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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리뷰

[리뷰] 버드 박스 “넷플릭스, 절대 보지 마라?”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9.02.10 14:37



넷플릭스를 통해 최근 공개된 산드라 블록의 스릴러 ‘버드 박스’(Bird Box)가 화제이다. 이작품은 2014년 발표된 조쉬 메일러맨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당초 유니버셜에서 영화화 작업을 준비하다가 프로듀서가 넷플릭스로 옮기면서 넷플릭스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감독으로  공포물 ‘마마’와 스티븐 킹 원작의 ‘그것’(It)을 연출한 안드레스 무시에띠가 물망에 올랐지만 최종적으로 수잔 비에르가 메가폰을 잡았다. 


수잔 비에르는 007 신작 프로젝트에도 이름이 거론될 만큼 능력 있는 감독이다. 지난 2016년 서울드라마어워즈(SDA)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영국드라마 ‘더 나이트 매니저’(The Night Manager)의 연출가이기도 하다. 마블 영화에서 '로키'로 나오는 톰 히들스턴이 주인공이었다. (아쉽게도 당시 감독도, 배우도 한국에 오지 않았었다)


‘버드 박스’은 이른바 묵시록 이후 (post-apocalyptic)의 세계를 그린다. 핵 전쟁 이후의 지구는 아니다. 마치 좀비들이 창궐한 것처럼 구대륙에서 퍼지기 시작한 미스테리한 증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미국을 집어 삼킨다. 증세는 이렇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보게 되면, (어떤 미스터리한 힘에 의해) 죽고 만다. 사람들이 자살하는 것이다. 달리는 차에 뛰어 들고, 자기 머리에 총을 쏘고 말이다. 피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한다. 아마도 인간의 가장 약한 고리를 파고드는 악령(惡靈)인 듯하다. 실제 미드 ‘로스트’에 등장했던 시커먼 연기처럼, 스티븐 킹의 ‘미스트’에서 보았던 먹구름처럼 정확히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지구를, 도시를, 인간 사이를 휩쓴다. 무엇을 봤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보면 다 죽으니. 이 미스터리한 위험을 벗어나는 길은 단 하나! 눈 감고 보지 않으면 된다. 그런 해결(!)책을 깨달은 사람은 집안으로 들어가서 빗장을 걸고, 커튼을 드리운 채 세상과 격리된다. 밖에서 아무리 문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해도 외면해야한다. 


주인공 산드라 블록은 임신한 상태에서 사태 초반에 ‘안전한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예닐곱 사람들이 그곳에 칩거하며 언제 끝날지 모를 ‘미지의 악령’과 대치하게 된다. 하지만 먹을 것이 떨어지고, 사람들 사이에 불신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안전할 것 같은 이 집도 위태롭게 된다. 5년을 어둠 속에서 격리된 채 살던 산드라 블록은 아이(자신의 아이와, 또 누군가의 아이)를 데리고 마침내 집밖으로 나온다. 자신의 눈을 안대로 가리고, 아이들의 눈도 가린다. 허공을 더듬거리며 강가로 향한다. 쪽배를 타고 강물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다. 


포르투갈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가 쓴 소설 <눈 먼 자들의 도시>보다 훨씬 이전에 나왔던 한 단편소설에 이런 내용이 있다. 오지에 낙오된 한 사람은 눈먼 사람들만 모여 사는 산속 동굴에 갇히게 된다. 눈뜬 사람이니 모든 것이 우위일 것이라고? 아니다. 세상이 온통 어두워진 뒤, 그곳에서 그는 최악의 무능력자가 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답답하다. 많은 좀비영화에서 터득한 기술들(생존의 비결)이 이 영화에서도 비슷하게 쓰인다. 그런 좀비영화처럼 이 영화도 사랑과 희생이 등장하고, 절망의 끝에서 한줄기 희망의 끈을 붙잡게 된다.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콰이어트 플레이스’(감독 존 크래신스키)와 비교되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다. 산드라 블록은 ‘버드 박스’에서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그리고 살아남은 자로서 발버둥 친다. 2017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문라이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트러반테 로즈는 최악의 상황에서 산드라 블록에게 손을 내미는 고마운 역할을 한다. 영화는 최악의 상황에서 강인해질 수밖에 없는 한 여성의 모습, 그리고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들을 통해 희망을 전해준다. 물론 그런 무질서 속에는 항상 악당이 더 많지만 말이다. 강물을 내려올 때 산드라 블록은 누구의 안대를 벗기려고 했을까. 생존은 선택이고, 선택은 희생이다. 


넷플릭스 규칙. 이 영화가 재미없다고? 그럼 안 보면 된다.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다가 기대하던 작품이 아니면 그만 보면 된다. 대신 다른 것 보면 된다. “이것 말고도 우리에게 볼 것은 쌓이고 쌓였다!”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지구인의 시간을 마구 빨아 당기는 블랙박스임에 분명하다.


영화에서 '아무 것도 보지 않기 위해' 안대를 가리는 설정에 대해서 미국에서는 트윗으로 각종 ‘놀이’(Bird Box memes)를 즐기고 있다. CNN이 기사로 다루었는데(▶기사보기), 원작 소설가가 자신의 트윗에 링크를 걸리도.  (KBS미디어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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