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니친니] 내 마음의 안나 막달레나 (安娜瑪德蓮娜,1998)

2008. 2. 15. 08:38홍콩영화리뷰

이 영화의 홍콩 제목은 <안나막달레나(安娜瑪德蓮娜-발음:안나마더리엔나)>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바흐의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클라비어>곡이 나온다. 피아노 연주곡으로부터 진혜림의 흥얼거림까지 다양하게. 그럼 음악영화? 출연진 면면으로 보자면 이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도 될만하다. 주인공 금성무, 곽부성, 진혜림은 모두 가수이다. 그리고 카미오로 나오는 장국영이나 장학우, 원영의까지. 프로페서널한 만능 홍콩 연예인들이 대거 등장한다. 처음엔 세 사람의 풋풋한 청춘이 정해지지 않은 사랑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 같다. 조용하고 순정파인 금성무, 플레이보이에 활달한 곽부성, 그리고 풋풋한 매력의 진혜림. 이들 셋이 어떻게 서로를 알게 되고, 어떻게 이어지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지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이와이 순지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깔끔하다. 감독은 해중문이란 사람인데, <첨밀밀>에서 미술을 맡았던 사람이다. 해중문은 장숙평만큼이나 많은 홍콩영화에서 미술담당을 하였다. 그가 감독데뷔작으로 내놓은 이 작품에서 그의 장기를 십분 살려 영상 자체가 깔끔하다. 그리고 영화 자체도 상당히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다. 마치 한 편의 동화 같은 환상극을 만들어내었다.

영화는 모두 4악장으로 이루어졌다. 또 음악영화? 각 악장별 제목과 내용은

제1악장 유목연 – 소설 한 권 쓴 적 없는 자칭 ‘소설가’, 뜻밖의 만남, 우정의 시작

제2악장 목만이 – 위층에 새로 이사 온 초보 피아니스트, 예정된 만남, 사랑의 시작

제3악장 유목연과 목만이 – 두 남자와 한 여자, 어긋난 만남과 사랑의 이야기

제4악장 변주 – 가후가 남긴 소설, 그리고 출판사 편집장과 직원의 이야기

그러니까 프랑소와 트뤼포의 명작 같이 2남1녀의 러브스토리가 기본 플롯이다. 물론 이런 경우 한 남자 – 보통 소심하며, 세심하며, 순진한 쪽 – 는 그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결코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한 남자 -바람둥이 기질이 있으며, 말 잘하고, 터프하며, 일단 보기에 멋진 -에게 사랑을 빼앗기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이만큼 흘려가서야 그 여자는 이 남자의 진심을 알게 되고, 사랑을 되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이 영화에서도? 물론 우리의 가후(금성무)는 소심하고, 세심하고, 순진하다. 그리고 혼자 고독을 즐기는 타입이다. 그는 피아노 조율사이다. 출장 수리 나가서는 남들이 뚱땅거릴 피아노의 음을 맞추어주는 것이 그의 평생의 직업이다. 배운 것이 없어(나중에 그가 쓴 소설 작품을 본 출판사 직원이 글자조차 삐뚤거리고 맞춤법, 문법이 틀린 것에 대해 한소리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오직 피아노의 제 소리 찾기에만 심혈을 기울이는 그에게 처음 나타난 사람은 유목연이다. 바람둥이이며 터프하며, 말 잘하는, 그리고 일단 보기엔 멋진 자칭 소설가가 되고 싶어하는 백수건달이다. 곽부성이 연기한다. 둘은 우연히 만났고, 천하태평 곽부성의 능글맞을 정도의 넉살에 동거하게 된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그들의 아파트 바로 위층에 목만이라는 예쁜 여자가 이사와 살게 된다. 맨날 피아노를 뚱땅거린다. 바흐의 안나 막달레나를… 그러면 안 그래도 안 쓰이는 소설로 핑곗거리 찾는 곽부성이 과악과악-댄다.^^

그렇게 살다보면 셋은 같은 또래이며, 같은 홍콩의 젊은이로서 표준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우리의 금성무는 주저하다 그만 목만이(진혜림)을 놓치고 만다. 그래서 “용감한 자만이 미녀를 얻는다!”라는 쓸데없는 말이 생긴 모양이다. 금성무는 분명 가슴앓이를 하였을 것이고,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그것이 그 나이에서 한 번쯤은 겪게 되는 특권이자 통과의례인 것이다.

곽부성의 연기에서 웃기는 장면이 둘 있다. 처음 세 명이 엘리베이터 탔을 때 아침마다 울리는 피아노 소리에 화가 잔뜩 난 곽부성이 아주 제스쳐를 크게 하며 버턴을 누를 때와, 진혜림과 키스하려다가 진혜림이 “뭐 하는 거야”.. 할 때 “입술 길이 잰다..” 할 때.

1,2,3악장은 애틋한 느낌이 있다. 보다보니 난 금성무 편이 되어서, ‘음.. 진혜림과 잘 되었음 하는데…’ 혼자 생각했었다. 그런데 역시 금성무는 순진파라서 그냥 속앓이만 하다 남 좋은 일만 시키고 한 단락이 끝난다. 그리고, 그동안 동거(!)해오던-정확히는 얹혀살던- 곽부성이 올 때처럼 팬티와 책 몇 권이 전부인 상자를 주섬주섬 챙겨서는 이제 위층으로 더부살이하러 올라간다. 그리고 카메라는 이 모습을 멀찍이서 깔끔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영화는 4악장에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바로, 금성무의 복수극인 것이다. 그의 성격에 맞게 그가 생각해낸 것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소설’집필이었다. 문법 틀리고 삐뚤거리는 글자의 원고를 보는 출판사 직원 원영의는 편집장 장국영에게 애틋한 감정을 갖고 있음은 대번에 알 수 있다. 바로 금성무와 같은 마음인 것이다. 그런 마음의 자세에서 읽기 시작한 금성무의 환상소설에 어찌 안 빠져들 수 있으리오. 그리고 영화 보는 내내 금성무에게 동정심을 갖고 있던 차에 어찌 이 4악장에 매료되지 않을 수 있으리오.^^

금성무가 쓴 소설은 ‘금성무-진혜림’이 기막힌 인연으로 기막힌 모험을 하고, 기막힌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엘리트의 사랑도 아니고, 터프가이 섹시 걸의 만남도 아닌, 그야말로 초라할 정도의 불쌍한 연인의 황당한 러브스토리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워낙 공부를 못했던 두 사람의 소싯적 별명 ‘가세표 보이'(시험지가 온통 X표. X표이다…)와 ‘빵점걸'(맨날 빵점만 받는다)이다. 그리고 둘이 모여 사업한답시고 기타 들고 사랑의 세레나레를 대신 불러 줄 때의 그 어이없는 해프닝들이 깔끔하다. 음.. 깔끔이~~~

물론, 영화는 사랑 이야기 이외에는 없다. 아니 사랑 이야기 외에 뭘 원하지? 사생아라도 원하는가? 영화가 처음엔 순전히 음악영화 혹은 순수 문예물로만 진행될 듯하더니, 곧이어 활극 비슷한 의협드라마가 펼쳐지고, 또다시 방황하던 두 연인의 운명적 만남으로 매듭지어진다.

.....

참, 이 영화는 1998년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에서 ‘친니친니’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박재환 1999.8.20.)

[친니친니|安娜瑪德蓮娜] 감독: 해중문 주연: 금성무, 곽부성, 진혜림, 장국영, 원영의 한국개봉: 1998/11/21 




1998년개봉영화ANNA MAGDALENABIFF상영작郭富城金城武陈慧琳.KELLY CHEN袁咏仪곽부성금성무홍콩영화원영의장국영(1956-2003)진혜림친니친니LESLIE CHEUNG安娜玛德莲娜安娜瑪德蓮娜张国荣张学友曾志伟何超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