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리뷰] 한 끗 “나쁜 형사, 나쁜 피디, 나쁜 정치가”

2021. 10. 31. 15:31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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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끗' 스틸컷

지난 주 막을 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70개국에서 출품된 223편의 영화가 소개되었다. 그중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서 소개된 이우동 감독의 <한 끗>은 2019년 <병>(2019)이란 단편으로 주목받았던 이우동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병’은 1990년 시골 작은 병원에서 ‘폐병’ 환자가 피를 토하며 쓰러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에이즈가 무한대 전염의 공포로 여겨지던 시절, 미지의 공포를 다룬 재기발랄한 작품이었다. 이우동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었다. 

영화 <한 끗>은 어두운 밤, 으슥한 골목과 너저분한 건물 옥상에서 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두컴컴한 시장골목을 도협(이우동)과 영미(오윤수)가 걸어가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다. 영미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선배 도협이 못마땅하다. 지금 두 사람은 특별한 ‘사건 조작’을 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 것이다. 사연을 이렇다. 미영이 팔을 다쳐가며 붙잡은 악당 성균(이지훈)이 알고 보니 살인을 저지른 놈이었다. 방송사는 이 사건을 두고 센세이셔널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정의의 형사’ 도협이 살인범 성균을 잡는 숨 막히는 순간을 극적으로 재현하자는 것이었다. 비리형사들과 특종에 눈이 먼 방송사 시사프로 조감독(김한결), 그리고 정치권의 입김 때문에 이렇게 한 밤의 옥상에서는 황당한 범죄 현장이 재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쁜 놈’ 성균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란 것이다. 현장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영화 '한 끗' 스틸컷

이우동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한마음의집’이란 복지시설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조현병에 대한 인식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만든 영화란다. 실제 극중 ‘성균’은 조현병 증세를 보인다. 그런데 이우동 감독은 조현병 증세에 대한 집착이나, 의학적 소견보다는 그 누가 되었든 ‘한 끗’ 차이로 가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을 그리는데 집중한다.

영화는 우리가 익히 보아온 비리의 사슬을 보여준다. 선후배 형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는 비리형사이다. 그리고 이들을 이용하는 집단이 있다. 정치권과 방송사이다. 물론, 영화는 스토리는 간략하게, 인물과 조직은 특징적으로 묘사한다. 이우동 감독은 그런 역학관계를 거창하게 설계하는 것보다는 당장 제한된 시간에 적당한 액션을 펼쳐 효율적으로 카메라에 담는다. 그런 식으로 캐릭터간의 악연과 해소하지 못한 감정은 꽉 막힌 공간에서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한 끗' 후반부에서 보여주는 허름한 아파트, 어두컴컴한 옥상에서 폭발하는 에너지는 대단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런닝타임이 61분이다. ‘영미’와 ‘성균’의 대립은 분명히 대단한 액션의 전사가 있었을 것 같다. 감독은 제작비 때문에 대사(전화녹음)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옥상 씬도 훨씬 버라이어티하게 시나리오를 썼었단다. 그런 저예산 독립영화임을 염두에 두고 이 영화를 본다면 심플한 플롯, 캐릭터에 충실한 연기, 제한된 공간에서 폭발하는 액션이 단단한 드라마로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우동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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