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영화를 평한다? 멍청한 영화를 보고 싶어서 이 작품을 고른 것이다. 작년 개봉 당시 네티즌의 평들이 대체로 그러했고, <인디펜던스 데이>로 미루어 짐작컨데 롤런드 에머리히 감독이 날 배신하고 갑자기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을리도 없기 때문이다. 어제 갑자기 뚝 떨어진 날씨에 이불 폭 뒤집어 서고 이 영화를 보기 시작하였다.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리고 굉장히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핵 강국의 파워게임속에서 소총 들고 싸우는 대한민국 국민이 이 영화를 보아야하는 이유를 써 보겠다.
지난(1999년 10월) 13일 미국 상원에서는 놀랄만한 의안이 표결처리되었다. 바로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의 미국내 비준안이 51:49로 부결된 것이다. 한 표의 오차도 없이, 공화당 소속 의원 51명이 모두 반대한 것이었다. 'CTBT'는 전 세계를 핵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자는 국제조약이었고 미국은 줄곧 각국을 윽박지르거나 달래가며 통과시키려고 했었지만 정작 자기나라에서는 부결시켜버린 것이다. 이것은 물론 클린턴과 의회의 파워게임이지만, 미국인의 애국심을 바라볼수 있는 하나의 잣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핵무기를 만들 생각조차 않고 있다.
... 자, 그럼.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큰 소리치고, 프랑스가 큰 소리 치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그것은 바로 힘이 뒷바탕된 국력이다. 군사력 말이다. 특히 핵 파워.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이 1940년대부터 이데올로기의 대결을 펼칠 때부터 핵전력 강화는 쉼없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영국, 프랑스, 중국, 그리고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의심가는 나라로 이스라엘과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혹은 보유하고 있을지도 몰라 나머지 안 가진 나라가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가 핵을 지금부터 연구하고 가질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대통령은 극비리에 팀을 구성할 것이다. 그래서 원자핵 전공학자와 미국의 우리 애국 과학자와 군인(로버트 김 같은?)을 은밀히 접촉할 것이다. (물론 미국은 그러한 인물에 대해서는 아주 철저한 감시와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지하골방에 쳐박혀 실험을 할 것이다. 하지만, 실험을 할때는 결국 들통난다. 북한은 실험조차 못하고 있다. 미국위성이 맨날 사진찍고 감시하니 말이다. 하지만 강대국은 자기들 안방에서 실험한다.(땅이 넓으니...) 혹은 시뮬레이션으로. 소련은 이제 남의 나라가 된 우크라이나나 카자흐 공화국 땅에서 열심히 실험했다. 미국은 텍사스 넓은 땅이나 남태평양의 섬에서, 프랑스도 남태평양의 자기들 섬에서 열심히 터뜨리고 실험했다.
비키니 섬은 미국이 핵실험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40년대 50년대 비키니 섬은 핵실험의 천국이었고, 그후 폐쇄되었다. 최근에 50년만에 열린 비키니는 이제 관광천국이라고 한다. 스쿠버 다이버에겐 더할수 없는 낙원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잔류 방사선은 미국대도시보다 낮게 나온다고 한다. 프랑스는 지난 95년에 마지막 핵실험을 남태평양 무루로아 환초에서 몇 차례 실시했다. 이 영화는 아마 그 실험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 같다. 당시 프랑스는 세계각국의 원성과 반대를 무릅써고 실험을 강행하였다. 당시 시라크 대통령은 각국의 反佛 분위기에는 아랑곳 없이, "포도주 몇 병 안팔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핵안보다"고 소리쳤고, 프랑스 국민 대다수는 그를 지지했었다. 이는 그 이듬해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쟁적 핵실험에서도 드러났다. 파키스탄에 대한 경제제재를 하고 난리였지만, 안 그래도 가난한 파키스탄 국민대다수가 굶주림에 시달려도 핵실험에 대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파키스탄은 미국에 큰 소리 치기를 "핵실험 안하는 조건으로 50억달러 내놓아라!"였었다. 이렇게 큰 소리 칠 수 있는 까닭은? 왜냐? 일단 손에 쥐면, 그 누구도 얕볼수 없는 국가이니까 말이다.
헛소리 그만하고. <고질라>이야기. 이제부터 현실적 강대국 이야기가 아니라, 이상적 반핵이야기가 펼쳐진다. 남태평양에서 핵실험이 실시된다. 그리고 그 섬에는 돌연변이가 생겨난다. 지렁이 박사가 알아낸 바로는 소련의 체르노빌에서는 지렁이 돌연변이 개체의 크기가 17% 성장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남태평양의 한 생물체를 만나보게 된다. 그게 용가리인지 킹콩인지.. 파충류다. 이 놈의 크기는 엄청나다. 어마어마하다. 그 놈이 태평양을 가로질려 남미를 거쳐 미국땅 뉴욕에 발을 디디는 것이다. 그리고 군인은 그 놈을 죽이기 위해 소총, 탱크, 대포, 전투기 등을 동원한다. 크기도 클뿐더러, 민첩하기는 야생 도마뱀급이다. 그러니 도저히 잡을 수가 없다. 게다가 무성생식으로 알을 잔뜩 놓는다. 그리고 알이 부화하고 <쥐라기 공원>처럼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뭐. 헐리우드 영화답게 특수효과와 거대남근주의자 롤런드 에머리히답게 오직 사이즈만으로 승부한다. 그리고 분명 특수효과에 쳐바른 돈이 너무많아 어쩔 수 없이 러닝타임을 맞추기 위해, 말도 안되는 로맨스를 집어넣는다. 그리고 매디슨스퀘어 (우리나라 잠실체육관 같은...)을 통채로 날려버린다. 자, 그럼 영화는 재미 있게 보았다. 남는 것은? 동원참치? 아니면 뉴욕시장에 나선 애버트? 맛없는 미국커피? 문제는 다시 처음으로...
그놈은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난 놈일까? 미국에서 눈 깜짝할 사이 수백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그놈이 태어난 그 섬은 어떻게 되었을까? 고질라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것이다. 아마 인공위성에서도 그 섬이 관측될 것이다. 그리고 그놈은 태평양 건너 미국에만 간 것이 아니라, 한국에도 왔을 것이다. 그 놈은 핵실험의 결과 생겨난 돌연변이란다. 그러니 이 영화는 핵 실험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의학 영화이다. 그러니 핵을 평화적으로 잘 이용한다면.. 그러니까.. 요즘같이 남성생식기 확대수술 (그런 수술이 있음)을 따로 할 필요없이, 핵 레이저를 그 부위에 쏘아 충분히 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마, 작은 키로 고민하는 사람에겐 희소식이 될 것이다. 키도 크게 할 수 있을 것이니.... 이제 길거리에 나서면 아주 아주 이상하게 생겨먹은 인류들을 실컷 보게 될 것이다.
롤런드 애머리히 감독은 고질라를 통해 이상비대증에 걸린 인류의 성장욕구를 그린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명작이다. 음.. 정말 훌륭한 영화평이다. (박재환 1999/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