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클리어 앤드 데인저러스' 에이전시 (토니 스코트 감독, Enemy of the State 1998)

 

 (박재환 2002.12.4.) 올해(2002년) '국군의 날'이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한 육군소장이 "여기에 다 있습니다."라며 '블랙북'이란 걸 손에 쥐고 흔들었다. 이 사람은 대북(對北) 통신감청정보를 총괄하고 있는 국군 '****부대장'이었고 그가 보여준 서류는 대외적으로 결코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군사기밀이었단다. (저기 서해안 휴전선 바로 밑에서 북한군의 무선통신을 받아 적는 부대란다) 국감장은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국방부장관과 안기부장을 지냈던 한 의원은 노발대발하며 정보부대책임자의 자질을 공박했다. 그러면서 나온 말이 "국방장관을 지낸 나도 그런 부대가 존재하는 줄은 몰랐다. 비밀을 생명으로 하는 비밀 정보부대가 그렇게 까발리면 어떻게 하겠단 말인가?"라고 분개했다고 한다.(이제 알 사람은 다 알아버렸으니 내가 여기서 이런 말 한다고 해서 국가정보를 누설하는 매국노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신문을 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았다. '국방부장관과 안기부장까지 지낸 사람이 모르고 있는 정보부대가 다 있었구나'라고. 물론 이 二星장군은 곧 군복을 벗어야했다. 놀라운 것은 그 얼마 뒤 미군부대에서 이 사람에게 공로훈장을 수여키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마, 우리나라 군부대 정보수집의 낙후성(이건 전적으로 미군과 비교해서지만)이나 군사정보 수집에서의 월등한 미군의 능력을 전해 들었다면 평소 이 부대가 미군부대와 어떤 공고한 협조관계가 있었는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도 그런 존재조차 몰랐던 부대, 아니 국가기관이 있었단다. 과연 무슨 기관이었을까.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별 희한한 비밀기관이 다 나온다. 멀더와 스컬리 요원의 소속은 FBI가 분명한데, <트루 라이즈>의 아놀드 슈왈츠네거나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저의 소속은 어딘지 모른다. 여기 그와 유사한 국가기관이 등장한다. 바로 NSA이다. 미 국방부 소속의 국가안전보장국 (NSAㆍNational Security Agency)이다. 1952년 트루먼 정권시절에 설립된 후 줄곧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런 기관은 없다(No Such Agency)" 혹은 "아무 말도 묻지 마라(Not Say Anything)"라는 말이 있을 정도란다. 알려지기로는 현역 군인 및 민간인 3만 8,000여 명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 최강의 비밀 첩보기관이다. 조직 규모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두 배에 달하며, 예산 규모로 볼 때 '포천' 지가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의 상위 10%에 속할 만한 거대 집단이란다. 이런 비밀조직이 세상에 '결정적'으로 알려진 것은 최근이다. '에슐론 프로젝트'가 알려진 것이다. 전 세계 전화, 전보, 팩스, 인터넷 이메일 등을 도청한다는 것이다.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국에도 엄청난 기지가 있다고 한다. 이 기관은 전 세계에 거미줄 같은 조직망을 구축하고 전 세계 모든 통신을 감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정보통신 전쟁에 대해서는 사실 무지 그 자체였다. 그런 무지와 편견을 한방에 날려주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토니 스코트 감독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란 영화이다.

미국의 한 국가기관에서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전 국민 감시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이를 막으려고 하고, 그 국가기관은 이 국회의원을 살해한다. 그런데 바로 그 살해 장면이 누군가에 의해 녹화된다. 그리고 그 테이프는 그만 주인공 윌 스미스의 크리스마스 선물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이에 국가기관은 이 테이프를 회수하기 위해 엄청난 첩보전, 정보전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거대 국가기관에 맞서게 된 주인공. 관객은 현대정보전, 현대 정보기관의 엄청난 규모와 실력을 실감하게 된다. 위성으로 지구 위 도로에서의 추격전을 손바닥 손금 보듯이 훤히 꿰뚫어 보고 전화상의 모든 대화내용이 도청된다. 

아직도 믿지 못할 것이 있다. 영화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 내 전화기는 모두 감청된다. 누군가 대화 중에 '대통령' '폭탄' '알라'라는 세 단어를 사용했다면 이 통화는 곧바로 자동으로 체크된다." 

이와 유사한 내용은 연쇄살인마를 다룬 <세븐>에 나온다. 미국 내 도서관 대출시스템은 모두 연계되어 있다. 만약 누군가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대출하면 즉시 국가 비밀기관에 통보된다. 왜냐하면 테러리스트의 필독서가 그 책이란 것이다. 

물론 헐리우드 영화답게 우연히 휘말려든 음모전에서 주인공은 영웅적인 활약상을 보여준다. 

뭐, 이런 디지털 세상의 놀라운 첩보전에 관심을 가지는 인물이라면 이 영화 당연히 재미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실제 가능한지 안한지는 나로선 알 수 없다. 그 이상일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해본다. 

인터넷 '웹'만해도 '대통령'폭탄'바보' 라는 단어가 함께 쓰인 웹을 검색할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웹 문서를 누가 어디서 올렸는지는 IP추적도 가능하지 않은가. .......  도청의 힘은 무섭다..  (박재환 200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