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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의 중국영화이야기

[Reviewed by 박재환 1999/8/20]   이 영화의 홍콩 개봉제목은 <안나막달레나(安娜瑪德蓮娜-발음:안나마더리엔나)>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바흐의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클라비어>곡이 여러가지 버전으로 흘러나온다. 피아노 연주곡으로부터 진혜림의 흥얼거림까지... 그럼 음악영화? 사실 출연진만으로 보자면 이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도 될만하다. 주인공 금성무, 곽부성, 진혜림은 모두 가수이다. 그리고 카미오로 나오는 장국영이나 장학우, 원영의도 앨범낸 진짜 프로페서널 가수이다. 정말이지 홍콩 연예인은 만능 엔터테어너이다. 이들이 모여서 영화를 만들었으니, 화면에선 멜로리가 흘려나오고, 관람 느낌이 경쾌한 발라드임은 어쩔 수 없다. 영화는 젊은사람의 감각에 맞춰서 이끌어간다. 처음엔 세 사람의 풋풋한 청춘이 정해지지 않은 사랑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 같다. 조용하고 순정파인 금성무, 플레이보이에 활달한 곽부성, 그리고 풋풋한 매력의 진혜림. 이들 셋이 어떻게 서로를 알게 되고, 어떻게 이어지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지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상당히 깔끔하다. 마치 이와이 순지 영화 한편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감독은 해중문이란 사람인데, <첨밀밀>에서 미술을 맡았던 사람이다. 해중문은 장숙평만큼이나 많은 홍콩영화에서 미술담당을 하였다. 그가 감독데뷔작으로 내놓은 이 작품에서 그의 장기를 십분 살러서 영상자체가 깔끔하다. 그리고 영화자체도 상당히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다. 마치 한 편의 동화같은 환상극을 만들어내었다.

영화는 모두 4악장으로 이루어졌다. 또 음악영화? 각 악장별 제목과 내용은

제1악장 유목연 - 소설 한 권 쓴 적 없는 자칭 '소설가', 뜻밖의 만남, 우정의 시작
제2악장 목만이 - 윗층에 새로 이사온 초보 피아니스트, 예정된 만남, 사랑의 시작
제3악장 유목연과 목만이 - 두 남자와 한 여자, 어긋난 만남과 사랑의 이야기
제4악장 변주 - 가후가 남긴 소설, 그리고 출판사 편집장과 직원의 이야기

그러니까 프랑소와 트뤼포의 명작 <Jules et Jim>이래와 2남1녀의 러브스토리가 기본 플롯이다. 물론 이런 경우 한 남자 - 보통 소심하며, 세심하며, 순진한 쪽 - 는 그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결코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한 남자 -바람둥이기질이 있으며, 말빨 세고, 터프하며, 일단 보기에 멋진 -에게 사랑을 빼앗기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이만큼 흘려가서야 그 여자는 이 남자의 진심을 알게 되고, 사랑을 되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이 영화에서도? 물론 우리의 가후(금성무)는 소심하고, 세심하고, 순진하다. 그리고 혼자 고독을 즐기는 타입이고 말이다. 그는 피아노 조율사이다. 출장수리나가서는 남들이 뚱땅거릴 피아노의 음을 맞추어주는 것이 그의 평생의 직업이다. 배운 것이 없어(나중에 그가 쓴 소설작품을 본 출판사 직원이 글자조차 삐뚤거리고 맞춤법, 문법이 틀린 것에 대해 한소리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오직 피아노의 제 소리 찾기에만 심혈을 기울이는 그에게 처음 나타난 사람은 유목연이다. 바람둥이이며 터프하며, 말 잘하는, 그리고 일단 보기엔 멋진 자칭 소설가지망의 백수건달이다. 곽부성이 그 역을 맡았고 말이다. 둘은 우연히 만났고, 천하태평 곽부성의 능글맞을 정도의 늑살에 동거하게 된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그들의 아파트 바로 윗층에 목만이 라는 예쁜 여자가 이사와 살게된다. 맨날 피아노를 뚱땅거린다. 바흐의 안나막달레나를... 그러면 안 그래도 안쓰지는 소설로 핑계거리 찾는 곽부성이 과악과악-댄다.^^

그렇게 살다보면 셋은 같은 또래이며, 같은 홍콩의 젊은이로서 표준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우리의 금성무는 주저하다 그만 목만이(진혜림)을 놓치고 만다. 그래서 "용감한 자만이 미녀를 얻는다!"라는 쓸데없는 말이 생긴 모양이다. 금성무는 분명 가슴앓이를 하였을 것이고,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그것이 그 나이에서 한번쯤은 겪게 되는 특권이자 통과의례인 것이다.

곽부성의 연기에서 웃기는 장면이 둘 있다. 처음 세 명이 엘리베이터 탔을때 아침마다 울리는 피아노 소리에 화가 잔뜩난 곽부성이 아주 제스쳐를 크게 하며 버턴을 누를 때와, 진혜림과 키스하려다가 진혜림이 "뭐하는 거야".. 할때 "입술길이 잰다.." 할때. ^^

1,2,3 악장은 애틋한 느낌이 있다. 보다보니 난 금성무 편이 되어서, '음.. 진혜림과 잘 되었음 하는데...' 혼자 생각했었다. 그런데 역시 금성무는 순진파라서 그냥 속앓이만 하다 남좋은 일만 시키고 한단락 끝난다. 그리고, 그동안 동거(!)해오던-정확히는 얹혀살던- 곽부성이 올때처럼 팬티와 책 몇 권이 전부인 상자를 주섬주섬 챙겨서는 이제 윗층으로 더불살이 하러 올라간다. 그리고 카메라는 이 모습을 멀찍이서 깔끔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영화는 4악장에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바로, 금성무의 복수극인 것이다. 그의 성격에 맞게 그가 생각해낸 것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소설집필이었다. 문법 틀리고 삐뚤거리는 글자의 원고를 보는 출판사 직원 원영의는 편집장 장국영에게 애틋한 감정을 갖고 있음은 대번에 알 수 있다. 바로 금성무와 같은 마음인 것이다. 그런 마음의 자세에서 읽기 시작한 금성무의 환상소설에 어찌 안 빠져들 수 있으리오. 그리고 영화보는내내 금성무에게 동정심을 갖고 있던 박재환이 어찌 이 4악장에 매료되지 않을 수 있으리오.^^

금성무가 쓴 소설은 '금성무-진혜림'이 기막힌 인연으로 기막힌 모험을 하고, 기막힌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엘리트의 사랑도 아니고, 터프가이 섹시걸의 만남도 아닌, 그야말로 초라할 정도의 불쌍한 연인의 황당한 러브스토리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워낙 공부를 못했던 두 사람의 소시적 별명 '가세표보이'(시험지가 온통 꼽표 꼽표이다...)와 '빵점걸'(맨날 빵점만 받는다)이다. 그리고 둘이 모여 사업한답시고 기타들고 사랑의 세레나레를 대신 불려줄때의 그 어의없는 헤프닝 들이 깔끔하다. 음.. 깔끔이~~~

물론, 영화는 사랑 이야기 이외에는 없다. 아니 사랑 이야기 외에 뭘 원하지? 사생아라도 원하는가? 영화가 처음엔 순전히 음악영화 혹은 순수 문예물로만 진행될 듯하더니, 곧이어 활극 비슷한 의협드라마가 펼쳐지고, 또다시 방황하던 두 연인의 운명적 만남으로 매듭지어진다. 재미있다.

아까 뉴스시간에 외신보도를 하나 보니 흥미있는 내용이었다. 미국의 한 의료진이 쥐새끼를 이용한(음.. 모르모토겠지^^) 실험에서 밝혀낸 사실에 따르면 포유류의 세포구조에서 일부일처를 선호하는 것과 바람둥이 기질이 각기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단다. 구체적인 실험내용은 아무 쥐하고나 교미하는 (왕성한 성욕의?) 쥐의 특정세포와 그렇지 않은 쥐의 세포에서 각기 추출한 세포조직을 상호 이식시키고 실험한 결과 뚜렷이 다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태까지 알려진대로 동성애자들의 특정세포가 일반인과 차이가 있다는 의학적 발견만큼 이제 바람둥이기질도 천성적이라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곽부성이나 금성무의 경우처럼 말이다. 음... 별 소리를 다한다.^^ 그나저나, 그런 발표가 사실이라면 앞으로 약국에선 '바이그라'나 '모조'와 더불어 '바람둥이 간세포', '일편단심 性염색체'..이런 것이 나란히 진열되어 팔리겠다. 어떤 것이 많이 팔릴까? 음.. 궁금하다.. 영화보고 딴 생각하지 맙시다.

安娜瑪德蓮娜 (1998)
감독: 해중문
주연: 금성무, 곽부성, 진혜림, 장국영, 원영의
한국개봉: 1998/11/21


Posted by 박재환입니다. 박재환=중국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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