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배트맨] 토호세력에 맞선 고독한 자경단원

2022. 5. 22. 09:56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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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22.03.07] ‘DC Comics’는 1937년부터 끊임없이 미국식 영웅들을 창조해왔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이 DC에서 태어난 영웅들이다. 코흘리개의 만화책을 뛰어넘어 세대를 이어가며 팬들을 사로잡았던 영웅들은 할리우드로 진출하여 글로벌한 영웅놀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나 마블과의 경쟁을 통해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적 차원의 정의놀음에 열중하고 있다. 마블에 항상 열세인 DC에서 내놓은 영웅담 최신담은 ‘더 배트맨’이다. 제목부터 거룩하다. 만화책 속 영웅 배트맨은 1939년에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다. 밥 케인과 빌 핑거가 창조해낸 배트맨은 고담 시티에서 악을 응징하는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이다. 80년의 세월이 지날 동안 브루스 웨인은 브루스 웨인대로 고민이 깊어지고, 배트맨은 배트맨대로 강인해지고 있다. 그리고 펭귄과 캣우먼 등 주변 인물들은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말이다. 물론, 기본은 항상 배트모빌을 탄 배트맨과 어떻게든 고담을 박살내려는 조커 같은 빌런이 설치는 제한된 공간의 제한된 영웅과 제한된 악당들의 아귀다툼이다. 이번 [더 배트맨]은 어떨까.

고담 시티는 여전히 침울하고, 칙칙하고, 범죄에 둘러싸인 어둠의 도시이다.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어 어둠속에서 정의의 사도 역할을 한지 2년차로 접어들었다. 할로윈에 고담 시장이 리들러라는 의문의 악당에게 살해당하고, 배트맨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GDNP(고담경찰국) 내부에 만연한 부정과 비리, 부패경찰과 맞서야하고, 리들러의 수수께끼를 풀어야한다. 그나마 고든 경위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배트맨은 리들러의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고, 고담의 악당을 하나씩 처치하면서 조금씩 고담 부패의 근원으로 다가선다. 언제 어디서부터, 누가 진짜 악당인지. 그러면서 그는 부모(토마스와 마사)가 남긴 거대한 유산의 짙은 그림자를 실감하게 된다. 

DC코믹북 탄생 이래 배트맨은 줄곧 어둠의 세계를 지배하는 악당을 집요하게 쫓아가 응징하는 역할을 해왔다. 슈퍼맨과 원더우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인간의 한계’를 돌파하는 강인한 의지가 캐릭터의 매력이다. 게다가 어린 시절 눈앞에서 부모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본 트라우마가 브루스 웨인의 각성을 담보한다.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하는 배트맨은 ‘2년차 영웅’에 어울리는, '완벽하지 않은', '어딘가 어색한' 슈퍼히어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팀 버튼과 크리스토퍼 놀란, 잭 스나이더 등 쟁쟁한 감독에 이어 이번 ‘배트맨’은 맷 리브스 감독이 책임진다. ‘클로버필드’와 ‘렛 미 인’을 통해 자신만의 스릴러를 보여준 그는 ‘혹성탈출’을 성공시킨 뒤 ‘배트맨’에 도전한다. 맷 리브스의 ‘더 배트맨’은 영웅이 걸친 의상만큼이나 묵직하게, 뚜벅뚜벅 악의 소굴로 걸어 들어간다. 런닝타임이 길다고 징징댈 필요는 없다. 고담 영웅의 고뇌는 그만큼 처절하니.


[더 배트맨]은 맷 리브스에게도, 로버트 패틴슨에게도, 그리고 나머지 모든 ‘네임드’ 캐릭터에게도 도전임에 분명하다. 그것은 누구나 아는 영웅의 탄생과 악의 기원을 거듭 이야기하는 할리우드의 시도에서 뭔가 특별한 각성을 조금이나마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런 '배트맨'의 무게를 찾지 못한다면 쓸데없이 리들러의 수수께끼와 조커의 귀엣말에 의미를 가중하게 된다. '배트맨'은 '더' 고민해야할 것 같다.  


▶더 배트맨 (The Batman)▶감독:맷 리브스 ▶출연: 로버트 패닌슨(브루스 웨인/배트맨), 폴 다노(리들러), 조 크라비츠(캣 우먼), 앤디 서키스(알프레드), 제프리 라이트(고든), 배리 케오간 ▶개봉: 2022년 3월 1일 15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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