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더볼츠*] 각성하는 히어로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2025. 5. 12. 09:46미국영화리뷰

반응형


한동안 전 세계 극장가를 호령하던 마블의 슈퍼히어로 무비들이 힘을 잃어갈 때 새로운 기대주가 등장했다. <판타스틱4>가 지구에 도착하기 전, 기존의 슈퍼 히어로 옆에서 애매하게 얼쩡대던 반(反)히어로들이 운명적으로 뭉쳐서 그럭저럭 팀을 구성한다. 일단 우리는 그들을 ‘썬더볼츠’라고 부르자! 임시로 붙인 팀 이름이니 별표, 애스터리스크(*)를 붙여두자. 나중에 어찌 되든 말이다.

사랑하는 언니도 죽고, ‘찐’ 아버지는 연락도 없고, 마음속은 온통 공허로 가득한 엘레나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서 넋이 나간 듯 뛰어내리면 오늘도 의미 없는 임무에 나선다. 새로이 CIA국장이 된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폰테인의 지시에 따라 그녀의 옥스(OXE) 비밀 아지트를 파괴하는 임무이다. 하원의원이 된 버키 반즈는 발렌티나의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발렌티나는 모든 비밀 실험실을 파괴하고, 증거를 없애고, 반영웅들도 소각로에 집어넣으려 한다. 그렇게 엘레나, 존 워커, 아바 스타, 태스크마스터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뭉치는 것에서는 소질이 전혀 없는 이들 반영웅들은 소각의 위기에서 발렌티나의 사악한 음모를 안고는 그럭저럭 힘을 모아 탈출을 시도한다. 그 와중에 발렌티나의 또 다른 비밀실험체였던 ‘밥’이 깨어난다. 이제 이들은 서로의 팔짱을 끼고, 높은 탑을 기어올라 탈출한다. 발렌티나는 ‘밥’이 ‘천 개의 태양이 폭발하는 힘’을 가진 초능력자 ‘센트리’로 변신하는 실험에 성공한 것에 기뻐한다. 하지만 그런 밥에게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다. ‘어벤저스’ 멤버들을 다 합친 능력을 가진 ‘센트리’에게는 어두운 자아 보이드가 항상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발렌티나의 희망과는 달리 ‘센트리/보이드’가 폭주하며 워치타워(어벤저스 타워)를 시작으로 뉴욕 전체를 어둠 속으로 빠뜨린다. 이를 막을 자는, 오합지졸 같은 반영웅 임시조합인 ‘별표 해둔’ 썬더볼트이다. 그들이 성공한다면 마블의 새로운 기대주가 될지 모른다. 


 작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디즈니콘텐츠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한 케빈 파이기는 제목의 ‘*’과 관련하여 변죽을 울리더니 개봉을 앞두고도 뚜렷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결국, 개봉 후 “이제 그들은 뉴 어벤저스가 됩니다”며 ‘임시의 잠정적’ 팀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이제 마블 영화에서 조역으로, 반영웅으로, 주변부 인물로 연명해오던 그들이 이제 각자의 방식으로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서 하나의 자아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와 더불어 끈끈한 동질감으로 뭉친 팀이 결성되는 것이다. 

< 썬더볼츠* >의 장점은 루저들의 반란이다. 반목하고, 질시하고, 서로 깔아뭉개고, 때로는 죽이려고 달려들던 그들이 공동의 적과 당면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기꺼이 어둠의 그림자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강력한 트라우마에 빠져 허우적대며 내면의 공허함에 시달리던 그들은 마침내 작은 불빛을 찾아, 밖으로 그 빛을 내뿜는 것이다. 그런 고통의 극복, 자아의 각성, 긍정의 힘이 캐릭터의 매력이고, 영화의 재미이다. 엘레나가 첫 임무에서 실험실 미로에 갇힌 기니피그를 구해낸다. 이런 ‘미로 속 구원’의 이야기는 후반부 팀원들의 트라우마 치료와 연결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는 강력한 울림인 것이다. 


 참, 제목으로 쓰인 ‘썬더볼츠’의 유래는 마블 영화사상 가장 유쾌하다. 반영웅들이 여전히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일 때, 엘레나는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가는 옛날을 이야기하며 꼬맹이 때 뛰던 동네 유소년축구팀을 언급한다. 그 팀이 ‘체서피크 밸리 썬더볼츠’이다. 동네 어느 가게의 협찬을 받았는지도 모르고 아이들이 엉망으로 뛰었던 그 형편없는, 혹은 인간적인 아득한 시절의 축구팀. 이제 잊어라. 그들은 이제 ’뉴 어벤저스(-s)‘ 혹은 뉴 어벤저즈(-z)로 마블과 마블팬들을 즐겁게 해줄 터이니.

영화에서는 시리얼박스 모델로 등극한 ’올드 산타‘나 ’판타스틱4/둠스데이‘ 이스트에그 만큼이나 재미있는 장면이 많다. 버키가 ’보이드‘에 뜯긴 사이버틱 팔을 식기세척기에 씻는 장면처럼. 사실 기대를 하지 않은 마블 영화인데 기대 이상의 재미를 안겨준다. 이들의 다음 스테이지까지.


▶썬더볼츠*(원제:Thunderbolts*) ▶감독: 제이크 슈레이어 ▶출연: 플로렌스 퓨(엘레나), 세바스찬 스탠(버키 반스/윈터솔져), 와이어트 러셀(존 워커), 올가 쿠릴렌코(태스크마스터),루이스 풀먼(밥 레이놀즈/센트리/보이드), 데이비드 하버(알렉세이 쇼스타코프/레드 가디언), 해나 존-케이먼(에바/고스트), 줄리아 루이스-드레이퍼스(발렌티나),제럴딘 비스워너던(멜) ▶각본: 조안나 칼로, 에릭 피어슨 ▶개봉: 2025년 4월 30일 개봉 ▶수입/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