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귄 지 1년 된 남자와 여자가 주말에 도심을 벗어나 휴양림 같은 산속 오두막집에 간다. 겉보기에는 로맨틱하다. 전화 통화하는 친구의 “그 집 지하실에 그 남자의 진짜 아내랑 아이가 있을 거야”같은 시시한 농담도 즐겁다. 그런데 화면에는 언뜻언뜻 처음 보는 여자의 모습이 지나가고, 오두막집 앞에 흐르는 계곡물을 거듭 보여줄 때마다 “뭐지?”라는 의문이 든다. 마침내 오두막에 도착하고 그 남자가 “관리인이 두고 간 케이크야”라며 초콜릿 케이크를 권할 때에도 이게 주말의 시골로맨스인줄 안다. 아뿔싸, 감독이 <롱레그스>와 <몽키>의 오스굿 퍼킨스이다. 호러일 수밖에 없다.
영화 <키퍼>는 리즈(타티아나 마슬라니)가 기대를 품고 들어선 오두막집에서 펼쳐지는 악몽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친 말콤(로시프 서덜랜드)은 너무나 친절하고, 사려 깊다. ‘맛있는’ 케이크도 권하고, 불쾌한 이웃(사촌)의 갑작스러운 방문도 잘 막아준다. 적어도 리즈는 그렇게 믿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의사’ 말콤이 환자 때문에 도시로 잠깐 돌아간 뒤 혼자가 된 리즈는 오두막에 숨어있는 오래된 비밀과 저주, 존재와 맞닥뜨리며 살아남아야한다. 발버둥 쳐야 한다.
<키퍼>는 전형적인 포크 호러(Folk Horror)이다. <곡성>이나 <미드소마>처럼 주인공은 교통체증의 도심 속 빌딩이 아니라 고립된 시골마을, 깊은 숲속에 들어가서 그들만의 오래된 전통이나, 자신만의 신념으로 닫힌 세상 속에서 죽거나, 살아남아야하는 구조이다. 마주치는 마을 사람도 몇 없고, 만나게 되는 사람의 행동도 일반적이지 않다. 그들의 불친절함, 불쾌한 접촉, 무의식적 행동 하나하나가 주인공을 더욱 고립시키고, 서서히 차오르는 불쾌함이 어느새 공포감으로 변하는 것이다. 오스굿 퍼킨스 감독의 <키퍼>는 그런 흔한 '외딴 오두막 치정 스릴러'로 진행되지만 후반부에서는 아주 기괴한 괴물들의 이야기로 급선회한다. 관객들은 리즈가 먹는 케이크와 마시는 와인에 대해 끝없이 의심하고, 오두막 화장실의 문고리와 지하공간의 유리병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꽤 기대한 작품이지만 <키퍼>는 그렇게 성공적인 공포감을 안겨주지는 못한다. 이야기는 진행되면서 관객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이제 오두막집에 갇혀요”, “여자는 혼자가 될 것예요”, “저 케이크를 먹으면 절대 안돼요”라고. 하지만 여자는 끝까지 그렇게 할 것이라는 사실을. 감독은 숲속 오두막집을 200년 된 베이츠 모텔 정도로 만들 모양이다. 손님은 이곳에 들어올 수는 있어도 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 누가 살아서 아침의 해를 볼 수 있을까. 리즈도, 말콤도, 불쾌한 그 사촌도, 그 사촌의 모델이라는 여친도. 끝까지 봐야 결론을 알 수 있겠지만, 그 케이크처럼 안 먹어봐도 맛을 알 수 있을 듯. 디즈니+ <쉬헐크>에서 보았던 타티아나 마슬라니만 고군분투한 영화이다.
참, 감독 오스굿 퍼킨스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의 남자주인공 앤서니 퍼킨스의 아들이다. 궁금해서 더 찾아보니 엄마 베리 베렌슨은 9.11테러 당시 아메리칸 항공 11편 탑승 희생자란다. 그의 작품 세계에 흐르는 기묘한 상실감과 공포의 뿌리가 오래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박재환.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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