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환.1995.5.18) 이 영화에는 새로운 것은 없을 것 같다. <트루먼 쇼>나 <프레전트빌>에서 써먹은 이야기들이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론 하워드가 감독했다니 짐작은 간다. 론 하워드는 사회 드라마를 찍어도 왠지 뭔가 빠진 것 같고, 활극을 찍어도 뭔가 다른 게 첨가된 것 같고, 여하튼 그런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미국식 영어표현에 '15분만 유명해지자' 뭐 이런 게 있는 모양이다....어쨌든 텔레비젼에 출연하면 집안의 영광과 동네의 화제와 자신의 추억거리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아주 옛날에 텔레비전 외화 중에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것 중에 <날으는 슈퍼맨>이란 게 있었다. (올바른 표기는 '나는' 슈퍼맨이란다) 시리즈 중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 멍청한 슈퍼맨이 어느 날 프로야구 선수가 되어 그야말로 슈퍼맨같이 총알투구를 하여 월드시리즈 우승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마지막에 술집에서 "우와 우리 편 이겼다"하고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몇 년 지나 이 총알투수를 기억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인 것이다. 여기서도 누군가 '에드 퍼커니'에 대해서 어떻게 기억될까 하니. 6개월 지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존재가 될 것이라 그런다.
여기 에드란 남자가 있다. 비디오가게에서 일하는 정말 보잘 것 없는 미국 표준남자이다. 미국 표준남자란 클린턴의 부인이 모니카 르윈스키인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그에게 어떤 제안이 들어온다. 한 방송국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주인공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무슨 방송국? 이 방송국은 CNN이 아니다. Ellen DeGeneres가 담당 PD로 나오고, 롭 라이너(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 스탠바이미, 미저리의 감독임)가 방송국 사장으로 나온다. 이 방송국 이름은 '트루 TV'이다. 오직 진실만을 방송한다고 한다. 종교방송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들이 새로 선보이게 된 프로는 바로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이다. 한 달 동안 한 사람을 내내 따라다니며 그 사람의 인생을 카메라에 담고, 전파를 타고 미국 전역에 뿌려대는 것이다. 이게 통하냐고?

미국엔 채널이 200개가 넘는다. (그리고 지난 주 모 방송국 관계자에게 들은 말에 따르면...) 미국은 케이블이니 공중파니, 유선중계니 뭐니 하는 것도 결국은 콘텐츠란다. 인공위성으로 쏘아 올리든, 인터넷을 통하든 중요한 것은 내용물이란 것이다. 꽃꽂이 채널까지 있는 이상 이렇게 하루 종일 한 사람만 보여주는 채널이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엘렌이 고르고 고른 사람이 에드 퍼커니이다. 방송국은 카메라를 줄곧 에드와 그의 가족을 비추기로 한다. 게약을 맺고 이제 카메라는 돌아간다.
첫째 날. 침대 위의 에드를 비춘다. 건강한 남자답게 아침부터 씩씩하게 일어(?)선다. 지금 이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은 전국에 방영되고 있다. 아이고 맙소사. 첫날부터 방송사고? 이 남자 이내 주위 분위기가 이상하다싶어 눈을 떠니 카메라가 코앞에서 돌아가고 있잖은가. 이런....
자, 이제 이 남자를 기준으로 세계는 재편된다. 이런 프로에 관심이 있는 사람, 없는 사람, 흥미를 가지는 사람, 반감을 품는 사람들.. 이제 그의 가족이 카메라에 담기면서 영화는 훨씬 사회적인 시각을 다루게 된다. 가족사가 까발려지고, 외도가 드러나고, 감정은 브라운관 크기에 맞추어 미화되어진다. 그 와중에 형의 애인을 빼앗게 되고, 시청자들은 그 여자가 못 생겼다며 예쁜 여자를 사귀라고 압력을 넣는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키스하고, 다른 여자에게 반하고, 뭐 이런 모든 장면에 힘내라고 소리치고, 주인공이 지나가면 옆에 광고판 들고 끼어드는 사람들까지 등장한다.
물론 <트루먼 쇼>처럼 콜라를 마시더라도 그냥 마시는 것이 아니라, "난 코카콜라 대신 펩시콜라.. "라고 하며, 여자 주인공은 'UPS'의 장점을 떠든다. 중간에 광고 없이 에드만 비춘다. 대신 화면바닥에 베너광고가 뜬다. 모토롤라, 야후까지.
뭐, 그렇게 에드 한 사람을 두고 여자 나오고, 가족 나오고, 사회고발 프로그램같이 나가고, 결국은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그런 내용이다. 마지막엔 통쾌한 역전 드라마를 위해 한 남자의 性的 비극을 희화화 시켜야하고 말이다.
이런 영화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것은 사실이다. 담당 PD로 나온 엘렌은 <엘렌>이란 시트콤에서 엄청 능청스럽게 웃긴 여자였다. 자기가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하고 나서는 <엘렌>에서 짤렸고, 영화캐스팅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어쨌든 에드 같은 사람을 24시간 카메라 들이대며 동물원 원숭이 보여주듯 한다면, 그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의 사람이라면 좋아하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저급 대중문화에선 이런 저질 프로그램이 통한다. 미국의 대부분의 소프 드라마나 토크쇼 프로그램 내용 들다보면 그러한 것이 무척이나 저질이며 짜증나는 개인잡담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도 뭐, 똑같잖은가. 여자 탤런트 하나 나락으로 보내놓고는 "뭐야. 저 여자에게도 인권이 있고, 프라이버시가 있고 어쩌고" 그러잖은가.
영화는 사실 그렇다. 보노라면 어느 순간까지 짜증난다. 줄곧 과장된 상황설정에, 과장된 연애감정에, 과장된 액션들이니 말이다. 그래도 난 여자 하나 쳐다보느라 꾹 참았다. 에드의 애인이 되는 '쉐리'역으로 제나 엘프먼이다. 극중에서 못 생겼다고 엄청 시청자들로부터 구박 받는다. 에드가 인기를 끌자 <USA Today>에서는 긴급 여론조사랍시고, 에드에게 어울리는 커플은 .. 이런 식으로 기사를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지난달 여명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기사가 나와 난리가 났었다. 홍콩의 황색지에선 이런 게 나왔다. "여명이 자살한다면 누굴 위해 자살하는 게 가장 가치 있는가?" 뭐 이런 거. 여명 자살소동은 홍콩의 옐로우페이퍼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찌라시 기사임.(박재환 1999/5/18)
Edtv (1999) 생방송 에드TV ▶감독: 론 하워드 (Ron Howard) ▶출연: 매튜 매커니히, 지나 엘프만, 우디 해럴슨, 엘리자베스 헐리, 로브 라이너 ▶한국개봉: 1999/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