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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러] 성스러운 키 (부다뎁 다스굽타 감독 Uttara 2000)

3세계영화 (아시아,아프리카,러시아,중남미)

by 내이름은★박재환 2008. 2. 1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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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원제목 <우타라>는 ‘레슬러’의 인도말이 아니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의 극중 이름이다. 올 상반기 극히 이례적으로 국내에 소개된 <춤추는 무뚜>의 나라 인도에서 공수되어온 <레슬러>는 신비로운 느낌마저 준다. 그것은 알렉한드로 조로도프스키의 <성스러운 피>에 맞먹는 신비로움과 사회적 금기에 대한 도전으로 가득한 사회변혁적 드라마라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에 맞추어 한국을 찾은 부다뎁 다스굽타 감독은 이 영화가 사회의 폭력, 정치의 폭력, 개인의 폭력 등 모든 폭력에 대한 고발극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는 한 여인에 대한 다중의 폭력을 포함하여, 난쟁이로 대표되는 집단에 대한 멸시와 위협이 그려진다. 게다가 힌두사회 인도에 존재하는 이교도에 대한 극단적 폭력도 있으며, 남성중심사상에 의해 희생당하는 지참금 무게보다 가벼운 여성에 대한 절규도 포함되어있다. 이러한 계급제도가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는 다민족, 다언어국가 인도의 병리현상이 모두 뒤범벅이 된 채 감독은 한 여성으로부터 이야기를 길게 뽑아내는 것이다. 물론, 그 겉모습은 <춤추는 무뚜>와 <성스러운 피>를 병치시켜놓은 기묘한 음유시인적 이미지이다.

힘쓸만한 모든 장정들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인도 벵골의 시골마을이 배경이다. 젊은이가 도시로 돈 벌러 떠난 그 자리엔 노인들과 여자들과 이교도 등이 혼재되어 있다. 노인들은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회당을 찾을 것이며, 언젠가는 캘커타를 거쳐 희망과 음식의 천국 미국으로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한다. 남정네가 떠나간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여인은 몸을 판다.

이런 주위의 번잡함과 초라함을 극복하는 두 남자 주인공 ‘니마이’와 ‘발라람’은 의외로 레슬링을 즐긴다. 하루 한 두 번 지나가는 기차를 위해 건널목 차단기를 오르내리는 일이 일과의 전부인 둘은 시간만 나면, 틈만 나면, 웃통을 벗은 채 모래판에서 레슬링 시합을 펼친다. 영화는 줄곧 두 남자의 ‘버디’적, 혹은 ‘퀴어’적 관심을 이끈다. 기묘하게 뒤엉키는 둘은 함께 숨쉬고, 함께 뒹굴며, 또한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다. 이때 ‘우타라’라는 여인이 등장하면서 남자 둘과 여자 하나의 기묘한 동거관계가 형성된다. 하지만, 니마이와 발라람의 관계 속에 우타라가 끼어들 틈은 없는 것이다. 두 남자의 관계를 대변하는 레슬링에 비하면, 우타라의 지위는 한줌 모래 무게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귀엽던 이들의 행동은 갑자기 비인간적 무관심으로 전락해버린다. 이교도가 습격당하는 동안, 그 둘은 여전히 레슬링에 몰두하며 우타라의 외침에는 무신경하다. 오히려 우타라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난쟁이이다. 하지만, 난쟁이의 사랑의 속삭임은 곧 폭도의 칼에 쓰러지고 만다. 감독은 우타라의 외침과 난쟁이의 대화를 통해 명확히 주제를 드러낸다.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점에 관해서이다. 또한, ‘다수’가 생각하는 행복과 편견에 의해 억압받는 ‘소수’의 피해를 다룬다. 이것은 난쟁이의 꿈과 관련 있고, 팔려온 우타라의 행복과 직결되는 근원적 의문인 것이다. 물론, 다스굽타가 그리는 현실에서는 선한 사람은 모두 죽고,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힌 두 레슬러는 여전히 모래판에 붙어 있는 것이다. (박재환 2000.10.14.)

[레슬러|Uttara] 감독: Buddhadev Dasgupta 출연: 사우랍 다스, 샨카 차크라보티, 자야 실, 타파스 팔 (2002) 5회 부산영화제개막작(2000) 57회 베니스영화제 특별감독상 수상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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