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환.1999.4.23) 여명과 서기가 나오는 영화 <유리의 성>(玻璃之城/City of Glass)은 그저그런 멜로물로 접어두기엔 좀 아까운 구석이 있는 영화이다. 그것은 아마도 홍콩인의 정체성을 다룬 또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사실 1997년 7월 1일부로 홍콩이 중국에 넘어간 후 그 홍콩인들이 어떻게 될지는 우리보다 그 사람들이 더 고민하고, 고뇌하고, 방황하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그랬을 것이다. <첨밀밀>의 경우는 그들은 미국으로 도망간다. 홍콩-중국의 못 이룬 사랑을 미국에서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첨밀밀>의 감독 진가신도 미국 헐리우드로 진출한다. 그의 첫 헐리우드 작품은 <러브레터>이다. 물론 이와이 슈운지의 잉글리시 버전이 아니다. 케이트 캡쇼 나오는 드림웍스작품이다
여명과 서기는 1960년대 말 홍콩의 한 기숙사 딸린 학교의 학생신분으로 처음 만난다. 그들의 첫 만남은 기숙사 생활을 하다보면 한해 한두번 겨우 겪게 되는 그런 행사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 대학 기숙사에선 오픈 하우스란게 있는데 이 나라에선 여자 기숙사 꼭대기에 있는 종(댕~땡~ 울리는 종루의 종)을 용감한 남자 기숙사생이 저지선을 뚫고 쟁취하는 것이다. 여자들은 남자들의 접근을 불허하기 위해 호스를 이용하여 물대포- 적극 저지한다. 하지만 우리의 용감한 여명은 물벼락을 뚫고 그 종을 차지한다. 그때, 여학생중 한 여자를 보게 되는 데 바로 서기이다. 여학생동 403호, 최고 미녀 서기란다.
그 다음 이야기는 둘의 로멘스, 연애담을 보게 된다. 여명은 학내에서 뭐든지 잘 하는 남자다. 욕도 잘한단다. 50개 단어의 욕으로 한 문장을 만드는 대회에서 1등했단다. 둘의 연애에서 아름다운 장면이 많다. 아니 좀 있었다. 서기가 한 밤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갔다가 여명이 그녀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분위기있는 기숙사 길을 올라갈 때. 어느 기숙사 축제하던 날. 둘은 달밤 아래, 기숙사의 뒷뜰에서 처음 키스를 할...뻔 한다. 키스조차 못한 이 불쌍한 연인은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내는 모양이다. 그리고, 홍콩의 혼란의 한 시절을 보내며 남자와 여자는 헤어지게 되고. 둘의 가슴아픈 기다림과 절망의 시간이 흐르고.. 나중에 여자가 그런다. "둘이 헤어져 있을때 가장 사랑했었던 것 같았어.."라고. 그리고 각자 유부남, 유부녀가 되었고, 다시 만나서 다시 옛사랑이 되살아나고... 뭐 그런 식이다. 중간에 몇 가지 장면이 남는다.
우선 데모 장면. <조어대는 우리편?> 뭐 그런 플래카드가 잠시 나온다. 釣魚臺는 중국북경의 고위관리들이 일하는 곳이다. 쉽게 우리 식으로 말하면 청와대, 혹은 여의도는 우리 편.. 이런 이미지이다. 여기서 그저 여명 팬이라면 여명이 민주투사쯤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홍콩은 영국 치하일테니 무슨 민주람? 때는 1968년도쯤이다. 물론 1968년이라면 프랑스에서부터 좌파의 열풍이 불던 때였고, 홍콩 또한 마찬가지였다. 홍콩에서는 폭동이 있었던 해이다. 이 당시의 역사는 사실 가려진 것이 많다.
당시 중국은 문화대혁명의 와중이었고, 지금 당장이라도 영국의 제국주의 놈들을 쫓아내고 홍콩을 접수하자 라는 홍위병의 혁명열기로 들끓던 때였다. 이러한 과격홍위병을 막았던 것이 주은래였다나. 만약 1968년에 홍위병이 홍콩에 들이닥쳤더라면- 당시에 영국이 홍콩을 보존하기 위해, 중국에 군함을 파견하고 어쩌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미국은 당시 중국과는 국교조차 맺고 있지 않았던 때였다. 하지만 홍콩 다음이 대만일 터이니 이 사태는 사실 심각한 것이다. 하지만 주은래는 이들을 막았고, 어쨌든 인류역사상 가장 처참한 사태는 모면하였다. 그때 홍콩이 중국 밑에 갔다면, 주윤발도 장국영도 왕가위도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중국대륙의 혁명 열기는 곧장 홍콩에도 전해진다. 특히 캠퍼스엔 말이다. 이건 우리나라 1980년대 대학가에서 쉽게 김일성 이야기가 전해지듯 말이다. 젊은 사람들은 혁명의 흡입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홍콩의 좌파지식인과 무산계급을 충동하던 어수선한 때였다. 여명이 시위도중 입고 있는 티셔츠를 잘보면, 바로 '체게바라'얼굴이 그려져 있다. 남미에 공산혁명을 주도했던 그 체 게바라말이다. 체 게바라는 또한 마오주의자(모택동주의자)이기도 하고 말이다) 여명은 공산주의 운동까지는 안 갔더라도 어떤 혁명의식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물론, 이 영화는 멜로물이고, 우리가 홍콩의 1960년대를 이해못하니, 그가 어떤 데모를 했는지는 사실 몰라도 된다.이 영화에서 이데올로기는 겉치레에 불과하다. 더욱 맥 빠지는 것은 훌쩍 커버린 이후, 둘이 다시 만나는 장면이다. 서기는 홍콩에서 비교적 성공했고, 여명은 유럽유학 후, 미국에서 성공하여 홍콩으로 잠시 돌아온다. 두 사람이 만나서 옛 일을 기억할때 여명이 그런다. "사상이란 바람 같은 거야. 열병같았다고나 할까. 한번은 치러야할 열병." 서기가 그런다. "혁명이란 젊음에 비유할 수 있어.그 나이에 따라 궤를 같이 하지."
물론 여기서 영국의 정치 격언 "젊어서 공산주의에 경도되지 않으면 절망적이고, 늙어서도 공산주의에 남아있다면 그건 멍청한 짓거리이다" 뭐 이런 말을 옮길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에도 적어도 요즘 와서 다시 신문지상에서라도 찾아지는 386세대라는 것을 이해하려면 그래도 지난 10여 년동안 우리나라 캠퍼스에서도 그만큼 고뇌와 갈등으로 방황하던 학생, 젊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그 또래들이 교정에서 무얼 생각하고 있을까. 통일? 혁명? 민주? 인권? 우하하하..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취업때문에 제 코가 석자일텐데 말이다.영화는 1996년과 1997년이 교차된다. 아버지 세대-여명과 서기-가 죽는 것은 1996년 12월 31일이다. 그들이 최후를 맞는 것은 영국 런던이다. 남들은 빅벤이 보이고, 홍교(런던 브릿지)에서 신년맞이 카운터다운을 할때 그들의 차가 뒤집어져서 죽는 것이다.
<첨밀밀>에서 홍콩의 자유가 미국에서 이루어진다면, <유리의 성>에선 홍콩의 민주가 영국런던에서 전복되는 것이다. 이는 뭐 심각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딱 1년뒤. 1997년 7월 1일 20세기 전 지구 인류가 지켜보는 마지막이며 최고의 축제가 홍콩에서 있었다. 정확히 00:00 영국측 찰스황태자와 중국의 강택민이 차례로 대형화면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그것을 배경으로 그들의 아들세대가 아버지세대를 분장한다. 여명과 서기를 화장한 재를 축포에 담아 함께 밤하늘에 불꽃으로 수를 놓는 것이다. 이 영화 포스터의 불꽃놀이장면은 바로 그 장면이다. 꽤나 멋있다.
여명과 서기가 지는 해라면 뜨는 해로서 두 사람을 주목할만 했다. 바로 그들의 아들 딸로 나오는 수지와 마이클 이라는 애들. 수지는 니콜라 청(Nicola Cheung)이다. 중국어로는 張燊悅(장신열)이다. 이 영화에서 그 배우는 꽤나 깔끔한 인상을 남겼다. 홍콩대 법학과를 나온 재원이란다. 그녀가 나온 영화는 <유리의 성>이전에 세 편이 있었다. <完全結婚手冊(96年)>袁詠儀, 양채니 진소춘주연, <求戀期(96年)> 雷頌德, 古巨基주연, <戇星先生 (97年)> 袁詠儀,葛文煇주연 영화였다. 그리고, <트라이 투 리멤버> 노래가 좋았다는 것을 끝으로 이야기 마친다.
영화는 원래 이미지로 남는 것이 많다. 이 영화로 몇몇 이미지로 남을 것이다. 특히 빨간 우체통이나, 마치 핸드폰 CF같은 빗속의 두 연인 장면들이 말이다. (박재환.1999)
▶*City of Glass* (玻璃之城, 1998), directed by Mabel Cheung (張婉靜), is a Hong Kong romantic drama starring Leon Lai (黎明) and Shu Qi (舒淇). The film traces the decades-spanning love story of a couple who first meet as students in the late 1960s, when political unrest and youthful idealism echo throughout Hong Kong society. Their brief campus romance, interrupted by social upheaval and time, evolves into a bittersweet rediscovery as middle-aged lovers reunite before their tragic deaths in London on the eve of Hong Kong’s 1997 handover. Through parallel narratives of past and present, *City of Glass* encapsulates the shifting identities, lost innocence, and collective melancholy of a generation caught between colonial heritage and reunified China. Featuring supporting performances by Nicola Cheung and Daniel Wu as the lovers’ next generation, the film serves as both an elegy to youthful passion and a meditation on Hong Kong’s uncertain future. ★Reviewer: Park Jae-hw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