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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넷] 셰익스피어의 씻김굿 (클레이 자오 감독, Hamnet, 2026)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다시 스크린에서 만난다. 우리가 아는 셰익스피어는 1564년 영국 런던에서 좀 떨어진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Stratford-upon-Avon)에서 태어났다. 많은 영국의 학자들은 수백 년 동안 그의 가계도와 행적을 뒤쫓았고 그가 1582년 마을 처녀 앤(아네스라고도 불림)과 결혼하였고,1585년 무렵에 런던에서 배우로, 극작가로 활동하였음을 알고 있다.
 중국 베이징 출신의 클로에 자오(Chloé Zhao)는 영국작가 매기 오패럴의 소설 [햄넷]에 매료되어 함께 시나리오를 쓴다. 소설은 셰익스피어가 8살 연사의 아네스 해서웨이를 만나 첫눈에 반하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였고, 아이를 낳고, 혼자 런던으로 떠났고, 극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청년 셰익스피어를 다룬다. 그가 떠난 고향집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온 세상이 흑사병이 돌 때 아끼는 아들 햄넷을 잃고 만다. 고향의 아내는 극도로 슬퍼하고, 런던의 셰익스피어도 비통에 젖는다. 아내는 집을 떠난 남편을 미워한다. 그런데 남편은 여전히 연극 나부랭이를 한다고, 그것도 아들의 비극을 코미디로 만든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내는 런던의 극장(공연장)을 찾는다. [햄릿]이 시작되고, 아내는 분노하고, 경악하고, 의아해하고, 빠져들고, 슬퍼하고, 저도 모르게 ‘햄릿’을 연기한 배우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웃음 짓는다.
 이 영화는 우리가 알던 셰익스피어와 몰랐던 그의 가족 이야기에 한 걸음 다가가서 지켜보게 된다. 영화는 당시의 기록에는 ‘Hamnet’과 ‘Hamlet’이 같은 이름으로 여겨졌다는 자막과 함께 시작된다. 사실 셰익스피어만 하더라도 많은 철자(Shakespear,Shackspeare, Shakspere, Shaksper)를 남겼고, 그의 정체와 작품 집필의 진실성을 둘러싸고 서지학자와 영문학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내 이름도 앤과 아그네스(야네스)가 혼용된다. 
 [햄넷]에서 아네스는 매를 키우며 약초를 다루는 무녀 같은 인물로 등장한다. 그런 아네스가 윌리엄에게 매료되는 것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전설’을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 실력이다. 가끔 찾아오던 아버지는 아들(햄넷)과 목검을 부딪치며 연극놀이를 한다. 아네스의 매가 죽자 가족들은 그 영혼을 하늘에 보내는 의식을 지낸다. 매는 누군가의 영혼이며, 가족들을 연결하는 메신저이다.
  매기 오패럴의 원작소설은 역사적 공백을 기반으로 문학적 상상을 마음껏 펼친다. 이야기는 아네스의 시선과 내면을 바탕으로 가족의 비극을 전한다. 클로이 자오의 영화는 아네스의 신분/직업을 이용하여 다양한 상징과 의식/제례/관습을 나열한다. 그 과정에서 가정의 정서적 갈등과 드라마의 깊이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네스는 셰익스피어에게 불타는 창작열을 남겨주는 것이다.
 그동안 셰익스피어의 아내에 관심을 둔 사람은 거의 없다. 남겨진 기록이라면 고작 셰익스피어의 유언장에 쓰인 “아내에겐 두 번째로 좋은 침대를 남긴다”는 미스터리한 문구이다. 오랫동안 이 문구는 남편의 치졸한, 혹은 무성의한 감정이라고 여겨졌다. 물론,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두 번째 침대라는 것이 나쁜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란다.
 아네스는 매와 시간을 보내고, 식물과 소통하고, 자연과 혼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를 낳을 때의 모습과 내지르는 고통, 자식이 죽었을 때의 절망, 남편을 오해했을 때 보여주는 분노 등이 거의 날 것의 형태로 표출된다.
   <세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창조되었듯이 [햄릿]의 뒤안길에는 슬픈 아들의 죽음이 있었다는 것은 물론 문학적 상상력이다. 쌍둥이 아들 ’햄넷‘은 야코비 주프가 연기한다. 영화 후반부 연극 장면에서 ’햄릿‘을 연기하는 배우는 그의 형, 노아 주프이다.
 매기 오패렐의 원작소설은 2023년 로얄셰익스피어컴퍼니에서 연극으로 무대에 먼저 올랐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원작소설도 궁금해지고, 연극도 보고 싶어진다. 물론, 셰익스피어의 [햄릿]도 다시 찾게 되는 문학의 신비로움이 있다. 제시 버클리의 신비로운 눈빛과 폴 매스컬의 고뇌하는 작가 모습, 그리고 햄넷을 연기한 아역배우의 비극성이 작품에 무게감을 더한다. 2026년 2월 25일 개봉/125분 (박재환.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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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넷 (Hamnet) ▶감독: 클로이 자오 ▶원작: 매기 오패럴 ▶출연: 제시 버클리, 폴 메스칼, 조 앨윈, 에밀리 왓슨 ▶개봉:2026년 2월 25일 제시 버클리 ▶상영시간:126분 ▶상영등급:12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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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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