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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방법을 아는 남자 (방법:재차의 2021)

인터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21. 7. 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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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tvN을 통해 방송된 드라마 [방법]은 전형적인 연상호 스타일의 작품이었다. ‘한자(漢字) 이름, 사진, 그 사람의 소지품’, 이렇게 3가지만 있으면 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 ‘방법’(謗法)이라는 초능력을 가진 소녀(정지소)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기자(엄지원)가 IT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였다. 드라마 마지막에 ‘방법의 능력’을 가진 소녀가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고, 그 뒷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28일 개봉하는 [방법 재차의](감독:김용완)이다. 되살아난 시체(재차의)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를 막기 위해 정의의 기자 엄지원과 방법사 정지소가 소환된다. 여기서 잠깐. ‘방법’이란 게 원래 있었나? ‘좀비’까지는 알겠는데 ‘재차의’라니. 그런 설정을 몰라도 영화 관람에는 크게 지장은 없다. 그래도 제대로 보기 위해 연상호 감독에게 그 내막을 들어보았다. 드라마 [방법]과 영화 [방법 재차의]는 모두 김용완이 감독했고, 연상호는 각본을 맡았다. 

▷재차의는 독특한 존재이다. 죽었지만 되살아나고, 누군가의 조종을 받아 살인을 저지른다. ‘부산행’과 ‘반도’에 나오는 좀비와 차별화를 둔 지점은.

▶연상호: “재차의의 움직임이 다르다. 김용완 감독과 안무를 맡은 전영 안무가가 새로운 크리처의 움직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강시는 손을 앞으로 뻗고 뛴다. 이 영화에서는 수많은 재차의가 한 몸처럼 움직인다. 전영 안무가가 [부산행] 이후 좀비 영화를 많이 했는데 늘 새로운 걸 해 보고 싶어 했다. 과감하게, 획기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재차의’라는 존재는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

▶연상호: “재차의는 좀비이다. 강시와도 움직임이 비슷할 것이다. 부두교에서는 주술로 죽은 사람을 살려 농사를 짓게 했다. 그런 식으로 시체를 조종한다는 여러 이야기를 결합한 것이다.”

▷ 완성된 영화를 본 후 만족하시는지.

▶연상호: “대본만 썼다. 연출은 김용완 감독이 맡았다. 물론 중간 편집본도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기에 작품에서 동떨어진 작가는 아니다. 떼로 나타나는 재차의 장면, 습격 장면에서 사운드 디자인이 들어가니 엄청난 효과가 있더라. 달려가는 발소리가 생생했다. 대단한 공포심을 느낄 수 있었다. 최종 포스터를 보면 ‘방법’이라는 세계관, 두 캐릭터에 대해 더 사랑하게 되었다. 이 세계관, 이야기가 더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 코로나 와중에 작년에 [반도], 올해 [방법 재차의]를 내놓았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연상호:“작년에 드라마 [방법] 제작발표회할 때가 생각난다. 드라마 제작발표회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전날 연락이 와서 기자간담회가 어려워졌다면서 온라인으로 한다고 그러더라. (취재진이 없는) 텅빈 호텔 발표회장에는 ‘방법 축하합니다’라는 얼음조각이 있었다. 그게 혼자 녹아내리는 게 기이했다. 그때만 해도 영화 [반도] 개봉여부를 고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이러다가 내년에 개봉되는 것 아닌가. 그랬다면 큰 일 날 뻔 했다.”

▷ 엄지원 배우는 연 감독이 임진희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했다. 정의로운 인물이지만 특별한 능력이 없는 이 캐릭터를 애정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연상호: “임진희는 일반 관객과 많이 닮았다고 본다. 초인적인 인물은 아니지만 정의심이 있으니까. 임진희와 수진 두 사람은 양심을 제어할 수 있는 매개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능력치가 다르다. 마치 멀더와 스컬리처럼 두 사람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고 생각한다.” 

● 드라마 ‘방법’과 영화 ‘방법 재차의’

▷ '방법'을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 만든 이유는? 

▶연상호: “드라마 대본 중후반부를 쓸 때 이야기를 더 확장해 보고 싶었다. 드라마 시장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때였다. 한해가 다르게 산업이 변할 때는 모험성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실험적인 창작자에겐 좋은 시기이다. 모호성 속에서 어떤 가속성을 갖게 한다. 정말 역동적으로 넷플릭스 같은 OTT가 들어왔다. 전통적 드라마시장에서는 오컬트 이야기는 메인 스트림이 아니다. 이런 모험을 가속화하고,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는 매체를 넘나드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드라마 후속편은 영화로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 감독을 할 때와 작가로만 참여할 때 차이는.

▶연상호: “각각의 재미가 있다. 웹툰 [지옥]을 만화가 최규석과 같이 작업했었다. 내가 글을 쓰고 최규석이 그림을 그릴 때 그만의 해석이 들어간 놀라운 장면이 있다. 내가 만든 것인데 내가 만든 것 같지 않은, 재밌는 창작 방식이었다. 내가 쓴 대본을 두고 김(용완) 감독이 재해석한 것을 만나 보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었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 대해서도 기대를 갖게 한다. 이 업계에서 있으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이 그런 콜라보이다. 나중에 연출을 하게 되면 좋은 경험이 된다. 앞으로도 이런 경험을 늘려가고 싶다.” 

▷ [재차의]는 언제 이야기가 만들어졌나. 드라마 [방법] 과 연결성을 언제부터 생각한 것인지. 그리고. 이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연상호: “드라마 [방법]을 중간 정도 써내려갈 때 [재차의]를 생각했다. 드라마 극본 완성하고 드라마 촬영할 때는 영화 [반도]를 촬영하고 있었다. [반도] 끝내고 아이디어 정리하고, 대본 작업을 진행했다. [방법] 시즌2의 대략적인 아이디어도 끝낸 상태이다.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는 제작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볼 것이다. 스핀오프 작품이 만들어지면 ‘방법’의 세계관이 더 풍성해 질 것이다.“

● 좀비가 나와도, 재차의가 나와도 휴머니즘

▷ 연상호 감독의 작품세계를 관철하는 가치관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족의 소중함인가?

▶연상호: “[돼지의 왕](2011)부터 깊이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 작품에서 일관적으로 흐르는 것은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적인 삶일까. 나 자신한테 주는 질문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동시대적인 고민을 갖고 작품을 만들고 있다.”

▷ 연상호 감독 작품을 묶어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라고 말한다.

▶연상호: “‘연니버스’라는 표현이 민망하기도 하다. 아마 제가 만든 작품 속 이야기의 일관성을 말할 것이다. 좀비 세계관이란 것도 제 개인적인 세계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면서 판타지적인 작품을 많이 만들어왔다. 이젠 정통 범죄물을 해보면 어떨까 준비하고 있다.”

▷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는 편인가.

▶연상호: “친한 창작자들이 있다. 만화가 최규석, 소설가, 드라마작가, 친한 친구들. 자주 모여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많이 하다보면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풀 것인가, 현실화 시킬 것인가 고민을 하는 게 저의 업무이자 일하는 방식이다. 틀어박혀 혼자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아티스트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 엄지원 배우는 후속작에서는 자기에게도 능력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캐릭터에 변화를 주실 생각은 없는지.

▶연상호: “드라마 할 때 농담 삼아 한 말이다. 갑자기 그런 능력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회의할 때 그런 이야기는 했다. 대신 필살기는 가지면 어떨까.”

● 감독과 작가의 연니버스

▷ 연출할 때와 각본 쓸 때 어떻게 다른가.

▶연상호: “연출할 때와 대본 쓸 때는 다른 재미가 있다. 작가는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고, 연출을 할 때는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생각한다. 스태프와 연구하고 레퍼런스 가지고 회의를 많이 한다. 그 과정이 재미가 있다. 확실히 다른 재미가 있다. 그런데 대본 쓸 때는 현장 가고 싶고, 현장에 있을 때는 대본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연니버스’ 세계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좀비물 [부산행]과 [반도], [서울역]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후속작 계획은?

▶연상호: “매체가 무엇인지, 그 매체의 크기와는 관계없이 세계관을 형성하는 것은 좋다. 네이버에서 연재한 '지옥'이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반도]의 앞선 이야기인 '반도 프리퀄631'을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연재되고 있다. 두 달 정도 더 하면 완결된다. 서 대위가 어떤 일을 했는지 다룬다. 이 만화를 보고 해외에서 애니메이션 만들자는 제안도 들어왔다. 그렇게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부산행], [반도]도 새롭고 재밌는 계기가 있다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서브컬쳐 애호가, 새로운 매체에 도전하다

▷ 연상호 감독 작품은 메이저 같으면서도, 마이너한 느낌이 든다. 이번 작품에서 ‘악의 규모’에 비해 그것을 취재하려는 언론은 너무 조촐하다. ‘도시탐정’에만 초점을 맞춘다. 제작비 때문인가.

▶연상호: “일단 저는 서브컬쳐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 극장보다 비디오를 많이 접했다. 비디오로 일본애니메이션과 홍콩영화를 보며 재미를 느낀 사람이니 기본적으로 마이너할 것이다. 그것에 대한 로망도 있고, 제 작품에 반영이 되었을 것이다. ‘도시탐정’은 작은 뉴스채널이다. 왜 굳이 그런 작은 매체에 속한 임진희 기자에게 인터뷰를 하자고 했을까. 개인적으로는 제약회사 앞에 어마어마한 취재진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뒤에 이어질) 대규모 장면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세팅이 단출해진 것 같다.“

▷ 영화 ‘랑종’의 경우 감독보다 제작자 나홍진 감독이 더  주목을 받는다. 연상호 감독도 각본을 맡았지만 그런 대접을 받는 것 같다. 우리나라 영화인 중 OTT, TV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골고루 다루는 장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창작인으로 소회가 있다면. 

▶연상호: “나홍진 감독은 워낙 유명하니까 주목 받는 것이다. 저는 이것저것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언급이 되는 것 같다. 민망하기도 하다. [방법]의 경우는 김용완 감독과 출연한 배우들이 작품의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는데 공포심에서 시작된 것 같다. 지금 미디어는 역동적인 시대에 처해있다. 어떻게 해야 뒤처지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내가 생각한 것은 다해보자는 심산이다. 이것저것 해봐야 환경을 이해할 수 있다. 넷플릭스를 해보니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이 들더라. 매체마다 특성이 있다. 저도 많이 배우면서 이 일을 하고 있다.”

▷ 정말 쉼 없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는지.

▶연상호: “나의 정체성은 프리랜서이다.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일을 계속해야한다. 그게 좋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내가 하려는 실험적인 것들을 지지해 주어서 감사하다. 재밌게 즐기면서 임하고 있다.”

▷ 드라마 [방법] 극본을 쓸 때부터 임진희 역에 엄지원 배우를 염두에 뒀다고 했다. 

▶연상호: “엄지원 배우가 나온 작품을 다 좋아한다. [페스티벌], [경성학교]. [기묘한 가족]까지. [스카우트]에서도 좋았다. 임진희 역에 맞다고 생각했다. 엄지원 배우는 모험심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런 배우와 작업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 TV드라마의 경우에는 시청률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고, 영화도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연상호: “흥행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흥행보다는 관객과 만나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손익분기점을 이야기한다는 ㄱ서은 가혹한 일 같다. 이 영화에 나오는 ‘방법’이라는 세계관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이후에 나올 ‘방법’의 여러 세계관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다.”

● 방법은 진화한다

▷ 영화에서 소진(정지소)이 돌아오면서 능력이 한층 레벨 업 되었다. 작가로서 백소진의 성장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는지.

▶연상호: “백소진은 영적 능력이 뛰어난 캐릭터이다. 드라마 ‘방법’에서는 무속인으로 그 능력이 나타났다. 이번 영화 ‘재차의’를 통해 좀 더 업그레이드 되고, 이론적인 것도 갖추게 된다. 무속인의 최고능력은 굿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백소진이 굿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시너지 파워가 있을 것이다.”

▷ '방법' 세계관에 있어서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되나.

▶연상호: “백소진과 임진희가 펼친 사적복수로 정의가 의심 받는다. ‘재차의’에서는 악을 막으려고 하는 의로움이 있었다면 다음 작품인 드라마 [방법 시즌2]에서는 업보 같은 게 두 사람을 괴롭힐 것 같다. 둘이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내적 갈등이 심해지고, 좀 더 어두워지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려고 한다.”

“[방법 재차의]가 개봉된다. 많은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드린다.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지만 극장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나들이일 수도 있다. 재미있는 나들이를 생각한다면 [방법 재차의]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연상호 감독은 달려가고 있다. 드라마 [방법] 끝내고 영화 [반도]를 개봉했다. [반도] 기자간담회 때 자신이 쓰고 최규석 만화가가 그림을 그린 [지옥] 1편을 보여주었다. 해가 바뀌어 [방법: 재차의] 개봉을 앞두고, 드라마 [방법]시즌2와 티빙으로 공개될 스핀오프 [괴이]이야기를 한다. 아마 넷플릭스 [지옥]이 공개될 즈음이면 판타지가 아닌 정통 범죄물을 홍보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 다음은? 누가 알랴. 미디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확실한 것은 [방법:재차의]가 개봉되면 티빙에서 드라마 [방법]을 찾아볼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인터뷰] 연상호 감독, 방법을 아는 남자

[연상호 감독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키이스트]연상호 감독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키이스트작년 초 tvN을 통해 방송된 드라마 [방법]은 전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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