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랜드 익스프레스] 레이징 슈가랜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The Sugarland Express 1974) * 슈가랜드 특급 *


 (박재환.1999) 영화라는 영상매체가 '발명'된 후, 헐리우드 영화가 존재하는 한, 가장 '영화같은' 영화, 가장 '영화다운' 영화를 만든 사람은 단연 스티븐 스필버그일 것이다..... 스필버그를 좋아한다거나 그의 영화를 즐겨 찾아보는 사람은 그의 초창기 작품을 꽤나 좋아한다. 물론 그가 극영화를 하기 전에 만든 텔레비전용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다. 아주 오래 전 아마 KBS명화극장에서 텔레비전용 영화를 한편 보여준 적이 있다. <공포의 갤러리>라고.  그리고 <격돌>(DUEL)이란 것도 소개된 적이 있다.  <격돌>은 꽤나 임팩트가 있는 작품이었다.  한 소심한 남자 운전자가 고속도로를 혼자 달리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의 뒤를 아주 커다란 트럭이 계속 따라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차는 아주 위협적으로 자신의 차를 뒤에서 쿵-쿵- 치는 것이다. (엄청나게 큰 트럭이 티코를 농락하는 셈이다) 넓은 미국의 한적한 도로에서 이 사람은 어디서 도움을 받을 때도 없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셈이다. 그런 심리적인 초조함이 끝까지 유지되고 마지막에 그는 그 큰 트럭을 벼랑으로 떨어뜨리며 겨우 위협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조그마한 소품으로 그는 헐리우드 영화 제작자에게 큰 인상을 남겼고 결국은 오늘날의 그가 될 수 있었다. 

 <슈가랜드 익스프레스>는 <듀얼> 이후 스필버그가 처음으로 만든 극장용 영화이다. 그 때 나이 26살이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 비디오로도 출시되었다. 스필버그 영화에선 드물게 배우들이 살아있는,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는 영화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우선 "이 영화는 1968년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라는 자막이 뜬다. 실화를 다루었다면 우선 리얼리즘을 기대하게 된다. 실제로 1968년 텍사스 주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했단다. 한 좀도둑과 좀도둑 부부가 있었으니, 원래 어설픈 도둑들이 잡히듯이 이들도 잡혀 각자 감옥에 간다. 이제 아내는 힘들게 살아가고 있고, 남편은 곧 출옥을 앞두고 대기소에 머무른다. 아내가 어느 날 면회 온다. 둘은 달아난다. 미국역사상 보그 드문, 만기 출소를 앞둔 사람이 탈옥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들이 이렇게 서둘러 도망나온 것은 단 하나, 그들의 아기 양육권 때문이다...... 부모가 모두 감옥 들락거릴 정도이니 그들 아이는 분명 성장 과정이 나쁘다. 교육여건상 좋지 않다..라는 주법원의 판결로 이들 아기가 곧 다른 집안으로 입양되게 되어있다. 어머니는 이제 아기를 다시 돌려받기 위해 - 빼앗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영화에서 젊은 엄마 역에는 골디 혼이, 젊은 아빠 역에는 윌리엄 애쉬톤이라는 배우가 열연한다. 골디 혼은 우리나라엔 별로 안 알려진 배우이지만, 그래도 <죽어야 사는 여자>나 오래 전에 체비 체이스와 같이 나온 <파울 플레이>의 유명 코미디 배우이다. 맥 라이언의 엄마세대 쯤 되는 것이다. 그녀의 <벤자민 일등병>은 미국에선 유명한 코미디물이고 말이다. 윌리엄 애쉬톤은 이후 <다이하드> 등에 나오긴 했다지만 별로 기억에 남아있진 않다. 

 이들 배우는 아주 극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소심하고, 근심걱정에 휩싸여있고, 왠지 불안하고-특히 골디 혼의 히스테릭한 연기는 멋있다- 파리 한 마리 못 죽일 것 같은 연약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은 탈옥을 했고, 차를 훔쳤고, 나중엔 경찰을 인질로 삼아 자기의 아들에게 달려가는 것이다. 착하고 힘없는 이들이 이제 거대 규제 세력과 맞서며 자신들의 피붙이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물론 스필버그는 경쾌하고 유머스럽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간다. 그들에게 인질로 잡힌 순찰차의 경찰 맥스웰(마이클 색이라는 배우가 열연함)을 보라. 여기서 전형적인 스톡홀름 신드롬을 보여준다. 그는 처음엔 이 황당하고 어설픈 자동차 절도범에게 당황해 한다. 하지만 이들 부부가 아주 순박하고, 범죄의 목적이 자기의 아들을 찾아가는 것이라는데 어찌 미워만 하고 증오만 하리오. 

그들은 멕시코에서 이제 '슈가랜드'라는 동네로 내달린다. 그들의 어린 아들이 슈가랜드로 입양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다른 휴머니스트인 보안관 테너 반장(벤 죤슨)을 보게 된다. 그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했다. 이들 부부가 그 어떠한 악의나 분노로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는 이들에게 퇴로를 열어주고 그들이 슈가랜드까지 가도록 배려한다. 그리고 줄곧 그들 뒤로는 수십 대의 경찰차들이 '추적'한다. 생각해보라. 얼마나 장관인가.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가 열심히 미국대륙을 횡단할 때, 마치 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를 맞는 마을 사람들처럼 모두들 나와 힘내라고 응원한다. 여기 이제 그들에게도 많은 미국의 소시민이 나서서 그들에게 힘내라고 한다. 아기 입히라고 옷과 인형도 건네주며 말이다. 가족과 사랑. 휴머니티.. 그것이 이후 나올 모든 스필버그 영화의 주제인 것이다. 

 물론 결과는 허망하고 슬프다. 아마, 스필버그 영화중 가장 여운이 남을 라스트일 것이다. 

스필버그가 1974년에 그리려고 했던 미국의 모습은 이처럼 작은 소시민이 자신들의 유일한 행복을 지키려고 발버둥치지만 결국은 관료제도와 법률제도로 허망하게 주저앉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더욱 스필버그 작품 중에서 빛이 나는지도 모른다. (박재환 1999/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