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카우보이] 노인들의 우주여행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Space Cowboys, 2000)

2019. 9. 20. 13:20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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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환 2000/10/5)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처음 본 것은 아마도 TV에서 방영된 몇 편의 마카로니 웨스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더티 해리> 시리즈가 소개되었고, 엄청 인상 찌푸리는 무법자 이미지에서 언젠가부터 스타감독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해인가 <용서받지 못할 자>로 확실한 작가감독이 되었다. 이번 베니스 영화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평생공로상을 안겨 주었다. 영화예술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지속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여러모로 재미있는 영화이다.

 

"암스트롱이 달나라에 발을 내딛는 순간 자살하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면...."

 

여기 그러한 사람들이 온다. 저 광활한 우주를 향해, 한없이 미약한 인간이 만든 부실한 우주선을 타고 지구대기권 밖으로 떠나가기 위해 수년을 노력한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우주선을 타 보지 못하고 은퇴하고 나이 들어간다. 이제 그들이 40평생을 한탄하던, 그런 절호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우주여행을 다룬 영화는 굉장히 인간적이다. 우주가 무한대이면 인간의 미약함과 미천함은 오히려 초라하고 왜소해지니 말이다. <아폴로13>이나 <필사의 도전>(Right Stuff)까지. 그리고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우주탈출>(Marooned)도 재미있다. 

러시아의 고물 통신위성이 고장 나서 궤도를 이탈하고 5주 후면 지구로 추락하게 생겼다. 이 고물위성의 궤도를 수정할 사람은 왕년의 우주여행사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그 동료들인 것이다. 트랜지스터도 아니고, 진공관 세대의 할아버지가 초집적회로 세대의 우주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굴착기기사(‘아마겟돈)도 떠나는데 이들 우주공학 전문가가 떠나는 것이 뭐가 이상하랴마는. 

영화는 그러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어르신의 영웅담을 그린다. 그들은 크게는 조국과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40년의 세월 속에 파묻힌 그들의 과거사때문에 우주복을 입는 것이다. 이런 스토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82년도 작품 <파이어폭스>를 떠올리게 한다. 월남전 참전 전투기 조종사가 소련의 최신예 전투기 파이어폭스(미그31)을 빼돌리기 위해 군당국으로부터 부름을 받는다. 왜 나를 택했냐고? "1급 조종사에, 러시아어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노친네들의 연기의 중후함은 그들이 달리기를 할 때의 거친 숨소리가 아니라 그들 얼굴의 주름에서 곧바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제임스 가너, 도널드 서덜랜더, 그리고 이들보다는 확실히 조금 더 젊은 티가 나는 토미 리 존스의 주름진 얼굴은 우주여행에서의 안정감과 지구평화 수호라는 안도감을 충분히 전달해준다. 

적막한 우주공간에서의 숨 막히는 판단의 연속은 젊음의 혈기보다는 노인네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기에 말이다. 일찍이 노인네들이 '무리'하는 영화는 몇 있었다. <코쿤>에서는 외계의 기를 받은 노인들이 한순간에 젊어져서(회춘하여) 과장된 젊은 동작을 보여준 적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잊혀진 명예를 위해 기를 쓰는 노인들의 과장되지 않은 '젊은 동작이 오히려 호감을 준다.

전반부는 네 명의 노인들이 어떤 기막힌 사연을 가지고 무대에서 사라져 갔으며, 그리고 또 무슨 음모이론에 따라 컴백되었는지를 술술 풀어나간다. 네 명이 신체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기를 쓰는 장면과 나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관객들의 호기심과 동정- 아니 응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히 재미있고 활기차다. 이미 <콘택트>에서 보아왔듯이 나사의 우주개발의 역사는 정치와의 동거-밀착정도-관계의 다름 아님을 아는 까닭에 그러한 위악적 인물구도는 충분히 봐줄만하다. 물론, 영화는 관객의 기대를 총족 시키는 모험과 파국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보여주는 살신성인의 희생정신은 보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할 정도이다.

아마도 이러한 영화를 보아온 미국의 어린이들은 우리의 아이들과 다른 천문관()을 지닐 수 밖에 없으리라. 우리네가 절구공이를 쥐고 있는 토끼를 찾을 동안 미국의 아이들은 성조기가 달린 우주선장의 최후를 먼저 생각할 테니 말이다. 

국제법을 들먹이자면, 현재 지구상공의 위성궤도는 이미 포화상태라고 한다. 우주개발 역사가 40년이 넘다보니 '-'와 여타 고등기술을 가진 국가에서 쏘아올린 각종 위성들이 궤도상의 요충지를 거의 다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위성, 통신위성, 상업위성, 과학위성, 인공위성, 기상위성, 그리고 오래 전에 작동이 중지되어 고철쓰레기가 되어 버린 위성들까지. 이러다간 우리나라같이 위성 후진국에선 위성을 쏘아 올릴 자리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위성궤도 조정을 위한 국제회의는 몇 차례 열렸지만 뚜렷한 결론은 없다. 아프리카의 완전미개국이 위성자리를 입도선매하여 팔아먹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탄소배출권처럼...) 국제관계가 공평하다면 말이다. 어쨌든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고물 쓰레기 위성의 지구위협론이 전혀 얼토당토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박재환 2000/10/5)

 

 

Space Cowboys - Wikipedia

Space Cowboys is a 2000 American adventure drama film directed and produced by Clint Eastwood. It stars Eastwood, Tommy Lee Jones, Donald Sutherland, and James Garner as four older "ex-test pilots" who are sent into space to repair an old Soviet satellite.

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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