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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 김초희 감독도 복이 많아야 할텐데…….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by 내이름은★박재환 2020.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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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드디어 개봉

대한민국 충무로에는 <기생충>같이 글로벌하게 잘 나가는 영화도 있고, 제목조차 기억 못할 숱한 독립영화도 있다. 여기 마이너한 영화인이 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영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버티고 산 ‘프로듀서’ 찬실이다. 힘들게 제작에 들어간 신작. 그런데 대박흥행 고사를 치르기가 무섭게 감독은 비명횡사하고, 영화는 엎어지고, 찬실이는 실업자가 된다. 그런데도 영화제목은 <찬실이는 복도 많지>이다. 감독은 극중 ‘찬실이’만큼 영화판에서 꿋꿋이 버틴 김초희 감독이다.

코로나19가 초고속 확산세를 보이면서 영화계는 거의 멈춰 선 듯하다. 많은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이 늦춰지고 홍보활동도 취소되었다. 극장가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3월 5일 개봉예정인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제목과는 달리 쓸쓸하게 사라질 듯하다. 이 영화는 지난해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한국감독조합상,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을 차지한 수작이다. 마음이 심란할 감독을 만나 영화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울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어수선해지기 시작한 지난 달, 서울지방경찰청 뒤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상업영화와는 달리 감독과의 일대일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 연출부, 프로듀서, 독립단편영화 감독, 김초희

- 홍상수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라고 하는데.

“<밤과 낮> 촬영 때 불어를 할 줄 아는 연출부가 필요하다고 해서 합류하게 되었다. 그 인연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서 프로듀서 일을 하게 되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8)부터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까지 8편을 함께 했다.” (홍상수 감독과 여배우의 소동으로 김초희 감독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다! 영화일은 안 되고 반찬가게를 하려고 했었단다.)

- 홍상수 감독은 촬영 당일 배우에게 쪽대본으로 넘겨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시 그런 영향이 있는가.

“전혀. 저는 그럴 수가 없죠. 제가 그렇게 시나리오를 쓴다면 어느 배우가 내 영화에 출연하겠는가.”

- 찬실이는 힘들게 영화판에서 버티고 있는 프로듀서이다. 본인이 직접 경험한 프로듀서의 모습인가.

“예산이 큰 영화와 이런 작은 영화는 다를 것이다. 기본적으로 제작비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같을 것이다. 관련예산 집행을 하고, 스태프 꾸리고, 후반작업 스케줄링도 하고, 홍보할 때는 배급하는 쪽과 일정조율하고. 영화가 만들어지는 세세한 일들에 관여한다.”

- 영화 시작하자마자 어이없는 일로 주인공 찬실이(강말금)가 프로듀서 일거리를 잃게 된다.

“내 영화는 찬실이가 실직을 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효과적인 사정을 만들고 싶었다. 강력한 사건 하나로. 위기를 겪지만 유쾌하게 이끌고 싶었다. 오프닝부터 위트가 넘치는 영화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 단편 <겨울의 피아니스트>와 <산나물처녀>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술병을 테이블에 잔뜩 쌓아놓고 술 마시는 장면이다.

“장면을 과장되게 보이고 싶었다. 술병이 한두 개 있으면 자연스러울 것이지만 산더미같이 있으면 어이없게 느껴질 것이다. 과장된 연출이다. 맥락상 중요하지는 않지만 황당하게 웃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과장된 느낌, 대사로도 웃기게 만들고 싶었다.”

● 내가 사랑한 영화들

- 영화에는 지금은 폐간된 영화잡지 <키노>가 등장한다. 씨네필이었나.

“대학 다닐 때 즐겨보던 잡지였다. 다른 영화잡지와 달리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은 영화를 많이 소개하였다.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잡지였다. 소개된 영화를 너무 보고 싶었다. 못 보니까 더 보고 싶었다.” (김초희 감독은 비디오가게에서 오랫동안 아르바이틀 했다고 한다)

- <키노>의 정성일 편집장 목소리도 나온다. 라디오 영화음악 프로그램인데.

“정은임의 영화음악이다.(MBC 'FM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 방송국 허락받고 사용료도 냈다. 정성일 선생님과 정은임 가족 분에게 따로 허락도 받았고.”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이 되었다. 영화제 때 기억에 남는 일은

“GV를 할 때, 김영민 배우가 영화에서처럼 꾸미고 나왔다. <아비정전>의 장국영차림. 런닝 셔츠에 트렁크 입고. 무대 앞에 잠깐 서있는데 관객분들이 열광하시더라.”

- <찬실이는...>에는 <집시의 시간>(89), <동경 이야기>(53),<아비정전>(90)이 등장한다.

“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다. <집시의 시간>(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은 내가 처음 영화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인 영화이다. <동경 이야기>는 제가 존경하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 작품이다. 프랑스에 유학했을 때 전공이 오즈 야스지로였다. 강렬한 기억이 있었기에 이번 영화에 대사를 집어넣었다. <아비정전>도. 특별히 장국영 캐릭터를 위해.”

 


- ‘장국영’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유는?

“시나리오를 쓸 때 영화에 대한 초심을 많이 떠올렸다. 나도 홍콩영화를 보며 열광하던 세대이니. 자연스럽게 장국영을 떠올렸다. 어떤 영화 속 캐릭터를 가져올까 고민했다. 장국영의 대표작은 <천녀유혼>, <영웅본색>, <아비정전>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장국영의 모습을 좋아한다.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아비정전’의 인물을 가져왔다.”

- 할머니 역으로 윤여정 배우가 등장한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선생님이 저를 아주 잘 봐 주신 거다. 선생님은 저의 연출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저라는 사람을 보고 출연해 주신 것이다. 감사드린다.”

김초희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단편영화에 배우로, 내레이터로 참여한다. 부산사투리가 아주 심하다. <산나물처녀>에 출연했던 윤여정 배우의 부탁으로 ‘그것만이 내 세상’(2018)에서 사투리 코치를 했었다고. 또 그게 인연이 되어 윤여정은 이 영화에 출연한다.

-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연일 화제이다. 특별한 인연이 있는지.

“영화제에서 만나게 되면 인사드리는 정도. 프랑스에서 영화공부 할 때, 파리 시네마테크에서 김기영 감독 회고전이 열린 적이 있었다. 그 때 GV에 봉감 독님이 참석하셨다.” (‘통역하였다’는 정도의 대답을 기대했는데) “그때 멀찍이 객석에서 봤다.”란다.

- <찬실이는..> 감독님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흥행이 암울하다.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에 비해 환경이 더 어려울 수밖에.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위중하여 관객이 극장 찾는 것이 어렵다. 제 영화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다. 하루 빨리 사태를 수습해야할 것이다.”

- 장편데뷔작이 마침내 극장에서 개봉한다. 일반 관객을 맞이하는 소감은.

“어쨌든 장편데뷔작으로서 의미가 있다. 이 영화를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지가 있었는데, 이렇게 완성되었으니 의지에 대한 보답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영화에 대한 평가여부를 떠나서 말이다.”

- 혹시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있는가.

“물론. 앞으로 바뀔 수 있겠지만 코미디 장르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김초희 감독은 청소년기에 방황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다지 하고 싶은 게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영화에 빠지면서 뭔가 해 보겠다고 결심했었다고. 그때부터 열심히 살았단다. 아마도 ‘찬실처럼’.

- 힘들게, 꿋꿋하게 준비한 장편영화 데뷔작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개봉을 앞두고 ‘행복한지’ 물어봤다.

김초희 감독은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꿈이 있는 분들, 하고 싶은 게 있는 분들이 이 영화를 보셨으면 한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을 구체적 행동으로 옮길 때 쉬운 과정은 아니다. 용기도 필요하고 처음 생각한 것만큼 녹록치 않다. 안개 속처럼 뿌옇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계속 나아간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 이 영화를 보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3월 5일 개봉한다. 재밌는 독립영화이다. (박재환 2020.3.4)

[사진 = 김초희 감독 (우상희 스튜디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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