데리고 5년 동안 온갖 화제를 양산하며 겨우겨우 완성한 작품 [2046]은 왕가위 팬에게는 곤혹스런 작품이다. 남녀의 격정적 감정이 [화양연화]보다 더 나아간 것도 아니며, [아비정전]만큼 가슴 저미는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언뜻 보아도 이 영화에 관계된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온갖 고통이 용해된 것 같은 처연함이 깃들어 있다. 이 영화는 '2046년'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SF는 절대 아니다. 이 영화의 주된 정서는 [아비정전]과 [화양연화]와 동시대인 1960년대의 암울한 홍콩의 뒷골목이다. 유덕화가, 그리고 장국영이 ..
2008.02.15 -
[마등출영] 양조위, 웃기다 (가수량 감독, 韋小寶之奉旨溝女 1993)
(박재환 1999/8/23) 이건 또 뭐야? 양조위가 이런 영화에 다 출연했었구나. 관심 없이 봤다면 아마 이 영화가 주성치 영화인줄 착각할 것이다. 정말이지 완전히 주성치 스타일의 영화이다. 머리 싸매고 해석할 필요 없는 단순한 코미디의 매력과 저예산과 고예산의 중간쯤에서 완성되는 특수효과의 현람함,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순정 코믹연기와 썰렁한 개그는 두말없이 주성치 영화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주성치도, 막문위도, 이력지도 안 나온다. 양조위의 연기력에 감탄할 뿐이다. 그에게 이런 코미디기질이 다 있었다니! 가수량 감독은 에서는 배우로 나왔고, 같은데서는 액션지도를 했고, 뭐 그런 감독이다. 그런데 스탭진에 유위강이 있다. 고혹자와 풍운, 중화영웅의 그 감독 유위강이 이 영화에..
2008.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