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룡팔부] 김용 소설의 쇼 브라더스식 해석 (포학례 감독 天龍八部 Battle Wizard 1977)

2008. 2. 15. 12:42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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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5/3/2) 김용이 쓴 길고 긴, 많고 많은 무협소설들은 홍콩, 중국, 대만에서 경쟁적으로 TV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도 "누가 주인공으로 나온 게 더 재밌다"라고 말할 정도로 매니아가 많다. 지난달 임청하, 공리, 장민 등이 출연하는 영화 [천룡팔부](94)의 리뷰를 올리면서 김용 이야기와 그의 대하소설이 어떻게 100분 짜리 영화에 구겨 넣어지는지를 소개한 적이 있다. 김용의 [천룡팔부]1977년도에 쇼 브라더스에서 한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물론 그 전에 다른 김용 작품도 잇달아 영화로 만들어졌었다. 그럼 김용 소설의 SB(쇼 브라더스) 버전은 어떨까. 

소설을 읽은 사람은 다들 아시겠지만 [천룡팔부]는 출연진도 많고 각종 무예가 집대성한 굉장히 스케일이 큰 대하 무협극이다. 단예와 소붕, 허죽 이들 세 영웅호걸의 장대한 우정극이 주된 플롯이다. 이들 세 명의 인연이 하도 기구하고, 겪게 되는 모험담이 보통이 아니기에 이들 세 사람의 이야기를 동시에 한 편의 영화에 넣는다는 것은 무리 중의 무리이다. 94년도 작품에서는 소림사 승려 '허죽'이 어떻게 무술의 고수가 되는지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77년도 SB작품은 '단예'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단예는 대리국(大理國 (937~1252)의 태자이다. 북송(北宋)시대 현재의 호남-귀주성 부근에 자리 잡고 있던 운남(雲南) 대리국은 실재했던 나라이며 김용 선생은 '역사''이야기''전설'을 황당하게 잘 버물려 멋진 무협소설을 만들어낸 것이다. 단예의 아버지 단정순은 대리국의 왕이면서도 타고난 풍류가-바람둥이-이다. 그는 곳곳에서 수많은 여자와 순정을 나눈다. 영화가 시작되면 단정순이 왠 여자와 정사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여자는 '진홍면'인 듯. 이때 (아마 남편인 듯한) 한 남자가 나타나서 여자를 두고 싸운다. 단정순은 대리국의 가전 비기인 '일양지'로 이 남자의 두 다리를 끊어놓는다. 이 남자는 복수를 다짐하며 담을 넘어 사라진다. (원작에서 다리가 끊기고 복수를 다짐하는 사람은 원래 대리국의 황태자였던 단연경(단정순의 형)이다. 그는 나중에 사대악인의 우두머리가 되어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단정순은 여태 사랑을 나누었던 여자를 차버리고 다른 여자와 왕궁으로 돌아간다. 

단정순은 자신의 대를 이어 나라를 이끌 '단예'가 무예는 않고 책만 읽는 것이 최대 고민이다. (당시엔 왕이 글 익히기보단 무예에 더 힘을 쏟아야 했다. 그래야 나라를 지킬 수 있었나보다) "단예야, 너 황궁을 나가 무예 좀 익혀라." 그래서 단예는 황궁을 떠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이 단예 역을 맡은 배우는 이수현.(나중에 홍콩 느와르 시절에 형사로 곧잘 나오던 배우이다) 단예가 처음 만난 여인은 뱀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종영(鍾靈)이라는 아가씨. (소설에서는 종영은 소약차 감보보와 종만구의 딸로 나오다가 나중에 자신의 친아버지가 누군지 알게 된다) 종영은 무예 익히기를 싫어하는 단예에게 '망고주합'에게 물리면 천하무공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망고주합'이 뭔지는 소설 봐도 영상이 안 떠오르지만 영화 보면 저런 거였나 알게 된다. 그냥 두꺼비같이 생긴 파충류라고 생각하면 된다. 설산에서 인삼 먹고 삼천 년을 산 놈이려니 하면 된다.

 한편 첫 장면에서 단정순에게 버림받은 진홍면은 딸-목완청-에게 복수의 바톤을 넘겨준다. 그리고 "넌 꼭 복면을 써야한다. 어떤 놈이든지 너의 얼굴을 보게 되는 자가 있으면 죽이든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 진행상 알겠지만 단예는 천하무공을 얻게 되고 목완청의 맨 얼굴을 보게 되면서 결혼을 약속한다. 단연경은 졸개 남해악신을 데리고 단정순에게 복수를 하러 나선다. 결국 대리국 왕궁에서 이들이 모두 모여서 일합을 겨루게 된다. 

목완청이 엄마의 복수를 하려 하자 단정순이 하는 말 "애야, 내가 니 애비다."이다. 단예와 목완청은 친남매 관계였던 것이다. (물론 배 다른...) 단예는 천하제일 무공으로 단연경을 무찌른다. 그리곤 종영과 함께 말을 달려 사라진다. 

**** 스포일러... 소설 읽을 사람이라면 다음 몇 줄을 절대 읽으면 안 됩니다. 큰일 납니다. *** 

근데 소설을 본 사람이라면 의아해할 것이다. 단연경과 단정순의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 도백봉이 있고, 단예의 친아버지가 단연경이라는게 밝혀지고 종영도 결국 목완청과 같은 케이스라는 것이 밝혀진다. 소설 보면 단예는 왕어언이란 여자만 줄기차게 쫓아다닌다. 

이 영화의 각본은 김용의 절친한 친구이며 SF, 무협작가인 예광이 맡았다. 김용은 자신의 소설을 신문에 연재할 때 가끔 펜을 친구 예광에게 넘긴 적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김용의 원래 의도와는 달리 이야기가 진행된 것도 있다고 한다. 사실 어떤 사연을 지녔는지는 몰라도 김용 소설은 굉장히 다채롭다는 특징이 있다. 예광은 김용의 원작을 자신의 주특기까지 섞어가면서 1977년도 홍콩산 SF무협극을 만든 셈이다. 마치 괴수영화나 80년대 울트라맨 식의 광선빔 발사 장면은 지금 보면 깬다고 해야 할지 참신하다고 해야 할지 망설여질 정도이다. 

예광은 우리나라 영화 팬에겐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위사리전기] 시리즈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유덕화와 관지림이 나온 영화 [남혈인]이 바로 위사리(웨슬리) 씨리즈의 하나이다. 

이 영화의 감독 포학례는 장철 밑에서 감독 수업을 받은 인물이다. [수호지] 등 몇 편을 함께 감독한 적도 있는 그는 장철과는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었다. 주인공 단예 역의 이수현은 지금도 가끔 홍콩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 장철 감독의 무협물 [쌍협]으로 데뷔했었다. 목완청 역을 맡은 배우는 염니(恬妮 ,티엔니), 종영 역은 임진기(林珍奇)라는 배우가 맡았다. 잘 모르는 옛 홍콩 배우들이다. 

여하튼 영화는 김용 소설만큼 재밌다. 장대한 대하드라마의 욕심을 버리고 아기자기한 구닥다리 특수효과로 오락영화의 잔재미를 준 셈이다. (박재환 20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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