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대 왕조 중 수(隋)나라는 4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잠깐 존재했던 왕조이다. 우리에겐 고구려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의 오랑캐로 기억된다. 두 번째 왕 양제의 폭정이 내정도 외치도 망국으로 이끈 것이다. 그런데 그런 수나라는 영토적 통일대업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3성6부제’, ‘과거제’ 같은 국정체제의 원형을 세웠고, 무엇보다 대운하로 경제의 맥을 뚫어 후대 왕조의 튼튼한 뿌리가 되었다. 그런 수나라 시대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번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개막작으로 상영된 원화평 감독의 <표인:풍기대막>이다. 이 작품은 중국 연변 출신의 작가 허선철(許先哲)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제목으로 쓰인 ‘표인’(鏢人)은 홍콩 무협물, 요즘 중국 시대극에서 자주 만나는 역사적인 직업군이다. ‘와호장룡’에 주윤발과 양자경이 바로 이 ‘표객’이다. ‘표’鏢는 재화를 호송하는 임무인데 화물보호뿐만 아니라 주요 인물의 경호를 담당한다. 주인공 다오마(刀马)가 하는 일이 그렇다. 그런데 화물운송 보호뿐만 아니라 조정의 현상수배자를 추포하는 일도 하고 있다. 이제, 수나라 시절, 모래바람이 거세게 이는 중국 서역으로 떠나보자.
중국 서역(西域). ‘표인’ 도마는 지금 막 객점에 들려 수배자를 하나 잡아들이고 바로 그곳에서 현지 고관(이연걸)과 휘황찬란한 대결을 펼친다. 뛰어난 무술실력을 가진 그에게 라오모(양가휘)가 특별한 부탁을 한다. ‘지세랑’이라는 인물을 수도 장안까지 안전하게 데려가 달라는 것이다. 그 길에 라오모의 금지옥엽이 따라나선다. 그런데 이들 뒤를 쫓는 무리가 점점 늘어난다. 서역 5개부족의 연합체, 수나라 관리들, 도마의 오랜 숙적(사정봉)까지 가세한다. 이제 드넓은 서역 땅 곳곳에서, 마차가 도달하는 곳, 폭풍이 불어오는 곳곳에서 천하무공의 육박전과 칼싸움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 것이다.
‘무술체육인’ 출신의 오경(吳京)이 연기한 다오마는 전직 수나라 군인(大隋左骁骑卫)이다. 조정의 무도함에 좌절하고 표객의 길을 가는 인물이다. 그가 호송하는 지세랑은 수나라의 전복을 꿈꾸는 혁명아로 수말 농민기의(起義)의 영수인 왕박(王薄)을 모티브로 한다. 이 사람은 ‘장백산전지세랑’(長白山前知世郎)으로 잘 알려져있다. 장백산은 백두산이 아니라, 산동성에 있는 장백산을 말한다. 수양제는 고구려 정벌을 위해 수백만 명의 백성을 징집한다. 이때 왕박이 산동성 장백산에서 군사를 일으키고 ‘無向遼’ 노래를 퍼뜨린다. 요동땅으로 한 번 가면 살아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다. ‘장백산전지세랑’은 ‘장백산 앞에서 세상 정세를 아는 사람이란 뜻이다.
사정봉이 연기하는 인물은 다오마와 함께 한때는 조정 좌효기위의 옛 동료였다. 다오마가 (수양제에게 떼죽음이 된 한 집안의 유일한 핏줄인) 갓난아이를 안고 궁을 떠나갈 때 두 사람의 악연이 시작된다.
이 영화에서 빌런 중의 빌런은 허이센(和伊玄)이다. 5대 호상(胡商)의 한 가문의 계승자인데 비열한 짓거리는 혼자 다하는 인물이다. 양가휘가 힘겹게 사막지역의 여러 부족(집단/가문)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수와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허이센이 모든 갈등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ㅁ
흥미로운 인물은 장이가 연기하는 배세구(裴世矩)이다. 이 사람도 실존인물(裴矩)이다. 뛰어난 정치가로 북제, 북주, 수, 당까지 4개 왕조에서 7명의 군주를 섬긴다. 그는 ’서역‘의 복잡한 부족, 무역관계를 정밀하게 조율하여 군주의 신뢰가 깊다. 이 영화에서도 그는 서역의 지도를 벽에 걸어두고 각 부족의 이합집산을 지켜보고, 지휘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물론, 갑골(거북이등)을 이용한 점괘를 보는 식으로 묘사되지만. ’배구‘는 우리와도 관련이 있다. 이 사람이 수양제에게 고구려를 쳐야한다고 말해 ’수‘ 멸망을 이끌었다.
영화는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되었다. 우얼허구(克拉玛依市乌尔禾区)의 세계마귀성(世界魔鬼城), 백양하 대협곡, 타클라마칸 사막, 아이란 염호, 투루판 고촌과 역참, 이리 지역의 대초원을 만끽할 수 있다.
<표인:풍기대막>은 허선철 작가의 선 굵은 원작, 원화평 감독이 조율한 배우들의 휘황찬란한 액션, 그리고 로케이션이 받쳐주는 뛰어난 미쟝센으로 완성되었다. 오경-장진(张晋)과 이연걸의 대결, 모래폭풍 속에서의 혼투, 오경-사정봉의 마지막 대결 등 액션 장면에서는 원화평의 장인실력을 실감할 수 있다. 다오마와 지세랑의 이야기는 충분히 속편이 만들어질 여지가 있다. 수나라의 몰락과는 관계없이, 혹은 그 연관 속에서 말이다. 참, 이 영화는 올해 하반기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란다. (박재환.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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