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부인2] "요즘 여자들은 알 수가 없어..." (영화 속 대사) (정인엽 감독, Madame Ae-ma 2)

그 유명한 <애마부인>의 속편 <애마부인2>의 줄거리는 이렇다. 

   애마는 남편 현우와 이혼한 뒤에도 그를 잊지 못하여 그녀에게 구혼하는 청년 사업가 재하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애마가 배에서 잠시 만났던 상현은 전 남편의 후배이다. 그는 제주도 일대의 나비를 채집하는 일이다. 제주에서 만난 현우는 애마에게 다시 결합할 것을 요청하지만 애마는 거절한다. 현우에게는 동거하는 여인이 있다. 외로운 애마는 새벽에 안장 없이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린다. 상현과 만난 애마는 그와 외로움을 달랜다. 재하와 상현의 프로포즈를 거부하며 결혼과 사랑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한 애마는 독립을 선언한다. 그렇다. 그런 내용이었다.

  이 영화는 전편(애마부인1)의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여성해방'이라는 거창한 주제 의식을 다룬 작품이다. 그러니, 사회학적, 문화적 이해력과 감수성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겠지만 오늘날 그런 시각으로 이 영화를 본다면 모욕감만을 느낄 것이다. 이 영화가 비디오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연구해 볼만한 가치는 있다. 어설프지만 있어야 할 대사는 다 있고, 다루어야 할 내용은 다 다루었으니 말이다.

  먼저, <애마부인>을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전두환 정권 들어서고 '3S정책' (스탠더드, 스태미너, 스마트-영화란 것은 표준이 있고, 힘이 있어야 하며, 깔끔해야 한다는 것 - 음, 말도 안 된다!) 이 본격화 되며, 관객은 색다른 영화들을 하나씩 보게 된다. 그것은 화면에서 엄청나게 큰 바스트를 '냅다' 들이미는 여자배우와 교태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보면 끔찍하기 그지없는 영화 기법이지만 1980년대 사회 민주화는 좌절되었는지만 여하튼 영상혁명만은 성공했다.  이런 영화 이후, 10여 년을 이러한 끔찍한 여자배우 벗기기에 진절머리가 난 한국영화 팬들은 우리영화에 발걸음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지만 말이다. 누구의 탓인가? 이런 영화를 양산해낸 영화인들이 욕을 들어야 하는가? 사회적 소재를 철저히 막아 선 정부 당국 탓인가. 아니면 우리 솔직히 "야, 그 여자 정말 ####더라..." 같은 전략에 말려들어 속으면서도 꾸준히 찾아가던 우리 영화 팬 잘못인가?  내가 보기엔 적어도 그러한 수준과, 그러한 제도와 그러한 팬들이 서로 공존공생하며 추락의 길로 직진한 세월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럼, 애마부인이 도대체 어떤 수준의 어떤 영화였기에 이렇게 최근 15년 한국 영화 추락의 오명을 뒤집어쓰야 하는가. 

이 영화가 앞으로 찾게 된다면 우선은 여성해방의 과격성을 다룬 것 때문일 것이다. 서구에서도 많은 고난의 길이 있었다. 고대 올림픽 경기장에 여자는 들어갈 수 없었고, 서구에서 여자에게까지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금세기 들어와서야 가능했다. 설이나 추석이되면 항상 '왜 여자만 부침개 부쳐야 하나'가 단골 멘트이다!  이 영화에서 오수비가 얻고자 한 것은 여인의 정체성, 인간으로서의 여자, 인격체로서의 여자의 해방이다. "남자만이 여자를 고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자도 남자를 고를 수 있다"는 가장 원초적인 욕구를 다룬 것이다. 음. 여성해방이란 것이 이런 원초적 관념이 아니란 것은 나도 알고, 여성학자도 알고, 관객도 다 안다. 물론 정인엽 감독도 알 것이고, 오수비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살짝 등장하는 것이 동성애적 묘사이다. 일천한 우리영화 속 퀴어 역사에서 관객의 호기심 유발한다. 오수비가 혼자서 침대에서 괴로워 한다. 도대체 감독의 상상력이 이렇게 빈곤한지, 풍부한지. 이 영화에서 오수비가 기차에서 처음 만난 김애경과의 사이는 일반적인 우정을 뛰어 넘는 특이한 관계로 묘사된다. 둘이 제주도로 가는 배 안 선실에서 나누었던 대사는 꽤나 끈쩍끈쩍하다. 김애경이 옷을 벗으며 읊조리는 대사는 "...(나는) 벗어야 잠이 와요. 옷을 입으며 좁은 자루 안에 갇힌 느낌이 들어요. 한번 벗어봐요. 훨씬 기분이 좋아져요...." 우리나라 7-80년대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특유의 성우 목소리(김애경 목소리야 원래 끈쩍거리는 면이 있지만)를 염두에 둔다면 이 대사가 얼마나 관객을 당황하게 만들었을지. 물론 더 이상의 묘사는 없다. 나중에 제주도에서 재회한다. 한 밤의 모임,쌍쌍파티가 펼쳐진다. 이건 또 뭐야. 파졸리니의 영화가 떠오를만큼 실험적이다. 오수비는 김애경으로부터 여러가지를 배우는데 그것 중에 하나가 여자도 욕망을 가졌고, 남자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오수비가 이혼한 것은 남편과의 性격차이다. 영화에서 오수비는 의사와 상담한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낯선 곳 제주도로 떠난다. 그곳에서 또 이런저런 일을 겪게 되고, 이 남자 전 남자에게서 "애마씨를 사랑합니다."란느 소리를 듣게 된다. 결국 애마는 이러한 많은 남자와의 모든 성적 여정, 방황을 거치며 "사랑은 할 수 있지만 결혼은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말 끔찍하다. 1984년에는 그게 영화가 되었던 모양이다. 

 김애경의 특유의 보이스가 있다. 오수비가 발가벗고 찬 바닷물에 열기를 식힌 그녀에게 타올을 걸쳐주는 김애경의 소리.. "여자는 숲과 같애. 숲이 무성하면 건강한 거지. 그러면 힘센 야생동물도 많이 살지. 애마를 처음 봤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지..." 어떻게 이런 주옥 같은 대사를 써냈는지 시나리오 작가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

  이 영화에 나오는 오수비의 연기력은 따로 언급할 것은 없다. 관객들이 '애마'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연기력도, 미모도, 몸매도 아닐 것이다. 감독은 클로즈업을 남발한다. 짜증날 정도로. 그리고, 제목에 어울리게 말이 많이 등장한다. 오수비는 말을 타고 달린다.  여성 관객을 위해선 신일용이 근육질의 상체로 샤워를 한다. 

 1편의 극장제목은  <愛麻부인>이었다. <愛馬->라고 못한 이유는 검열당국이 보기에 너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반려했단다. 그래서 '마약' 상용의 부인이 되어버렸다. 상당히 웃기는 일이지만. 그런대로 제목은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당시라면 <유럽에 엠마뉴엘이 있다면, 우리에겐 애마가 있다>식으로 신토불이 마케팅 전략을 펼칠만 하잖은가. 

오늘날 이런 이야기, 대사, 연기가 얼마나 관객에게 먹힐까. 제 한국의 영화인들이여, 여자에게 옷을 입히고,  변강쇠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여자도 남자처럼 상대를 고를 수 있어.." 같은 여성해방이 아니라, 좀 더 고차원의 철학적인 여자의 고뇌와 방황을 스크린에 담도록 노력하자. (박재환.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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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부인2 (원제: Madame Ae-ma 2) ▶감독: 정인엽 ▶출연: 오수비,하재영,최윤석,신일용,방희, 김애경, 마도식 ▶제작: 연방영화(최준지) ▶개봉: 1984년 2월 11일 ▶촬영협조: 제주대학 김원택교수 고대곤충연구소 ▶원작: 이문웅
박재환 영화리뷰 kinocine.com