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등출영] 양조위, 웃기다 (가수량 감독, 韋小寶之奉旨溝女 1993)

2008. 2. 14. 22:20홍콩영화리뷰


(박재환 1999/8/23) 이건 또 뭐야? 양조위가 이런 영화에 다 출연했었구나. 관심 없이 봤다면 아마 이 영화가 주성치 영화인줄 착각할 것이다. 정말이지 완전히 주성치 스타일의 영화이다. 머리 싸매고 해석할 필요 없는 단순한 코미디의 매력과 저예산과 고예산의 중간쯤에서 완성되는 특수효과의 현람함,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순정 코믹연기와 썰렁한 개그는 두말없이 주성치 영화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주성치도, 막문위도, 이력지도 안 나온다. 양조위의 연기력에 감탄할 뿐이다. 그에게 이런 코미디기질이 다 있었다니!

가수량 감독은 <이연걸의 영웅>에서는 배우로 나왔고, <영웅본색> 같은데서는 액션지도를 했고, 뭐 그런 감독이다. 그런데 스탭진에 유위강이 있다. 고혹자와 풍운, 중화영웅의 그 감독 유위강이 이 영화에선 촬영감독을 맡았었다. 사실 유위강은 촬영 말고 몇몇 히트작품의 각본을 맡기도 한 다재다능한 홍콩영화인이다.

청나라 강희제 16년, 황제가 중병에 걸렸단다. 위소보가 불러온다. 위소보라? 김용의 소설 <녹정기> 찍냐? 위소보는 강희제와 친구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막역한 친구 사이이다. 당시 황제라면 러시아 짜르에 영국 여왕자리 합친 것 보다 더 막강한 자리 아니었던가. 강희제의 중병을 고칠 수가 없자 청대 조정에서는 이런저런 돌파리 의원과 사이비 무속인, 점쟁이들이 머리 맞대어서 겨우 생각해낸 것이…. 300년 뒤의 세계로 가서 황후를 하나 데려오는 것이었다. (위소보는 이미 마누라를 일곱이나 두었고, 강희제는 황제임에도 여태 첩은 고사하고 정실부인 하나 없었다- 물론 이 영화에서)

엽옥경이 위소보의 첫 번째 부인 역인데, 엽옥경은 제법 많은 홍콩영화-특히 잘 알려진 3급片에 자주 출연하는 배우이다. 이 영화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낮이고 밤이고, 틈만 나면, 호시탐탐, 죽도록, 갈데 까지 양조위를 ‘괴롭힌다’. 그러니 제 아무리 플레이보이이고, 변강쇠인 양조위라도 하루하루 힘들다. 그런데 황제의 병환을 낫게하기 위해서, 미래로부터 파트너(황후)를 구해 와야 한다니! 300년이나 미래로 도망간다니 기쁠 수밖에.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그리곤, 주전자같이 생긴 타임머신을 타고 – 음, 정말 주성치 영화 같다 – 300년 뒤, 그러니까 요즘의 홍콩에 떨어진다. 여기서부터 <진용>과 <터미네이터>같은 영화가 적당히 짬뽕된 재미있는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양조위는 올 때 청대의 그 궁중복장- 강시 같은 옷-에 머리를 변발 헤어스타일이다. 그런데 그의 몸에 붙은 모든 장신구는 진짜 골동품이니 돈이 되는 것은 당연. 홍콩에서 한 ‘덜 떨어진’ 경찰(장위건)이 어떻게 양조위의 시종이 되어, 이제 홍콩에서의 황후 찾기가 시작된다.

현대의 홍콩과 300년 전 청조황실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흑사회의 존재이다. 그러니 빚쟁이 경찰(장위건)을 둘러싸고 홍콩 마피아들이 한바탕 소동을 펼친다. 마피아 두목의 여자에게 천하의 플레이보이 양조위가 반해 버리고, 그래서 이 엉망진창 소동극은 옛날과 지금이 유효적적하게 배합된다.

그럼, 300년 전과 지금이 똑같은 것은? 그것은 당연히 예쁜 여자가 많다는 것. 양조위는 예쁜 여자 때문에 사건에 말려들고, 또 그렇게 일이 꼬인다. 참, 양조위는 타임머신을 탈 때 이상하게 생긴 물건을 하나 받는다. 이 등불을 손에 쥐었을 때 뭐, 빨간색 불이 켜지면 처녀이고, 황금색 불이 켜지면 황후될 사람인가.. 뭐 그렇다. 그리고 당연히 황금색이 켜질 리가 없을 것이고 말이다.

양조위는 결국 황후를 찾아낸다. 어떻게? 홍콩경찰의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조회로 말이다. 아이고 맙소사 그런데 누구라고? 양조위가 사랑에 빠진 홍콩의 아가씨다. 황후될 사람과 동침했다니. 이제 양조위는 죽은 목숨이다. 뭐.. 죽이기야 하겠나.

어쨌든 황당한 설정은 더 황당한 해결책으로 끝난다. 어떻게? 강희제에게 역사책 한 권을 보내주면 된다. 강희제는 아주 좋아한다. “내가 건강하게 60살을 더 살고 어쩌구저쩌구….”

음. 양조위의 플레이보이 특히나, 여자 샤워하는 거 훔쳐보는 식의 귀여운 ‘저질’연기를 감상할 수 있고, 스케이트보드 타는 깜찍한 모습도 볼 수 있는 영화가 이 영화이다.

엽옥경과 ‘소화’로 나온 배우, 그리고 장위건의 시원시원하고, 호쾌한 연기도 이 영화의 매력포인트. 물론 주성치는 안 나온다.

참, 제목 <摩登出英>이 무슨 뜻일까? ‘마등’은 ‘modern’이니 ‘현대의 영웅 나타나다’ 그 정도 의미일 듯. 홍콩 원제목은 <韋小寶之奉旨溝女(위소보지봉지구녀)>이다. ‘위소보, 어명을 받들고 여자를 찾아나서다’ 뭐 그런 뜻이다. 영어제목은 ‘Hero from Beyond the End of Time’이다.

[마등출영|韋小寶之奉旨溝女/正牌韦小宝之奉旨沟女 1993] 감독: 가수량 주연: 양조위, 엽옥경, 장가휘, 탕진업 홍콩개봉: 1993년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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