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 단팥 인생 이야기] 서울국제음식영화제 개막작 (가와세 나오미 감독 あん, An, 2015)

2019. 8. 10. 07:08일본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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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15.7.12)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수십 개의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만 알고 있었다면 놀랄 일이다. 당장 다음 주엔 부천에서 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린다. 논리적으로 2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출품/초청된 영화가 한자리에서 상영된다면 국제영화제가 되는 셈이다. 지난 주말 서울국제음식영화제란 게 개막했다. 요즘 TV만 켜면 먹방, 요리, 맛집 관련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고, 셰프가 스타방송인이 되는 시대이니 음식영화제가 열린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제1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비록 나흘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31편의 영화가 한 자리에서 상영된다. 물론 먹고 맛보고 즐기고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들이 모였다. 개막작으로는 일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신작 ‘앙: 단팥 인생 이야기’이 선정되었다.

작은 가게에서 일본 전통 단팥빵인 도라야키를 만들어 파는 중년의 센타로(나가세 마사토시)는 사연이 있는 사람이다. 깡통에 든 업소용 단팥으로 도라야키를 만들면 여학생들이 재잘거리며 먹는 그런 단조로운 삶이 이어진다. 어느 날 76살 할머니 도쿠에(키키 키린)가 나타나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거동조차 불편한 할머니라 말렸지만 할머니가 만든 단팥 맛을 보고는 일하게 한다. 도쿠에 할머니는 새벽처럼 일어나 팥을 삶고 팥소(앙꼬)를 만든다. 도라야키가 기막히게 맛있다는 소문이 금세 마을에 돈다. 그런데, 할머니에게 말하기 힘든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나병환자였고, 환자만을 수용한 요양원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것이다. 죽기 전에 세상에 나가 맛있는 빵을 만들고 싶었던 게 그녀의 유일한 소원이었던 것이다. 센타로와, 그 가게에 자주 찾아오던 여학생 와카나(우치라 키아라)는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도라야키를 통해 인생의 슬픔과 기쁨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가와세 나오미는 1997년 ‘수자쿠’로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다. 당시 나이 27이었다. 최연소수상자로 기록되었다. 이후 그녀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깐느로 초청받았다. 이 작품도 올해 열렸던 깐느영화제에 주목할 만한 부문에 초청받았다. 그래서인지 “깐느는 왜 가와세 영화를 초청할까”라는 제목의 영화리뷰가 실릴 정도였다. 

영화는 ‘도라야키’라는 그렇게 대단할 것도 없는 단팥빵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깊이를 이야기한다. 남자주인공 센타로, 여학생 와카나, 그리고 할머니는 각기 슬픔을 안고 산다. 각자 곱씹고 사는 그들의 아픔은 그들 스스로에게 족쇄가 되고, 인생살이의 폭이 되어버린다.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도라야키의 맛에 매료되면서 점점 그 사람의 삶이 힘들었음을 알게 된다. 가와세 나오미는 ‘수자쿠’에 보여준 자연의 푸르름과 파아란 하늘을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준다. 흐드러진 벚꽃과 녹음은 인간사의 슬픔을 한순간에 잊게 해준다. 

도라야키를 만드는 것을 보니, 경주 찰보리빵(황남빵 말고)과 비슷하다. 모든 음식이란 것이 만드는 자의 정성이 꼭 포함되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빵을 사들고 가는 사람에게도 어떤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 정성과 그 사연이 그 가족의 행복이 될 것이다.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내년에도 계속 되었으면 한다. (박재환)

 

 

あん (小説)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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