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예진,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영화,2018)

2018. 7. 12. 08:1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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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손예진소속사)]

 유튜브에 영화 <클래식>의 명장면이 올라와 있다. 택시에서 내린 조승우가 커피숍으로 걸어 들어와서는 손예진에게 “하나도 안 변했어. 지금도 옛날처럼 예뻐“라고 말을 꺼낸다. ”나 많이 늙었어.“라고 말한 손예진은 이내 조승우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상황을 알고는 눈물을 흘린다. 이때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손예진은 흐느끼기 시작한다. “나 지금 어때 보여? 나 지금 울고 있어. 눈물 안 보여?” 영화 보는 사람도 함께 흐느낀다. 손예진이 멜로의 여신이 되는 순간이다.

 

그 손예진이 이번에는 소지섭과 함께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다시 한 번 멜로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삼청동 한 카페에서 손예진을 만났다. ‘멜로 퀸’ 여배우의 연륜을 느끼겐 한 인터뷰였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이장훈 감독)는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가 ‘1년 뒤 장마가 시작되면서’ 기억을 잃은 채 ‘우진’(소지섭) 앞에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난 주 열린 기자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호평을 받았다.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 작품은 제목 자체가 임팩트가 세다. 일본작품을 본 사람들은 기억을 잘 못해도 제목이나 포스터는 기억한다.”며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정말 단숨에 읽었다. 너무 슬펐다. 원래 원작이 이랬었나 생각이 들었다. 한국적으로 각색이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원작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일본작품은 담백하다. 여백의 미가 더 많고, 더 잔잔하다. 한국판은 생동감이 있고, 코믹하고, 과거 씬에 중점을 둔다”며, “시나리오 보고 나서 신인감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도 이건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클래식>을 찍은 게 벌써 15년 전이다. “벌써 그렇게 되었다. 그때는 20대 초반이었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캐릭터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연기가 어설펐던 시절 연기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풋풋했다. 잘 모르는 신입사원이 열심히 하려는 그런 자세. 감독님이 그리는 큰 그림 같은 것은 볼 수 없었고 그저 예민하게 제 역할을 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많이 다르다. <클래식>은 인물에 굉장히 가까이 다가가서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번 작품은 객관화된 것 같다. (어린 아들) 지우의 시선을 보여주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좀 더 큰 그림을 본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렇게 그려지겠구나 상상이 갔다. 그 동안 여유로워진 것도 있다. 너무 열심히만 한다고 잘 하는 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다.”

 

<클래식> 이야기가 자꾸 나왔다. 손예진은 몇 달 전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단다. “극장에서 ‘관객과의 대화’도 가졌다. 영화를 보면서 저런 장면이 있었나 싶었다. 그림과 풍경과 음악이 흐르고, 그 풋풋함이 마구 떠올랐다. 2000년대 초반에는 멜로가 꽤 많았는데 어느 순간 잊혀져버린 장르가 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멜로 여배우로서 세월의 흐름이 야속한지. “‘덕혜옹주’에서는 노인분장도 했는데 뭘. 세월이 흐르는 것은 어떻게 하는데, 세월을 거스르는 것은 제 힘으로 안 되더라. 이번 작품 찍으면서 고민한 것이 최대한 풋풋하고 그려야 하는데 사실 풋풋함이 없어진 나이잖은가. 다행히 후반작업의 힘이 있었다. 이상하게 나와도 어떻게든 만들어지겠지 감독을 믿었다. 그 장면이 어색해 보이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지섭-손예진의 고등학생 시절의 연기는 이유진과 김현수가 맡았다. “고등학생은 절대 안 되죠. 그 친구들이 잘 해 주셔서.”라며 풋풋한 시절을 그리워했다.

 

손예진은 대학생으로 등장한다. “공중전화 회상 씬, 그리고 교문 장면! 시나리오를 보면서 좋았던 장면이다. 둘이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사랑에 서툰 젊은 시절,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 대사가 너무 좋았다.”

 

손예진은 곧 TV드라마로 시청자를 찾는다. ‘하얀 거탑’, ‘밀회’를 연출한 안판석 감독의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다. “드라마는 오랜만이다. 고민을 많이 했다. 안판석 감독님과 꼭 한번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 드라마가 억지스럽지 않고 제가 공감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더다. 지금 하지 않으면 못할 30대 중반 여성이 직장생활을 통해 겪는, 진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손예진은 안판석 감독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촬영현장을 인간적으로 만들겠다는 감독의 약속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고 다소 길게 소개했다.)

 

손예진은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했으니 어느새 18년차 중견배우가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성숙해진다는 말은 맞기도 하지만, 나이 들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고, 편협해지고,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덜 다치고, 덜 아프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서 “세상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클래식> 한지가 15년이 흘렀다. 앞으로 또 얼마나 빨리 갈까. 한 작품 한 작품, 한 회, 한 회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고 말한다.

 

손예진은 의외로 코믹한 것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작업의 정석>을 찍고 싶었다. 웃음이 많은 편이라 맘껏 웃길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다는 개그욕심이 있다. <덕혜옹주> 때에서 그랬고 이번 영화에서도 그랬다. 다들 말리더라. 이번 영화는 기본적으로 슬플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초반에 웃음을 주고 싶었다. 눈물만 주는 영화가 아니었으면 했다. 저도 관객의 입장에서 배우가 웃길 때 좋다. 그 순간 힐링 되는 느낌이 든다. 미소 짓고 웃었으면 좋겠다.”

 

손예진은 자신을 ‘자기억제형’으로 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비관적인 스타일이다. 스스로에게 칭찬하는 타입은 아니다. 매 작품 후회하지 않은 작품이 없다. 고통 속에서 무언가를 찾으려는,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열심히 하는 모양이다. 심할 정도의 책임감이 있다. 돌아보니 그렇게 버텨온 것 같다.”고 말한다.

 

연기력 논란이 없는 배우라고 하자 “사실 영화 ‘취화선’이나 드라마 ‘맛있는 청혼’이 TV화면에 비치면 채널 돌려버린다.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못 봐 주겠더라.”라고 말한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얻은 것은 제 소중한 작품들과 대중들의 사랑. 잃은 것이 있다면 제 청춘? 20대에는 일이 전부였던 것 같다. 한 작품 한 작품을 하다 보니, 체감을 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깜짝 놀란다. 나의 청춘은 일이 전부였다. 예뻤던 청춘을 못 느끼고 그냥 잘 해야지 스스로에게 채찍질하고 보낸 것 같다.”며 “항상 날이 서 있었던 것 같다. 좀 더 즐기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한다.

 


 

이번 영화에서 손예진은 데뷔작이었던 <맛있는 청혼>에서 남매로 나왔던 소지섭과 연인/부부를 연기한다. “그 당시는 하루하루가 힘든 때였다.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감독님께 혼나고. 사회생활도 처음이었다. 신인 때의 어색함이 묻어있다. 억지웃음을 하고 반가운 척 인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미치겠더라’. 다행히 지섭 오빠가 기억을 못한다. 자기도 신인 때라 자기 연기하기 바빴다고. 그런 친근감이 있다. 나의 치부를 아는 사람인 것 같다. 그 뒤로 행사장에서도 만나고, 광고를 두 편 같이 찍었다.”며 인연을 자랑했다.

 

이날 알게 된 손예진. 만화를 좋아한다고. “‘빨간 머리 앤’을 그렇게 좋아했다고 한다. 학교 다닐 때 공부는 안 했지만 만화를 좋아했다. 그 때의 감성이 아직도 있는 것 같다.”며 작품목록을 대기 시작했다. “신일숙 작가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초등학교 때 처음 보고 계속 찾아본 ‘점프 트리 에이 플러스’(이은혜), 그리고 ‘대장 실버’(명견 실버)라는 일본 작품도 생각난다. 개들이 붉은 곰을 물리치는 내용인데 노래까지 기억이 난다. 굉장히 슬픈 작품이다. 개들에게 사람의 감정이 이입이 너무 잘 되어있다. 20대 중반에 비디오를 구해 다시 봤을 정도이다. 만화에서 본 판타지가 감정적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사춘기 때 만화로 성장한 셈이다.”고 말한다.

 

“가위 눌릴 것 같아 못 한다”는 호러말고는 다 해본 것 같다는 손예진은 자신의 작품목록에서 변곡점이 된 작품으로 <작업의 정석>을 꼽았다. “그전에 멜로 이미지였다. ‘작업의 정석’의 대본을 보고 너무 웃겼다. 그런데 사무실에서는 반대를 했다. ‘클래식’ 찍은 내가 너무 망가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업의 정석’을 계기로 선택에 있어 거침이 없었던 것 같다.”

 

손예진이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작품으로 뮤지컬을 꼽았다. “‘물랑루즈’ 볼 때 이런 것 꼭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라라랜드’보고는 뮤지컬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런 동화 같고, 또한 너무나 현실적인 그런 작품을 해 보고 싶더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멜로퀸의 컴백인데 소감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아무리 많은 작품을 해도 영화가 개봉되면 스코어를 보게 되더라. 관객 분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간절함이 크다. 멜로물을 기대하는 관객에게 설렘을 줄 것이다. 멜로 부활의 신호탄이 되었으며 좋겠다.”고 홍보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손예진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14일 개봉한다. (KBS미디어 박재환 2018.3.13)

 

 

 

 

[인터뷰] 손예진, "지금 만나러 갑니다"

유튜브에 영화 의 명장면이 올라와 있다. 택시에서 내린 조승우가 커피숍으로 걸어 들어와서는 손예진에게 “하나도 안 변했어. 지금도 옛날처럼 예뻐“라고 말을 꺼낸다. ”나 많이 늙었어.“라고 말한 손예진은 이내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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