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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 김진민 감독 “그들은 히어로가 아니다. 나쁜 놈들이다” (넷플릭스 '인간수업')

by 내이름은★박재환 2020.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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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은 2020년 상암동과 충무로가 만들어낼 수 있는 극한의 청소년드라마이다. 겉만 보면 소심한 ‘찌질이’고교생 오지수(김동희)가 사실은 상상을 초월하는 부업을 하고 있다. 조건만남 사이트를 운영하는 포주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10부작을 통해 ‘안전장치 제로’의 위험한 범죄 세상에 뛰어든 10대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수업>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김진민 감독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김진민 감독은 '오만과 편견'(2014~2015), '결혼계약'(2016),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2017), '무법변호사'(2018) 등 TV드라마를 연출한 피디 출신이다. 지난 주 구글MEET으로 진행된 온라인 화상인터뷰 내용이다. 

- 처음 대본을 보고 든 생각은 어땠나.

“제작사(스튜디오329) 대표가 대본을 넘겨주며 넷플릭스와 작업을 하려는데 신인들을 캐스팅하고 싶다고 하더라. 궁금해서 대본을 읽었다. 쭉 읽힐 만큼 힘이 있는 대본이었다. 윤 대표에게 정말 이걸 할 거냐고 반문했다. 농담 삼아 ‘이거 잘못 되면 대표님은 문 닫고, 난 연출 그만둬야할지도 모른다고 그랬다. 극본을 놓치긴 싫었다. 작가(진한새)는 처음엔 수줍음 타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자기 의견을 잘 표현하더라. 대본에 뭘 쓰려고 했는지 설득도 잘하고, 남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더라.”

- 공교롭게도 'N번방 사건‘이 터지면서 청소년 성매매 등이 부각되며 논란거리를 만든 셈이다. 소회가 있을 텐데.

"이런 소재를 다룬 작품은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민감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단순히 그런 소재를 자극적으로 이용해 드라마적 성취를 이뤄보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작가의 글에서 선정성으로 흥행해 보겠다는 그런 사술도 없다는 것을 믿었다.“

"(N번방) 뉴스를 접하며 역시 드라마가 현실을 따라가지는 못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조심한다고 했는데 우리 작품에 마음이 상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느낀다면 연출력이 부족했구나하고 변명할 수밖에.“

- 연출자의 입장에서는 나름의 원칙이 있었을 텐데.

"물리적으로 선정적인 건 배제하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폭력을 미화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마지막에 보여주는 왕철(최민수)의 액션 장면은 어느 정도 판타지를 띌 수밖에 없었다. 기태 패거리가 펼치는 장면도 그렇다. 사실 찍어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수위에 대해 많은 토론을 나눴고, 자정된 부분이 있다. 물론, 그렇게 완성된 부분에 대해서도 보는 분들은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 TV드라마 연출자로서 넷플릭스 작품을 해보니 어땠나. 지상파TV의 사전제작 시스템과 비교해봐서는.

"오래 전에 공동연출로 사전제작을 해본 적이 있다. 2010년 '로드 넘버 원'이다. 625드라마인데 전쟁파트를 담당했었다. 사전제작이란 게 흔치 않았던 시절이라 실수와 시행착오가 많았다. 연출적으로 미성숙한 부분도 있었고. 내가 생각하고, 회의에서 토론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했었다. 줄곧 시스템적으로 준비가 되고 현장에서 아티스틱한 게 이뤄지는 걸 꿈꿨다. 영화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TV드라마는 시간도, 돈도 다르니 핑계를 댈 수는 있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환경에서는 TV드라마를 연출하며 고민했던 것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방송이 먼저야’라고 핑계를 댈 수 있는 드라마 연출자가 아니라 말이다.“

● 젊은 배우, 관록의 연기자

- 고등학생을 연기한 네 명의 신예 - 김동희, 정다빈, 박주현, 남윤수에 대해. 

"오디션을 많이 봤다. 김동희는 보자마자 ‘아, 오지수 쟤네’했던 경우이다. 정다빈은 ‘저 친구가 왠지 민희를 맡아야할 것 같아’라는 끌림이 있었다. 배규리 역에는 고민이 있었다. 누가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단선적인 인물이 될 수도 있고, 폭이 넓어지는 캐릭터가 될 수도 있다. 박주현이 잘 해내었다. 곽기태를 연기한 남윤수 배우는 뒤늦게 합류한 케이스다. 선한데 나쁜 인물을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들이 좋은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배운 점도 많았을 것이다. 좋든 싫든 반응이 있는 드라마를 하면서 책임감도 커졌을 것 것이다. 이 드라마를 선택해서 씩씩하게 해냈듯이 앞으로도 씩씩하게 나아갔으면 좋겠다."

- 이 실장님을 연기한 터프가이 최민수 배우에 대해서.

"최민수 배우는 ‘로드 넘버 원’에서 처음 같이 작업했었다. 처음 만났을 때랑 지금이랑 한결 같다는 점이 좋다. 제가 본 배우들 중에 드라마를 가장 열심히 해석하고 준비하는 배우이다. 현실에서도 그렇고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애매한 부분에서 선문답 같은 대화를 나눠보면 저에게 힘을 주기도 한다. 작업을 하면서 선배, 스승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배우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줬을 것이다."

- 코믹과 공포를 오가는 어른 악당 류대열을 연기한 임기홍은.

"'무법변호사'에서 처음 만났다. 진선규 배우가 소개시켜준 배우이다. 외형이 작은 배우라 느낌이 독특했다. 애인으로 나오는 백주희 씨와는 뮤지컬계에서 유명한 커플이기도 하다. 유연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라 대본 이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했다. 드라마가 주는 무거움과 소재에 대한 불편함을 덜어주는데 큰 역할을 해 주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 아이들의 인과응보, 아이들의 이야기 

- 주인공 지수의 감정을 다루면서, 특별히 연출에 주의한 점이 있다면.

“지수는 나쁜 놈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거기서 고민이 되는 것이다. '배트맨'에서 조커가 어떻게 다뤄지느냐가 핵심이듯. 악당, 나쁜 놈에 대해 연출자가 어떤 시선을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저는 시작할 때부터 이 친구를 히어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희생자도 아니고. 분명한 죄를 저지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작가와 뜻을 같이 한 것은 '이건 아이들의 이야기'란 것이다. 어른들의 보호가 없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판단해서 벌어지는 일의 인과응보이다.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아이들이 대답해나가는 드라마다.” 

- '인간수업'에서는 몇몇 소재에 대해 재밌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과자봉지, 소라게 같은 소품에 대해 어떤 주의를 기울였나.

"소라게는 작가가 대본에서 애착을 갖고 집어넣은 메타포다. 단순히 지수의 친구일 수도 있다. 표현할 여지를 많이 제공해줘서 적극적으로 이용한 케이스다. 과자봉투는 두 사람이 다른 상황에서 만났다면 첫사랑이었을 것이라는 미련의 표시이다. 작가보다 내가 살짝 더 애착이 있었다. 그래서 컷이 많이 들어갔다. 처음에 등장하는 만화경 장면이 CG와 섞이면서 요즘 청소년 쓰는 채팅창 등이 묘한 배합을 만들어내서 상징이 강한 드라마로 해석되는 것 같다."

- 김동희 배우가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지수는 현실에서 많은 억압을 받으며 스트레스가 많다. 그런 억압과 피억압이 무의식과 현실에 맞닿아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런 게 꿈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 장면을 연출할 때 디렉션이 많이 들어갔다. 질문보다는 답을 제시한 신이었다."

- 그럼, 민희 캐릭터에 대해서는. 

"그 친구가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해석 여지가 있다. 나는 대본의 시선을 따라갔다. 17세란 나이라면 무조건 몰랐다는 게 변명이 안 된다. 현행법상으로는 그 친구도 범죄자다. 피해자라는 시점도 섞여 있다. 그런 지점에서는 양면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충돌한다기보다는 그런 부분들이 다 나올 수밖에 없는 캐릭터라고 해석하고 연출했다."

● “이건 시즌2 갈 수 있는 내용이 아니네”

-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작품을 시작할 때 시즌2는 생각도 안했다. 그런 일을 저지르는데 무슨 더 할 이야기가 있을까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물론 결정은 결국 돈 대는 사람 소관이다. 속편을 만든다고 해도 내가 연출할지는 모른다. 원한다면 넷플릭스에 단체메일을 보내시든지. 하하하"

- 공개 1주일 만에 <인간수업>이 '넷플릭스 많이 본 콘텐츠 1위'에 올랐다. TV드라마는 회차 별로 바로바로 시청률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사실 정확하게 얼마나 봤는지 수치를 모른다. 보다가 몇 회에서 그만 뒀는지도 알 수 없다. 연출자로서는 그런 점은 궁금하지 않나.

- 지금 매일 넷플릭스 대문에 이걸 걸어놓으니... 데이터로서 궁금하기도 하다. 드라마 연출자로서 시청률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것은 핑계이다. 잘 나오면 좋다. 실수에서도 통감하게 된다. 이 작품은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정도로만 생각한다. 드라마를 연출할 때 시청률에서는 큰 호응을 받지 못했더라도 만족스러운 작품이 있다. 그런 양면을 봐야한다. 연출입장에서는 시청률만 쫓아도 무시해도 안 된다.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작품에 쏟아지는 많은 이야기들에 대해 “쓴 소리는 잘 듣고, 좋은 소리는 별로 안 듣습니다.”라고 말한 김진민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은 모두 10부작이다.  (박재환 20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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