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레이 영 감독 “홍콩은 싸우고 있다” (레이 영 楊曜愷 감독, /양야오카이, 叔·叔,Suk Suk 2019)

2019. 10. 10. 16:0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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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300여 편의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그중 무지개빛 영화 한 편이 눈길을 끈다. 홍콩 레이 영 감독의 신작 <아저씨X아저씨>(叔·叔,Suk Suk)이다. 제목은 아재개그 수준이지만 홍콩 LGBT영화의 현주소를 만나볼 수 있다. 영화제 참석을 위해 부산을 찾은 레이 영(Ray YEUNG,楊曜愷/양야오카이) 감독을 만나, 궁금한 점 몇 가지를 직접 물어보았다.

 

[질문] 영화를 보면, 동성애자를 위한 양로원을 설치해달라고 호소하는 장면이 있는데, 진전이 있는가?

 

[레이 감독] 기존의 법을 개정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게 요양원을 만들어달라는 사회복지서비스 확대를 호소하는 사회운동의 일환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디오’는 실제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시나리오를 작업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질문] 출연진 중에서 태보(太保) 아저씨가 가장 반가웠다. 옛날 성룡이 날던 시절(용소야, 프로젝트A 등)에 많이 볼 수 있었던 배우이다. 그를 캐스팅한 이유는?

 

[레이 감독]  “나이가 6~70대인 배우를 캐스팅하기 어려웠다. 게이영화를 꺼려하신다. 쇼브러더스 소속 분들이 키스신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그러다가 태보를 접촉하게 되었다. 최근 출연작을 보면 진중한 작품이 많다. 대만에 직접 가서 만났다. 스크립트 읽어보시고, 다시 만나 출연을 승낙했다.”

 

[질문] 영화를 보고 어땠다고 하던가.

 

[레이 감독]  “이번에 부산에서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되었다. 10월 4일, 그날 처음 봤는데 태보가 어깨를 두드리며 잘 한 것 같다고 말하더라. 내성적이고, 감정표출이 없는 캐릭터를 잘 연기해 주셨다. 눈빛만으로 탁월하게 인물을 형상화했다.”

 

[질문] 또 다른 주인공 원부화(袁富華,Ben Yuen)는 한국관객에게는 낯설다. 

 

[레이 감독] “태보를 캐스팅한 후, 더 어려워졌다. 한 인물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여러 배우를 만나보았고, 서치를 했다. TV에 방송된 30분짜리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 드라마를 보고 캐스팅 하고 싶어졌다. 남자주인공처럼 비참하고 슬픈 느낌이 괜찮다고 느껴졌다. 만나서 설명을 드렸더니 마침 잘 됐다고 하더라. 당시 다른 영화를 하고 있는데 트랜스젠더 영화(翠絲/ Tracey)라고. 원부화는 그 영화로 작년 금마장에서 조연상을 수상했다.” 

 

[질문] 원래는 변호사였다고 하는데, 영화감독이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레이 감독]  “그건 부모님이 변호사 하라고 하셔서. 하다가 아니면 그 때가서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겠다고 했다. 적성이 안 맞았다. 그래서 감독이 되었다.” 

 

[질문] 영화에 때한 꿈은 언제부터 갖고 있었나. 좋아하는 감독은?

 

[레이 감독]  “16, 17살.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욕망의 법칙’ (Law of desire,1987)을 좋아했다.”

 

[질문] 조금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지금 홍콩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대답해 줄 수 있는가.

 

[레이 감독] “음. 이렇게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 통제할 수 없을 것 같고.... 애석하다.”

 

[질문] 한때는 홍콩영화가 한국 영화시장을 점령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홍콩영화의 경쟁력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레이 감독]  “80년대, 90년대 홍콩영화는 엔터테인먼트(오락성)를 중시하는 작품이 많이 제작되었다. 한국관객도 그런 작품을 많이 보았을 것이고. 당시에 아시아 영화시장 자체가 경쟁이 심하지 않았다. 홍콩이 주류였다면 주류였다. 하지만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따라잡고, 넘어섰다. 일례가 한국이다. 지금도 홍콩영화는 오락영화가 박스오피스를 차지한다. 비슷비슷한 영화가 계속 쏟아지면 외면당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질문] 영화에서 딸의 결혼식 장면이 특히 도드라진다. 공을 들인 부분일 것 같다.

 

[레이 감독]  “태보의 아들은 이미 결혼했고, 이제 딸을 분가시킨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끝났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원부화가 그 결혼식장에 참석한다. 그에게 겉으로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삶과 게이의 삶을 살던 그가 두 개의 접점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다. 물론, 딸이 결혼하는 기쁨을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하려는 생각이 크다.” 

 

[질문] 그럼, 태보와 원부화는 어떻게 되는가? 마지막 장면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데.

 

[레이 감독]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헤어졌을 것이다. 각자 길을 가겠지.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관객도 있을 것이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살았는데, 그럴 가치가 있었나 후회할지도 모른다. 삶을 반추하는 느낌도 있을 것 같다.”

 

[질문] 영화에 나오는 음악이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마운틴>에 나오는 ‘He Was a Friend of Mine’만큼 인상적이다.

 

[레이 감독]  “그 노래는 1960, 70년대 대만에서 히트친 유명한 곡이다. 칭샨(靑山)이란 가수가 불렀는데, 일부러 광동어가 아닌 표준어 노래를 택했다. 태보가 원래 대륙에서 넘어온 사람이니, 향수를 자극한다.”

 

“원부화의 경우. 박스에 엽서가 있다. 대만에서 온 엽서이다. 아마 전에 사랑했던 남친일 것이다. 대만인이었을 것이다. 과거로맨스를 상기시키려고 그 노래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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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삽입된 노래 ‘微風細雨’는 칭샨 외에도 덩뤼쥔, 왕페이 등이 부른 명곡이다

 

[질문] 마지막에 관금붕 감독이 자막에 뜬다. 고맙다고.

 

[레이 감독]  “스크립트 보내 주고 조언을 부탁했다. 읽은 후 도움을 많이 주셨다. 펀딩 소개도 해 주시고. 배우도 소개시켜줬는데, 다들 고사하더라. 다 찍고 나서 컷을 보내드렸다. 관금붕의 친구이기도 한 장숙평이 편집을 했다. 너무 좋다고 해서. 도움을 주셨다.”

 

[질문] 참, 태보의 아내는 남편의 비밀을 딸의 결혼식 때 눈치 채는 것인가? 

 

[레이 감독]  “이전부터 계속 의심은 했을 것이다. 그 여배우가 내게 물어보기도 했다. 분명, 사진이나 증거물을 보는 장면이 없냐고. 여자가렴 직감적으로, 촉으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알지만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의심만 하다가,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결혼식장에서. 보통의 이런 영화에서는 진실이 밝혀지면 인정할 수 없다 그러는데.. .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비밀이 있지만, 서로 끄집어내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각자 살아가는 것이다. 공공연하게 아는 사실인 셈이다.”

 

[질문] 마지막 질문으로, 감독님은 최근 본 최고의 중국어영화(중화권 영화)는 뭐라고 생각하시나.

 

[레이 감독]  “아, 갑자기 물으니 생각이 안 난다.... 아 ‘코끼리는 그 곳에 있다’가 떠오른다.”  

 

‘코끼리는 그곳에 있다’(大象席地而坐 , An Elephant Sitting Still)는 중국 후보(胡波) 감독의 작품으로 작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다. 이 영화는 작년 대만 금마장 영화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감독은 이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유작인 셈.

 

레이 영 감독의 <아저씨X아저씨>는 내달 열리는 56회 금마장 영화시상식(골든 호스 어워드)에서 최우수작품상, 각본상(레이 영), 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남우주연상의 경우, 태보와 원부화가 나란히 올랐다. 감독에게 “누가 받았으면 좋겠나?”라고 물어보니, 뻔한 대답, “둘 다 받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박재환 2019.10.10)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3-12 October, 2019

www.bif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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