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의 카메라] 홍상수 감독이 영화제를 즐기는 법 (Claire's Camera,2016)

2018. 7. 11. 10:15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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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스무 번째 쯤 되는 <클레어의 카메라>가 개봉되었다. 재작년 칸 영화제 기간에 촬영하고, 작년 칸에서 상영된 작품이 이제야 개봉된다. 그렇다고 홍상수스캔들 때문에 개봉이 지연된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런 것에 영향 받을 작품도, 인물도 아니기에. 여하튼 <어벤져스3> 광풍 속에 확실하게 자기 색깔의 한국영화가 걸렸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클레어의 카메라>는 재작년 홍상수 감독이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때, ‘간 김에 후다닥’ 찍은 작품이다. 100% 칸 현지로케이션 작품인 셈이다. 와우~

 

홍상수 감독은 칸 영화제만 가는 것이 아니라 부산영화제와 전주영화제도 다‘녔’다. 어느 해인가 부산영화제 기간에 만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부산영화제 스타들의 메인 숙소는 해운대그랜드호텔이다. 해질녘 호텔 인근 작은 술집에는 영화제에 참석한 스타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인다. 홍 감독은 벌써 얼굴이 불콰하다. 영화제 레드카펫도, GV도, 환영파티도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으리라. 영화제 오래 참석하면 ‘그 찬사가 그 찬사이고, 그 얼굴이 그 얼굴’일 테니. 홍 감독은 열심히 술잔을 기울이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작품을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칸느에서도 다를 것 없었으리라. 단지 영어와 불어가 오가고, 한국보다 더한 찬사와 우아한 우쭐함이 홍 감독의 예술적 센스를 북돋울 것이다. “에이 이번엔 영화나 찍자”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만든 작품이 ‘클레어의 카메라’이리다.

 

영화제 필름마켓에 온 영화사 직원 만희(김민희)는 영화사 대표(장미희)로부터 별안간 해고통보를 받는다. “애야. 난 내가 순진한 것은 아는데, 순진한 것과 정직한 것은 달라. 그래서 널 더 이상 데리고 일할 수 없겠어”라며 일방적으로 쫓아낸다. 홍상수 감독 영화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보면 된다. 대단한 반전이나, 인생의 끝단에서 해탈을 얻는 구조는 절대 아니다. 보나마나 알코올이 얽힌 삼각관계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술주정꾼 영화감독(정진영)이 간밤에 만희를 어떻게 한 모양이다. 여하튼 풍광 좋은 칸에 출장 왔다가 해고당한 만희는 카메라를 든 프랑스 여인 클레어(이자벨 위페르)를 만난다. 클레어는 폴로라이드 카메라로 이 사람 저 사람을 찍다가 예쁜 만희가 렌즈에 들어온 것이었다. 알고 보면 클레어는 그 영화감독도 찍었었고, 그 영화사 대표도 찍었었다.

 

홍상수 감독은 필름의 미학과 사진의 미학을 비교하려고 이 영화를 찍은 것은 아니다. 홍상수 스타일의 구차한 자기변명이 영화대사로 우아하게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내가 당신을 찍고 난 후에는 당신은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거든.”이라고 말하고, “넌 예뻐. 예쁜 영혼을 가졌는데 네가 가진 것 그대로 당당히 살아” 같은 자기암시적 발언이 울려 퍼진다. (이젠 그런 대사가 놀랍지는 않다)

 

홍상수 감독은 매번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주변에서 펼쳐지는 일들을 영화에 담는다. 영화배우, 영화감독, 영화관계자, 영화제. 아마도 영화기자도 나왔을 것이다. 한 번 더 영화기자나 영화평론가 나부랭이가 등장하는 영화를 찍었으면 한다. 그 사람들 출연시켜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다. 송능한 감독의 <세기말>같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가 그럴 여유가 있다면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 ‘합리적 영화관람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149분짜리 <어벤저스>나 68분짜리 이 영화나 티켓 가격이 같다. 홍상수영화를 보고 영화館을 나오며 문득 든 ‘부조리한 영화觀 상황’이다.  (박재환 20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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