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깔끔하게 재미있는 코미디 하나 보았다. 로저 애버트 영화평을 보면 이런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은 아까워도 비디오로 보는 것은 남다른 재미가 있다고 그런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원래 법정드라마는 꼬이고 또 꼬이는 증거와 증인, 변호사와 검사의 불꽃 튀는 공방전, 그리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근엄한 판사, 그리고 멍청해 보이지만 언제나 정의의 편에 서게 되는 배심원들. 그런 것이 함께 모여,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것이다. 보통 마지막에 클린 펀치 하나로 누명 선 피의자는 무죄를 선고받게 되고 변호사와 껴안고 관객들과 더불어 "좋아좋아 아이 좋아.."그러는 것이다. 이 영화도 그런 판에 박힌 스토리 구조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 조 페시와, 마리사 토메이, 그리고 랄프 마치오. 이름만 봐선 영락없이 모두들 마피아의 직계 후손들 같다. 극중 이름이 갬비니이다. 갬비니? 어쨌든 우리 느낌엔 돈 꼬를레오네 만큼이나 마피아틱한 이름이다. 이들이 알라바마의 딱딱하고 촌스러운, 그리고 무엇보다 엄숙한 법정에서 사형이 언도될지도 모를 조카의 무죄를 이끌어 내기위해 펼치는 법정 드라마는 아기자기하다.
랠프 마치오와 그의 친구가 차를 몰고 학교 캠퍼스로 가던 중이었다. 중간에 편의점에 들러 먹을 것이랑 기숙사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잔뜩 사들고 나간다. 그러다가 랠프는 깜박하고 참치통조림 하나를 호주머니에 넣고 그냥 나온다. 친구가 그런다. "이 동네는 법률적용이 엄해. 히치하이커에게 사형을 언도하는 동네야." 그때 뒤에서 경찰차가 쫓아온다. 이런 '참치캔' 때문이구나.. 그래서 경찰유치장까지 끌려가서는 선처를 호소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은 편의점 강도살해 혐의로 체포된 것이다. 아이고 맙소사. 이런 경우가 착하고 무고한 학생들이 법률의 맹점 속에서 억울하게 사형언도를 받게 되는 것이다. 정황증거와 증인이 나타나고 이들은 점점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어떡하지?
랠프 마치오는 미국 뉴욕에 있는 사촌 비니를 부른다. 변호사라니까. 그래서 비니는 약혼녀 모나 리사와 함께 진흙탕 알라바마에 온다. 그리곤 치열한 법정공방 끝에 모나 리사의 자동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비니의 순발력 있는 변론으로 결국 무죄를 이끌어낸다. 뻔한 플롯이지만,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보는 황당한 설정이다. 하지만, 재미있다. ^^
랠프 마치오는 아주 오래 전에 <베스트 오브 베스트> 혹은 <가라데키드>라는 영화에서 연약한 학생으로 나와 일본 사부에게 가라데를 배워 심신을 단련하는 역으로 나온 것을 본 후, 실로 무척 오랜 만에 보게 된다. (사실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는 <라밤바>의 루 필립 다이아몬드랑 <스피드>의 키에누 리브스가 있다. 이들 중 이상한 이름만큼 아직도 성공한 배우는 키에누 리브스 뿐인 셈이다)
마리사 토메이는 정말 상큼한 매력을 보여준다. 맹한 것 같은면서도 아주 똑똑하고, 남자친구를 난관에서 구해주고 말이다. 아마도 이런 여자를 애인으로 구하고 반려자로 택한다면 참 좋을 것이다. 이 배우에게 관심이 있어 인터넷을 뒤지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보게 되었다. 199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바로 이 마리사 토메이가 받았다. 그런데, 식장에서 수상자를 발표하는 잭 팔란스가 실수로(혹은, 술에 취해, 혹은 제정신 아닌 상태에서) 원래 수상자인 <하워드 앤드>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대신 토메이를 호명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문은 그해 내내 나돌았고, 마치 사실인양 회자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카데미 협회에서 여러 수십 번 해명했듯이, 이건 진짜 지어낸 이야기란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항상 이러한 돌발사태를 염두에 둔단다. 그래서 수상자가 쓰인 카드는 두 장씩 만들어지고, 하나는 무대 위에서, 또하나는 공인받은 회계회사의 감시 하에 공개된단다. 만약, 무대식장 위에서 이런 해프닝이 벌어지면 즉각 정정발표를 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 박재환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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