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환 2017.11.6) 개봉을 2주일쯤 앞두고 <부라더>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마동석과 이동휘 형제가 펼치는 고향방문을 납득하기까지, 이하늬의 ‘반쯤’ 미친 듯한 연기를 이해하기도 전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문득문득 눈을 뜨니, 여전히 안동 종가집의 ‘초상’ 치르는 장면을 보게 되고, 형이란 작자는 가보 찾느라 집을 들쑤시고 있으며, 동생은 무슨 개발동의서를 받느라 열심이다. 마지막에 정신 차리고 보니, 원수지간이었던 형제는 어느새 돈독한 정을 되찾았고 이하늬와 함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게 뭐지? 이른바 “재미도, 감동도 없는?”
주말에 극장을 찾아 다시 <부라더>를 보았다. 우선 언론시사회와 일반극장 관람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기자/평론가 시사회장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무겁다. 잘 안 웃는다. 그런데 일반 극장 관람분위기는 조금 활발하다. 두 형제가 티격태격할 때부터 객석에선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하늬가 차문에 머리를 쿵 찧을 때 쉴새없이 까르르거린다. 기자시사회 때의 엄숙함과 진중함은 사라지고, 형제의 개그와 이하늬의 ‘미친 짓’에 오롯이 빠져들게 된다.
영화 <부라더>는 대학로의 재주꾼 장유정 연출가과 장소영 음악감독이 만들었던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뮤지컬이 좋은 것(?)은 공연 때마다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캐스팅도 적당히 바꿀 수 있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2008년 초연이후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다. 관객이 아쉬워하거나, 이야기진행상 무리가 있는 지점, 그리고 시류의 변화에 따라 적절히 이야기가 다듬어지며 ‘갈수록 재밌어지는 작품’이 되었다. 그걸, 영화로 만들면 또 얼마나 더 매끈하고 더 재밌어질까.
영화 <부라더>는 원작 뮤지컬을 안동 종가의 초상집으로 이끈다. 종손이었던 아버지의 부고를 받고 형제가 무척 오랜만에 고향 안동으로 향한다. 인디애너 존스같은 탐사대원이 되고 싶은 형 마동석은 철딱서니가 없고, 고속도로 경유 문제로 해고당할 위기에 놓인 동생 이동휘는 조금 시니컬하다. 형제는 고향으로 내려가기 싫어한 이유가 조금씩 드러난다. 다분히 1년에 제사만 수십 차례 지내야하는 종갓집 종부 심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우리가 상상하는 안동 절대가문의 진절머리 나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게다가 이하늬의 연기는 종잡을 수가 없다. 이게 판타지인지 코미디인지. 분명 호러는 아닐 게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소동과 미스터리 속에 마침내 숨겨진 거대한 비밀을 드러난다. 형제가 왜 그러했는지 이하늬가 왜 저랬는지, 하다못해 송영창이 왜 그랬는지까지 차츰 알게 된다.
장유정 감독은 안동의 종갓집을 굳이 선택한 이유와 두 형제가 고향을 떠난 결정적인 까닭을 막판에 풀어헤친다. 관객은 그제야 웃기려고 매설해놓은 지뢰들에 대한 심오한 뜻을 이해한다. 이렇게 애달픈 ‘출생의 비밀’과 이렇게 잘 숨겨놓은 ‘막장드라마’가 있었던가.
형제는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고향마을 안동의 푸근함을 더 잘 이해할 것이다. <브라더>는 중간에 졸면, 너무 진지모드로 접근하면 영화의 참맛을 놓치게 되는 그런 작품이다. 지창욱의 등장은 확실한 ‘커턴콜’급 팬서비스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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