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필 & 윤가은 감독... “우리가 씨네큐브에서 이 영화를 찍은 이유는...” (‘극장의 시간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6번출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우뚝선 22미터의 해머링맨(망치질하는 사람)을 만난다. 그 조형물 옆 흥국생명빌딩 지하에 독립영화관 씨네큐브가 있다. 2000년 12월부터 이 자리에서 영화팬에게 양질의 영화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곳이다. 어느새 개관 25주년이란다. 시네필들이 케이크를 따로 준비 안해서인지, 극장측이 특별한 자축 이벤트를 펼쳤다. ‘극장’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를 만든 것이다. 이종필, 윤가은, 장재건 감독에게 ‘씨네큐브 25년의 의미’를 농축시켜보라는 과업을 안긴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극장의 시간들>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그리고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소개되며 시네필에게 ‘따뜻한 추억의 시간’을 선사했다. 18일 정식 개봉에 맞춰 감독들이 직접 영화에 대한 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아쉽게도 장건재 감독은 신작 막바지 작업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Q. ‘극장’이 주인공인 영화이다. 감독만의 특별한 추억이 있는지.

▶윤가은 감독: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영화와 극장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그랬다. 그때 든 생각은 사람들에게 극장을 찾는 경험이 왜 필요하지였다. 요즘 홈씨어터를 가진 집도 있다. 그런 고민을 할 때 이 프로젝트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극장에 가는 고민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을 때였다. 그 뒤섞이는 순간 이 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이종필 감독: “내가 제안 받은 것은 ‘극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극장의 시간들>에 함께 묶여 있지만 그것은 세 작품이 한데 모이면서 달린 제목이다. ‘시네큐브 25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극장이 나오면 된다는 것이었고, 그것이 꼭 씨네큐브여야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극장 섭외가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씨네큐브뿐만 아니라 사라진 종로의 극장들을 담고 싶었다. 시네코아, 코아아트홀, 단성사, 서울극장, 그리고 이젠 CGV가 된 피카디리극장. 그 시절에 관한 기억들을 생각했다. 극장이란 무엇일까. 영화는 시간을 다루는 매체이고 그것을 담는 공간이 극장이다. 2000년부터 2025년을 배경을 극장이란 곳이 얼마나 변했고, 또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보았다.”

Q. 먼저, 각자 ‘씨네큐브’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며?

▶이종필 감독: “2000년 개관 당시 영화를 보러온 것은 아니었다. 선배가 찍는 영화의 스텝으로 촬영하러 왔었다. 그리고 극장 찍은 게 아니라 화장실을 찍었다. 이곳 화장실이 깨끗하다고 알려져서. 지금도 청결하다는 기억이 강하다. 그 후 영화학교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지만 할 일은 없고 빈둥댈 때, 하루는 친구들이랑 영화나 보자고 온 적이 있다.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이 너무 좋아서 친구들과 같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같이 보았고, 즐거웠다. 종종 이곳에서 영화보자고 약속했다. 근데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윤가은 감독: “제가 이 근처에 살고 있다. 씨네큐브는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극장인 셈이다. 예전에 이곳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마스터클래스를 한 적이 있다. 이건 티켓팅 하기가 어려운데 성공했었다. 아마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다>였던 것 같다. 이창동 감독님과 GV를 하셨다. 그때 난 학생이었는데 그때 들었던 게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시나리오 쓰는 괴로움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이창동 감독의 질문에 고레에다 감독님이 ‘난 괴롭지 않은데...’라고 대답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

Q. 완성된 <극장의 시간들>을 보니 어떤 감상이 드는지.

▶윤가은 감독: “영화(‘자연스럽게’)에 내가 안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영화에서 나는 늘 뭔가를 수습하는 모습이다. 영화를 찍을 때는 나름 디렉션을 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디렉션 하지 않았던 것이 더 좋았겠구나 발견하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 경우가 너무 많다. 이번 영화에서도 (극중) 감독이 등장하고 아이에게 연기 지도를 할 때 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진다. 그런 게 말로 표현하자면 이상하다. 촬영 때 엄마(보호가)가 옆에 있는 게 좋니 없는 게 좋니 물어보면 아이들이 ‘없는 게 좋아요’한다. 그게 좋았다. 작품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덜 간습할 걸 그랬나 싶다.”

▶이종필 감독: “저는 사진 찍히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냥 꼴 보기가 싫은 것이다. 그래서 내가 연기하는 것 본적이 없다. 예전에 감독님이 함께 모니터 좀 보자 할 때가 고역이었다. 정말 보는 척 연기를 했었다. 저에 대한 무언가 직접적으로 찍히는 것, 기록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침팬지>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다룬다. 오래 전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갔었다. 수없이 극장이라는 어둠 속에 들어가서 영화를 보았다. <침팬지>를 볼 때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Q. 영화는 기록의 매체이고, 기록을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종필 감독: “어떻게든 지금은 지나간 것이 되는 것이다. 기록하게 되면 그 순간이 있었던 것 같아지는 것이다. 먼 훗날, 그런 나를 존재했구나하고 전해지는 것이다. <극장의 시간들>에는 본편 말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책의 표지처럼 찍고 싶었다. 씨네큐브의 홍성희 영사기사님을 감히 기록하고 싶었다. <시네마천국>과는 다르지만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기사님이 두 손을 고이 모으고 있는 순간이다. 영화가 잘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젊은 친구가 옆에서 그런 것을 배우는 장면이 있으면 완결이 될 것 같았다. 심해인 배우가 등장한다.”

▶윤가은 감독: “뭔가 기록을 남겨야지 하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제 영화를 어쩌다가 볼 때가 있다. 그런데 보니 거의 같은 동네에서 찍은 것이다. 15년 동안, 주로 성북구에서만 15편의 장단편을 찍은 것이다. 그래서 볼 때 ‘아, 이 동네가 이렇게 변했구나’, ‘아직 남아있구나’ 하는 공간적인 아카이브 느낌이 들었다. 마치 그 시절에 돌아가는 것 같다. 최근 <거침없이 하이킥>을 보는데 자유로를 달리는 장면에서 표지판과 모습들이 그랬다.”

Q. 최근에 한예종 30주년 기념으로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라는 숏폼 영화를 만들었다. 두 분도 참여했다.

▶윤가은 감독: “‘자연스럽게’를 끝내고 바로 찍은 것이다. 영화 만드는 작업이 어떤 것인가. 수많은 감정과 감회들이 남아 영향을 미쳤다. 영화는 불편한 매체이고 비효울적인 것 같다. 어떤 장면은 말도 안 되게 고민을 많이 했다. 편하고, 빠르고, 편한 게 좋은가. 내려갈 것을 왜 산에 올라가지 같은 것이다. 운동도 불편한데 왜 하지? 사람들이 좀 불편하고 느린 것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 과정 안에서 무언가를 찾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것 같다.”

▶이종필 감독: “처음 제안 받았을 때는 그냥 30주년이라 ‘30’이 들어가면 된다고 했다. ‘침팬지’와 ‘프롤로그-에필로그’를 찍어야 해서 못한다고 했는데 윤가은 감독님이 이걸 왜 거절했냐고 카톡 주셨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침팬지’는 나도 예술해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건 다들 진지하게 만들겠지 생각했다. 그래서 아주 상업적까지는 아니어도 커뮤니케이션할 내용을 만들고 싶었다. 하고 나니 내가 코미디 재능이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Q. 씨네필이라면 우리나라에 몇 세대가 있다. 넷플릭스 <노란문>에서 보여준 봉준호감독 세대 다음이 이종필 감독 세대인 것 같다.

▶이종필 감독: ”그렇다. 그것은 ‘노란문’은 대학동아리 중심의 영화문화였다. 제가 영화를 꿈꿀 때는 굳이 대학까지 안가도 되었다. 1995년, 96년 무렵, 한국에서도 예술영화가 본격적으로 상영되기 시작한 것 같다. ‘씨네21’과 ‘키노’가 창간된 황금기였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상영되었고, 또 한 켠에서는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나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상영되었다. 이창동 감독님은 <초록물고기> 같은 상업영화 같으면서도 자기만의 영화가 쏟아졌다. 할리우드영화 뿐만 아리라 제3세계 영화가 쏟아지고. 영화잡지가 나오고, 서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나누고 그랬다. 지금은 반대로 콘텐츠가 홍수처럼 범람한다. 정보조차 또 콘텐츠가 된다. 그때는 조금만 알면 착착 정돈된 세계가 있어 행복하게 탐구하고,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들어가서 즐겼던 것 같다.“

▶윤가은 감독: “저도 같은 세대여서 그 때가 기억난다. 중고등 시절에 PC통신의 영화퀴즈방 대학생 언니오빠들과 함께 지적허영을 즐겼던 것 같다. ‘저 말이 뭐지?’하며 어려워하면서, 난상토론을 벌이고, 안 보던 영화를 보고 그랬다. 아직 일본영화가 정식으로 수입이 안 되던 시절, 중3이 영퀴방 선배들 가는 지하 카페에서 영화를 봤었다. 영어자막으로 보던 때였다. ‘이게 뭐지?’ 했던 작품 중에 키타노 타케시 감독의 <하나비>가 있었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특권이 부여되는 시기였던 것 같다. 2000년 초중반 무렵엔 하이퍼나다에서 예술영화 많이 보았다. 지금은 어느 곳에서나 쉽게 영화를 볼 수 있지만 그때는 그 곳에 가야, 시간과 노력이 다 필요했다. 키노 잡지에 나온 사이트앤사운드 잡지를 찾아보고 그랬다. 그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Q. 두 감독은 최근 고아성 배우를 캐스팅했다.

▶윤가은 감독: “고아성 배우는 미장센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몇 년 같이 하면서 만났다. 오랜 팬이서 좋아했고, 팬의 입장에서 친구로 보내며 지켜볼 수 있었다. 고아성은 용감한 배우이다. 같이 작업해 보고 싶었지만 언뜻 제안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로 들이밀었다. 원래 극중 감독역할을 제가 직접 하려고 했다. 목소리만 나오는. 그런데 그렇게 하면 현장이 어색하고 힘들어질 것 같았다. 제목이 ‘자연스럽게’인데. 작품이 열려있는 영화라서 용기 있게 해줄 배우가 필요했고, 본인이 아역배우 출신이기에 내가 모르는 부분도 채워줄 것이라고 믿었다.”

▶이종필 감독: “‘파반느’를 같이 했다. 1차 편집 마치고 아성 배우랑 몇몇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책 이야기가 나왔었다. 내가 ‘어떤 책을 보았는데 시간이 지나 그 내용을 깜빡했다’는 옛날 경험을 이야기했는데 그 자리의 한 분이 영화로 찍으면 재밌겠다고 그랬다. 그리고 며칠 있다가 이 작품을 제안 받은 것이다. 난 바로 ‘침팬지’ 이야기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성 배우가 이 이야기를 듣고는 배우가 아니어도 돕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전 ‘얼씬도 하지 마’라고 했다. <극장의 시간들>도 소중하지만 고아성의 <파반느>도 소중해서 저에겐 아름답게 남기고 싶었다. 어쨌든 <파반느>의 미정이 감독이 되었다.”

Q. ‘자연스럽게’는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 상태인가?

▶윤가은 감독: “스태프가 보는 정도로 매 신마다 몇 줄 필수적인 내용을 기술한 정도였다. 아이들이 골목에 등장하는 신에서는 감독이 레디 액션을 하고, 슬레이트를 치면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수다를 뜬다는 식으로. 현장에서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죠?’하면 ‘ 하고 싶은 것 해’라는 식으로. 그렇게 디테일이 채워졌다. 테이크를 반복하는 게 컨셉이니까. 재밌게 찍었다. 부자연스럽게 나오는 장면도, 회의하는 장면도. 길게 찍었고 편집하면서 스토리텔링이 완성된 셈이다.”

Q. 극중 감독(김대명)이 악평을 보는 장면이 있다. 감독님의 경우는 ‘악플러’의 글들이 어느 정도 창작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

▶이종필 감독: “큰 의도를 갖고 넣은 장면은 아니다. 영화팬의 악평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영화판의 풍경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엔 영화를 ‘감상’했다면 이제는 평가하는데 ‘효율’을 따지는 것 같다.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는데 이해가 안 된다’하면 감상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취향이면 봐, 아니면 보지 마’라고 효율을 따진다. 영화를 보는 문화, 감상의 변화를 기록하고 싶었다. <탈주>의 평 중에 ‘모든 면에서 실패한 작품’이라는 악평이 있었다. 그걸 가슴에 새기고 있다가 이번에 써먹은 것은 아니다. 악플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그 악평이 너무 좋아서 조금 변형해서 사용했다. <탈주>를 보고 악평 남겨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윤가은 감독: “악평은 저에게도 실제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하나하나 한 줄로 확 지나가기도 하고. 수적으로 많아지는 것 같다. 쉽게 보고, 또 쉽게 글 쓰는 익명의 공간에서, 별점이나 점수의 형태가 되면서 영화의 다양성이 확 치우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자기에게 가장 가혹한 사람일 것이다.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계속 실패하는 과정이니까. 훨씬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내가 봐도 오독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다 만들고 나서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데’하는 후회가 있다. 어떤 평가도 내가 내 자신에게 하는 평보다 가혹하진 않다. 그래서 헷갈린다. 저 기준에 맞춰야 하는가. 모든 기준을 맞출 수 없다. 저는 작고, 요구는 크니까. 내가 더 가혹하게, 더 치밀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Q. ‘침팬지’에서 세 친구는 누벨버그 걸작 [국외자들]에 나온 귀여운 춤을 추는 장면이 있다.

▶이종필 감독: “그런 장면을 오마주하는 것은 창피하면서도 용기가 필요하다. 굳이 이런 것을 할까. 순수하게 생각해서 보고 싶은 걸 찍고 싶었다. 그래서 해보고 싶었다. 세 명의 영화광을 기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원슈타인은 댄스가수는 아니지만 리듬감이 있었다. 이수경은 본인이 알아서 하루 동네 학원가서 배웠다. 홍사빈은 제대한지 얼만 안 되어서 눈치껏 잘 했다. 편집될 수도 있겠다 했지만 너무 열심히 하니까.”

Q. 그럼 ‘침팬지’에서 언급되는 책 <동물이야기>와 창경원 침팬지 이야기는 어느 정도 실화인가.

▶이종필 감독: “책을 다시 보니 (처음 읽었던) 그 내용이 없어졌다는 것과 동물원 게시판에 글을 남긴 것도 실화이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현실과 영화를 구분 못하거나, 그냥 내가 상상한 것일 수도 있다. 사육사가 계시고, 그분이랑 이야기 나눴던 것도 사실이이다. 폴란드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걸 정리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렇게 기록하고 싶었다. ‘이게 무슨 의미지?’하고 보면 모를 것이다. 돌이켜보면, 과거에 존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진 것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게 영화일 수도 있고, 영화예술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시간일 수도 있다.”

“침팬지 탈은 쿠팡에서 구입한 것을 손 본 것이다. 몸을 잘 쓴다고 해서 장요훈 배우가 그걸 뒤집어쓰고 연기했다. 사족보행을 연기하기 위해 팔 쪽에 보행기를 넣었다. 장요훈은 <탈주>와 <파반느>, 그리고 <스포일리아>에 나왔던 배우이다.”

Q. ‘침팬지’의 세친구 이름은?

▶이종필 감독: “‘고도’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좋아해서.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이 인상적이어 예전부터 생각해두었던 이름이다. 원래는 평범한 이름을 생각했다가 밸런스가 안 맞았다. 침팬지 이야기를 하다가 정보만 남는다. ‘모모’(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제제’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 나온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친구가 있다. 군복 입고 나무에 기댄 친구가 생각나서.”

Q. 시네필로서 예전에 본 영화 중 다시 극장에서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이종필 감독: “대만영화 <로빙화>를 TV에서 봤었다. 너무 보고 싶다. 극장에서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윤가은 감독: “아주 어릴 때 TV로 본 <박하향 소다수>라는 작품이 생각난다. 언니와 사는 열세 살 소녀 이야기이다. 엄마 아빠가 이혼해서 두 집을 왔다 갔다 하며 성장하는 여름 한 철을 다룬 영화이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다니앤 쿠리스의 프랑스 영화 <페퍼민트 소다>이다. 프랑스의 국민영화이다. 브라운관으로 더빙된 작품만 봤던 기억이 있어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Q. 오늘 자리를 함께 못한 장건재 감독의 작품 ‘영화의 시간’을 대신 소개해 주신다면?

▶이종필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하셨다. 좋은 영화는 일층으로 들어왔다가 나갈 때는 2층으로 나가는 기분이라고. 장건재 감독님의 마지막 컷이 그렇다. 지하였다가 지상으로 나가는 마지막 컷을 보면 계단을 올라가는 게 햇빛을 따라 올라간다. 그 말과 맞닿는 것 같다.”

▶윤가은 감독: “볼 때마다 다른 감상이 든다. 이주원 배우가 무대에 올라 자기 영화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영화를 보다 잘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장면이 다르게 느껴진다. 저도 영화 보다 잘 때가 있다. 피곤해서 그럴 수도, 영화 자체가 잠이 올 정도로 지루할 수도 있다. 잠자고 꿈꾸는 것이 영화의 속성이 붙어있다. 뇌를 풀가동할 때도 있고, 영화를 탓하거나 복잡해질 수도 있다. 영화는 단칼에 쉽게 할 수 없다. 자다 깨다 하는 경험 자체가 영화이구나. 영화라는 경험을 좀 더 폭넓게 생각할 수 있다. 딴 생각할 수도 있다. 영화라는 경험은 아주 큰 경험이다.”

Q. 개봉을 앞두고 관객에게 한 말씀.

▶이종필 감독: “어쨌든 예산이 들어간 영화이니 이 영화에 관심 가져주셨으면 한다. 물론 들어와서 잘 수도 있다. 하지만 나갈 때는 극장을 느낀 시간이 되어서 그 순간을 기억하는 관객이 되었으면 한다. 단 한 분이라도.”

▶윤가은 감독: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 영화감독 입장에서는 관객을 만나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영화 만드는 동안은 관객을 만날 수가 없다. 영화를 좋아하신 분, 팬이었던, 몇 년 만에 영화를 본다는 분들도 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이 없다. 다들 그렇게 한번쯤은 극장에 가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각자 다른 경험과 만나실 수 있을 것이다.”

정말이지,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극장의 시간들>을 본다면, 보다가 혹시 잠이 든다면, 자다가 깨어 사방을 둘러본다면, 영화 끝나고 계단을 올라가다보면, ‘아, 내가 누구랑 왔지?’ 추억에 남을 극장의 경험이 될 것 같다.

[인터뷰진행: 2026년 3월 17일 15시~16시 15분 서울 종로구 티캐스트 9층 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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