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일병 구하기] 스필버그의 전쟁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Saving Private Ryan 1998)

 


(박재환 1999.9.8.) 오, 하느님! 이 영화를 정말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었단 말입니까? 

이 영화는 전투의 잔인한 묘사로 인해, 전쟁 영화에 있어 크나큰 한 획을 그었다. 여태 보아온 많은 전쟁영화 중에서 이처럼, 전쟁의 공포와 광기, 참전한 군인들의 심리를 여과없이 보여준 작품은 드물 것이다..... 전쟁은 총을 든 외교이며, 평화는 총을 놓은 외교라고 했다. 그리고, 본질은 정치이고 말이다.... 

성조기가 화면 가득 펼쳐지고, 한 노인이 줄지어 서 있는 국립묘지 십자가 앞에 달려간다. 그리고, 한 십자가에 매달리며, 과거를 회상한다. 이 할아버지가 누구냐 하면, 이 영화의 ‘무늬(제목)만’ 주인공인 라이언이다. 물론 할아버지 라이언이다. 

 이 영화는 파도가 몹시 거칠었던 어느 날, 수륙양용 장갑차가 구축함에서 해안선 가까이 내려져서는 해안육지로 군인들을 내뱉는다. 지금 밀러 대위(톰 행크스)가 지휘하는 소대가 육지에 도착한다. 그리고, 육지를 향해 장갑차의 해치가 열리고, 미군이 쏟아져 나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독일군 진지에서부터의 집중사격이 시작된다. 이 끔찍한 상륙작전을 지켜보는 10여 분간 관객들은 숨조차 멈춰버린다. 내리는 족족 타켓이 되고, 매설된 지뢰와 크레모아 등에 산산이 조각나는 군인들. 목이 날아가고, 팔다리가 잘리고, 군인 하나가 자기의 한쪽 팔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장면을 보라! 내장이 배 밖으로 줄줄 흘려 내리고, 바닷물은 시뻘겋게 물들어 있다. 운 좋게 해안에 내린 군인들은 적진을 향해 달려 가야한다. 물론 그 동안 또 반이 죽는다. 히틀러의 독일 나찌는 진짜 이 마지막 전선을 ‘사수’하는 것이다.) 밀러 대위는 결국 진지를 접수한다. 해안은 온통, 피바다이고 시체는 즐비하고 말이다.

이 영화는 전쟁의 광기와 공포를 가르치는 영화이다. 애국심을 고취하거나, 사나이의 멋진 총 솜씨를 보여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관객은 초반 10여 분만에 전쟁의 공포를 실감한다. 라이언에게는 이런 전장을 벗어날 기회가 주어졌다. 그의 큰형 라이언이 전쟁에서 죽었다. 그리고, 둘째 라이언 형도 전사했다. 그리고 그리고, 그의 셋째 라이언 형도 입대하자마자 죽었다. “하느님 맙소사!” 미군 사령부에서는 이 기막힌 사연을 발견하고는 라이언 형제의 막내 라이언의 생사에 신경을 써야 된다. 물론 이 전쟁에서는 이 보다 더 끔찍한 사연도 많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형제가 총부리를 겨누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는 영화적 상황도 있잖은가? 이 영화에선 라이언 일병의 생사여부, 살려내기, 구출하기만으로 충분히 전쟁의 광기를 보여준다. 

방금 노르망디에서 살아온 밀러 대위에게 명령이 떨어진다. 적진 어딘가에 떨어진(공수부대) 라이언 일병을 구출하여, 미국의 노모에게로 보내라는 명령. 그래서 여덟 명의 사나이가 총을 들고 적진에 뛰어든다. 

그리고, 이 영화 소개에서 빠지지 않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한 사나이를 구하기 위해, 여덟 명을 희생해도 좋단 말인가?" 그러나, 밀러 대위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내가 한 사람을 죽이면, 열 사람을 구하는 셈이지..." 밀러 대위의 카리스마, 군인정신은 정말 존경의 귀감이다. 그들이 라이언을 찾아 작은 전투, 큰 전투를 헤쳐 나가는 것은 이 전쟁의 핵심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고립된 마을에서 라이언을 찾아낸다. 라이언은 귀환을 한사코 거부하고, 그곳에서 독일군과의 마지막 전투를 치르게 된다. 이 끔찍한 전투는 또 다시 스필버그의 끔찍한 영상미학을 보여준다. 이 전투에서 여러 인간 모습이 나타난다. 업햄으로 대표되는 비겁성,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벽 뒤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 영화에서야 모두들 그렇게 목숨 내놓고 나서지만, 실제로는 어쩜 업햄처럼 행동하는 군인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참, 어린 여자애 하나를 구하기 위해 무모하게 나섰다가 조준사격을 받고 죽어가는 군인 씨퀀스. 적이 쏜 총탄이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른다. 살려달라고 신음하는 동료, 아군의 엄호 사격을 받으며 달려가 보지만, 또 다시 어디선가 날아오는 적의 총알. 몇 명인지, 어디서인지, 언제까지인지 모르는 이런 공포의 순간. 전쟁은 이런 무서운 순간들이다. 소총부대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20밀리 기관총, 탱크의 등장... 그리고, <플래툰>의 일리어드 상사의 마지막 죽음을 연상시키는 아군 전투기의 등장까지. 

이 영화의 기본 스토리라인은 간단하다. 라이언이란 군인을 찾아 안전한 미국 본토로 데려다 주기만 하면 된다. 스필버그는 그러한 간단한 줄거리를 정말 끔찍한 화면으로 요리해나간다. 굉장한 전투장면, 그리고, 잔잔한 이어짐, 조금씩의 전투, 그리고 끔찍한 살상전. 관객은 온탕과 열탕, 그리고, 냉탕을 오가면 전쟁을 실감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라이언으로 나온 맷 데이먼은 사실, 이 영화 촬영(제작)동안은 그렇게나 유명한 배우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 영화 등장배우들이 실제로 군사훈련을 받았음에도 그는 제외되었다.배우들은 데일 다이라는 유명한 사람 밑에서 지옥훈련을 경험했다고 한다. 

 "와보니 다른 사람들이 진흙더미에 엎드려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내가 아주 깔끔한 모습으로 현장에 나타난 것이지요. 그들은 말했습니다. "씨x, 저 새끼는 왜 훈련을 안 받는 거야? 뭐하는 놈이야?" (맷 데이먼, 인터뷰 중)

이 영화 내년 오스카 휩쓸 것은 확실하다. 적어도 톰 행크스는  주연상은 맡아 놓은 당상 같다. 인간의 공포감이 어느 정도 상상은 간다) 사람 하나 잡기 위해, 부자 나라 미국이 쏟아 부은 총알은 10,000발이란다. 물론 연습용, 위협용, 장식용이 다 포함된 것이지만, 얼마나 사람 죽이기가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 영화에서 종탑 위에서 멋지게 조준사격을 하는 군인이 있지만, 생각해보라, 포연이 자욱하고,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서 살려고 발버둥치는 적을 향해 , 그리고, 자신도 살려고 몸을 사리며, 어떻게 그런 람보 같은 전적이 가능하리오. 아마, 전쟁에 임하는 병사의 공포감만을 따지자면, <풀메탈 자켓>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전쟁에서 고귀한 목숨을 바친 우리네 전몰용사들에게 삼가 명복을 빌며, 그 유족들에게 항상 신의 은총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박재환 199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