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위의 트럼펫 (한상희 감독, 絶壁の上のトランペット,2015)

2017. 8. 22. 21:07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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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조의 오겡끼데스카 ‘절벽 위의 트럼펫’ (영화리뷰)

 

[박재환 2017-03-20한국영화인 듯, 일본영화인 듯한 멜로영화 한 편이 극장에 소리소문 없이 내걸렸다. 아이돌그룹 틴탑의 멤버인(였던) 엘조가 출연한 영화 <절벽위의 트럼펫>( 絶壁の上のトランペット)이다. 감독은 한상희 감독. 엘조를 제외한 배우들 전원이 일본 배우이고 배경도 일본이다. 물론, 대사도 일본어로 꽉 채워졌다. 한상희 감독은 2007년 이준기가 출연했던 <첫눈>의 감독이기도 하다.

 

여주인공 아오이(사쿠라바 나나미)는 심장 이식수술을 받은 뒤 요양차 오키나와의 외삼촌 집에 머물게 된다. 여름 축제를 앞둔 섬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손에 해안을 산책하고 있던 아오이의 귀에 트럼펫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 가다보니 절벽 위에서 트럼펫을 연주하고 있는 지오(엘조)를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을 남겨두고, 몸을 추스르기 위해 이 섬에 온 아오이는 곧 지오에게 끌리게 된다. 둘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연을 나눈다. 그리고 함께 바다로 돌고래를 보러 가기로 한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오키나와의 이사가키 섬(石垣島)을 배경으로 한다. 오키나와의 여러 섬 중 본섬에서 남으로 40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이 섬은 류쿠의 역사와 태평양의 자연을 오롯이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예상했던 절경보다는 단조롭고 평화로운 어촌마을을 보여줄 뿐이다. 그림엽서 같은 이국적 풍광의 러브스토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영화는 ‘아픈’ 아오이가 섬에서 ‘외로운’ 지오를 만나 서로의 사연을 듣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영화는 조금만 봐도 금세 가족 간의 유대와 지순한 사랑을 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상희 감독은 너무 예쁘게, 신비롭게 영화를 만들다 보니 영화는 보는 것 이상의 이해와 집중을 요구한다. 특히나 아오이와 지오가 만나는 물리적 환경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이 영화의 신비로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능과 드라마에서 얼굴을 내비친 틴탑 엘조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엘조의 본명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병헌이다. 또 한 명의 이병헌이 영화판에 등장한 것이다. 아오이를 연기한 사쿠라바 나나미는 엑소의 뮤직비디오 ‘For Life’에 출연해 청순한 외모를 선보였던 일본배우이다.

 

엘조의 일본어 연기는 어색함을 넘어 영화의 집중을 저해한다. 그런데, 오키나와 이사가키섬 주위를 맴도는 돌고래를 생각한다면 그 뿌리의 영혼으로 이해될 상황이다. 2017년 3월 9일 개봉 전체관람가 (TV특종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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