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환 2019.9.24) ‘트웰브 몽키스’에서 우주여행이나 시간여행을 하지 않았던 브래드 피트가 이번 신작SF <애드 아스트라>에서는 저 멀리 해왕성까지 날아간다. 무언가를 애타게 찾기 위해서 말이다. 지난 8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애드 아스트라>는 그동안 보아온 수많은 우주탐사 SF영화의 그림자를 잔뜩 품고 있다. 왜소한 인간이 저 광활한 우주로 떠나는 이유,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위험과 그 사이를 스며드는 적막감, 그리고 인간의 경지를 넘어서는 절대적 존재에 대한 경외감 등이 차곡히 우주공간을 채운다.
가까운 미래, 지구 대기권 밖에서 거대한 구조물 정비에 나섰던 우주인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는 갑자기 몰아친(혹은 쏟아진) 이상전류(power surges)로 아찔한 고공에서 지구로 자유낙하하기 시작한다. 기적적으로 대지에 착지한 그는 곧바로 우주당국의 부름을 받는다. 지구의 생존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는 서지 현상은 저 먼 우주에서 시작되었고, 아마도 그 위험은 오래 전 시도된 ‘리마 프로젝트’때문이라는 것. ‘리마 프로젝트’는 로이의 아버지 클리포드(토미 리 존스)가 추진했던 외계의 지적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이다. 죽은 줄 알았던 클리포드가 해왕성에서 무언가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가 파괴되기 전, 태양계가 폭발하기 전 로이는 명확하지 않은 임무를 띠고 달을 거쳐 화성을 지나 해왕성으로 향한다.
선택받은 우주인 로이는 자신의 심박수에 꽤나 주의를 기울인다. 그는 그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극한직업’ 우주인이어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부재’가 만들어놓은 자강(自强)의 결과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강해지려고 했고, 의식적으로 (남이 보기에) 평안해 보이려고 한다. 위대한 우주탐사를 떠나 영화롭게 사라진 아버지의 신화에 대한 존경심과 반발심이 합쳐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대하게 되는 진실은 반쪽의 진실이다. 지구인이 할 수 있는 것과 아들이 해야 하는 것의 갭이 광활하고도 적막한 우주 한편에서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브래드 피트의 로이는 지구에 발을 디딘 현실주의자이다. 반면 토미 리 존스가 연기하는 아버지란 인물은 ‘존재’를 찾아내려는 이상주의자이다. 아버지는 이상을 펼치기 위해 희생을 감수한다. 타인의 희생뿐만 아니라 자신의 희생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SF영화에는 언제나 허점이 많다. 첫 장면의 거대한 (엘리베이터 같은) 타워씬의 추락에서부터 많은 부분이 비과학적이거나, 지금의 과학기술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형상이다. 하지만 <애드 아스트라>는 과학의 성취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성취를 이루기 위한 인간의 결기와 도전을 다룬다. 그런 사람에게는 가족도, 생명도, 시간도 무의미할 것이다.
영화 제목 목인 ‘Ad Astra’는 라틴어로 '별에 이르도록', '별을 향하여'란 뜻이란다.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는 우주탐사를 위한 훈련과정에서 산화한 ‘아폴로 1호’에 탑승했던 세 명의 우주인의 희생을 기린 전시물이 있는데 그곳에 ‘ad astra Per aspera’ (혹은 Per aspera ad astra)가 쓰여 있단다. ‘역경을 넘어서 별까지’란 뜻이다. 최근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숀 펜 주연의 훌루 드라마 <더 퍼스트>(The First)도 그러한 인간의 좌절과 우주에의 도전을 그리고 있다. 우주전사 버즈가 그러지 않았나.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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